"허리띠를 얼마나 졸라맸길래"... 11번가, 매출 26% 하락에도 영업손실 31% 축소

두차례에 걸친 희망퇴직의 영향 커...매각 전 "내실다지기 효과" 분석도
5개 분기 연속 손실폭 줄여…"하반기 사옥이전·체질개선 계속"

잇따른 희망퇴직으로 허리띠를 잔뜩 졸라맨 11번가가 영업손실을 30%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다. 매출이 26%나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건비 등의 비용을 줄여 영업손실을 대폭 축소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11번가 본사(서울스퀘어 빌딩). 9월 경기도 광명 유플래닛타워로 이전 예정. /11번가

14일 11번가는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이 18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67억원)보다 31.4% 감소했다고 밝혔다. 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손실 축소는 5개 분기째다.

당기순손실 규모도 191억원으로 26.8% 축소됐다.

매출은 1347억원으로 31% 줄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은 3059억원으로 26% 감소했다. 반기 영업손실은 378억원으로 35% 이상 축소됐다.

11번가는 영업손실 축소를 '내실 다지기' 작업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특히 오픈마켓 부문에서의 실적 개선을 꼽았다.

하지만 업계에는 강력한 구조조정의 영향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다. 실제 11번가 역시 지난해 말과 지난 3월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1차 희망퇴직에 이어 불과 3개월만에 또 다시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이다.

이에 대해 11번가는 주력사업인 오픈마켓 부문에서 뚜렷한 실적 개선 흐름이 더 큰 영영향을 미쳤다는 입장이다.

회사에 따르면 오픈마켓 부문은 3∼6월 4개월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고, 상반기 누적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도 흑자를 달성했다. 확실한 수익 기조에 접어들었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수익성 높은 전문관 서비스 확대, 물류 및 마케팅 운영 효율화, 고수익 사업 중심의 리테일 사업 재고 관리 등이 맞물려 실적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11번가 로고.

11번가는 올해 하반기에도 성장 동력 확보와 체질 개선 작업을 동시에 전개할 계획이다. 사실상 하반기에도 구조조정 작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회사 측은 고객 맞춤형 서비스로 활성 고객을 늘리는 한편, 쇼핑의 편의성을 높인 인공지능(AI) 기반 쇼핑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 주요 전문관 서비스의 상품군을 확대해 서비스·상품 경쟁력을 높일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에 입주해 있던 본사를 오는 9월 경기도 광명의 유플래닛 타워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유플래닛 타워는 같은 평형 기준으로 월 임대료가 서울스퀘어의 3분의 1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옥 이전으로 절감되는 임대 비용은 연간 수십억 원대로 추산된다.

하반기에도 수익성 개선을 최우선 목표로 한 내실 다지기와 상품·가격·배송 등 커머스의 본질에 충실한 경쟁력 제고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
- 안정은 11번가 사장 -

한편, SK그룹은 11번가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오아시스마켓은 지난 7월 3일 이커머스 플랫폼 11번가 인수를 위해 11번가의 재무적 투자자(FI) 나일홀딩스컨소시엄에 인수의향서를 전달하고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