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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실적을 토대로 CEO들의 공과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하반기 주요 이슈(디지털 전환, 세법 개정 대응 등)에 대한 대응방안을 시험대에 오른 CEO의 리더십으로 풀어냅니다.

이문화 삼성화재 대표가 주주환원 확대와 디지털 전환을 두 축으로 손해보험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다지고 있다. '주주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을 내세운 만큼 적극적인 가치 제고 정책을 추진하는 동시에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 혁신으로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8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2분기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 배수가 직전 분기(12배)보다 개선된 14배로 집계되며 반등 조짐을 보였다.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수익성 회복은 과제로 남아 있다.
반면 지급여력 지표인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은 274.5%를 기록해 업계 최고 수준의 자본 건전성을 과시했다. 단기 실적은 기복을 보이지만 재무 구조가 튼튼하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성장 기반은 흔들림이 없다는 분석이다.
삼성화재 주주환원 청사진, 업계 '표본' 될까
삼성화재는 올해 비(非)금융지주 계열 보험사 중 처음으로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공개했다. '사업의 펀더멘털을 견고히 하고, 주주와 함께 성장하는 삼성화재'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2028년까지 주주환원율을 50%까지 확대하고 보유 자사주 비율을 현재 15.9%에서 5%까지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예측 가능한 주주환원 정책으로 투자자 신뢰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업계에서는 '주주 친화적 정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선제적으로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기업설명회(IR)와 컨퍼런스, 사전 기업 투자설명회(NDR) 등에서 회사의 전략과 비전을 직접 설명하고 해외 주주를 위해 영문 통합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제공해 주주의 알 권리 보장에도 힘쓰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배당성향, 주당배당금 등 세부 데이터를 공개해 투명성을 강화했다. 배당 확대를 넘어 소통과 예측 가능성 확보로 주주 신뢰를 겨냥했다.
본업 경쟁력 강화도 주주가치 제고와 직결된다. 삼성화재는 장기보험 부문에서 보험대리점(GA) 채널 활성화를 추진하며 자동차보험에서는 플랫폼 '카케어 서비스'와 사고 초기 손해관리 강화로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일반보험 부문에서는 기업 리스크 관리와 신규 담보 확대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넓히고 자산운용은 대체투자·소매금융 등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다. 안정적인 본업 성과는 곧 배당 여력 확충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주주에게는 안도감을 주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전략도 본격화했다. 6월에는 영국 로이즈 시장의 전문 보험사 캐노피우스에 5억7000만달러(약 8000억원)를 추가 투자하며 2대 주주 지위를 공고히 했다. 이번 투자로 K-ICS 비율이 일시적으로 15~16%p 하락했지만 회사는 연말까지 260%대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캐노피우스의 실적 성장세를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삼성화재의 자본 건전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해외 투자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되면 국내 경기 변동에 덜 휘둘리는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다. 삼성화재는 해외 진출 후 법인 설립(오가닉)과 전략적 지분투자(인오가닉)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했다. 인도네시아·베트남·영국·싱가포르·미국·아랍에미리트(UAE) 등 6개국에서 법인을 운영하며 신흥·선진국 보험사 대상 투자로 협력 관계를 확대 중이다. 지난해 해외법인 보험료수익은 전년 대비 30.3% 증가했으며 특히 싱가포르에서의 실적이 두드러졌다.
AI 중심 디지털 전환 가속
특히 이 대표는 디지털 전환을 또 다른 성장 축으로 내세우고 있다. 생성형 AI를 경영 전반에 도입해 업무 효율과 고객 경험을 동시에 높이는 점이 차별점이다. 임직원 공모전에서 293개의 AI 활용 아이디어를 발굴해 보고서 작성, 데이터 분석, 코딩 등 실무에 접목했다. 전 임원 대상 '생성형AI 특별과정'을 열어 문서 요약, 상품 비교, 데이터 분석 활용법을 직접 실습하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단순한 교육을 넘어 'AI가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꾼다'는 인식 전환을 꾀하고 있다.

이 대표는 보험사기 예측 시스템, 보상 프로세스 자동화 등 현장 업무에도 AI 기술을 빠르게 접목시키것을 주문했다. 자동차보험에서는 과실 비율 자동 산정과 소송 지원에 AI를 활용 중이며 건강보험 보상 단계에서는 암 진단·수술 관련 기록을 AI로 분석해 정합성을 높였다. 일반보험 역시 청구와 심사를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는 비용 절감을 넘어 신속·정교한 서비스로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렸다.
대고객 서비스 영역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애니핏 플러스'를 고도화했다. 세브란스병원과 협력해 발병 확률을 예측하는 AI 모델을 도입했고 혈당 관리 서비스 '슈가핏'과 내년 출시 예정인 비만 관리 서비스 'Fat To Fit'으로 넓히고 있다. 반려동물 건강관리 플랫폼 '착!한펫', 대중교통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한 '에코 모빌리티 특약'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도 확대하며 보험의 경계를 넘어서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보험이 단순한 보장에서 예방과 관리로 확장되는 흐름을 선도하는 셈이다.
삼성화재는 디지털 금융플랫폼 '모니모'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투자로 AI·모빌리티·헬스케어 등 신기술 스타트업과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ESG 기반 사회적 가치 창출까지 노린다는 구상이다. 특히 모빌리티 생태계 확장은 보험사로서의 본업과도 맞닿아 있어 향후 자동차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하는 포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삼성화재는 주주환원과 디지털 전환의 탄력 속에 업계 1위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신계약 CSM 부진과 같은 단기 과제는 남아 있지만 업계 최고 수준의 자본건전성과 글로벌 투자, AI 기반 신사업 확장 등은 회사의 중장기 성장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화재는 단기 실적 변동보다 장기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주주환원과 디지털 전환이 균형 있게 추진된다면 업계 1위 입지를 한층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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