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르테가 소유빌딩 매각
9년 만에 25억 원 손실
코로나19 이후 소비 패턴 변화
한때 서울 강남을 대표하는 ‘핫플레이스’로 불리던 신사동 가로수길 상권이 급속도로 침체해 외면받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외국계 부호와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떠나고, 공실은 늘어나며 상권의 상징성이 퇴색했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SPA 브랜드 자라(ZARA)의 창업주이자 세계적인 자산가로 알려진 아만시오 오르테가 인디텍스 회장이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자신 소유 건물을, 손해를 감수하고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르테가는 해당 건물을 지난 2016년 325억 원에 매입했지만, 약 9년 만에 300억 원에 매도하며 25억 원가량의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즉, 10년여 만에 25억 원가량의 손실을 본 셈이다.

해당 건물은 대지면적 457.4㎡, 연면적 1241.9㎡ 규모로, 가로수길 내 핵심 입지로 평가받는 곳이다. 다만,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은 “1평(3.3㎡) 당 2억 원 초반대의 거래로, 인근 시세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가로수길 상권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본 투자자의 상징적인 철수”라고 분석했다.
당초 가로수길은 한때 국내외 유수의 패션 브랜드가 플래그십 스토어를 잇달아 입점하며 ‘패션 1번지’로 통했다. 실제로 애플은 2018년 국내 첫 공식 애플스토어를 가로수길에 열었고, 메종키츠네, 딥디크, 아르켓 등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이 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바 있다.
이어 서울시의 ‘2022년 상가 임대차 실태조사’에서는 1㎡당 평균 매출액이 61만 6,000원으로, 서울 전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좋은 평가를 받았던 과거와 현재 상황은 극명히 다르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가로수길의 상가 공실률은 39.4%로, 서울 주요 상권 중 가장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상권 정체성의 붕괴, 지속적인 임대료 상승, 인근 신흥 상권(성수동·한남동 등)의 급부상 등이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확산한 온라인 쇼핑 문화는 오프라인 기반의 상권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 것으로 분석된다.
더하여 가로수길에는 뚜렷한 상권 정체성의 부재와 ‘하루살이 팝업’ 매장 확산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거리 곳곳에는 단기 임대 현수막이 붙은 공실 매장이 늘고 있고, 한때 줄을 섰던 인기 브랜드 매장 자리에선 이제 임대 중개업체의 연락처가 더 눈에 띌 정도로 많아졌다.
실제로 상권의 쇠퇴는 임대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는 “가로수길은 여전히 높은 임대료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만한 매출이 보장되지 않다 보니 창업이나 확장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실제로 일부 점포는 월세를 절반 수준으로 낮춰도 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또한, 단순히 옷을 사고 커피를 마시는 소비를 넘어, 콘텐츠와 체험 중심의 소비 트렌드가 자리 잡은 것도 기존 오프라인 중심 상권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는 기존 브랜드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간헐적으로 들어서는 단기 팝업 매장들이 지속성을 담보하지 못하면서, 상권 전반의 활력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글로벌 브랜드들은 브랜드 카페 등 ‘경험형 공간’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랄프로렌은 지난해 가로수길에 ‘랄프스커피’를 열었고, 메종키츠네의 ‘카페 키츠네’, 자라의 ‘자카페’ 등도 명동·한남동 등지에 오프라인 공간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매장도 상권 전체를 살리기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실률이 이 수준까지 오른 상권은 단순히 새로운 매장을 유치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상권에 새로운 정체성과 콘텐츠를 심지 않으면 가로수길은 더 큰 구조적 침체에 빠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즉, 가로수길 상권이 과거의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는 핵심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소비 패턴이 근본적으로 변한 상황에서 단순한 테넌트 유치나 마케팅만으로는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되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서 브랜드들은 물리적 매장을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닌 ‘경험의 장’으로 재정의하며,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는 방식으로 도시 상권에 다시금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한 타개책을 강구하고 있어 향후 가로수길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콘텐츠는 카카오의 운영 지침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