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LPGA투어에 닥친 '장강의 뒷물결'

방민준 2025. 9. 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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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M 챔피언십
2025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FM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중국의 미란다 왕. 사진제공=Getty_LPGA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골프한국]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



1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턴의 TPC보스턴에서 막을 내린 LPGA투어 FM챔피언십을 보며 이 문장이 떠올랐다. 중국 명(明) 말기의 처세격언집 '증광현문(增廣賢文)'에 나오는 말이다.



 



'長江後浪推前浪 一代新人換舊人(장강후랑추전랑, 일대신인환구인)'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듯, 한 시대의 새 사람이 옛사람과 교체된다는 뜻이다.



 



모처럼 역전의 여왕 김세영(32)이 2, 3라운드에서 단독 또는 공동 선두에 나서 태극낭자의 포효가 기대되었었다. 임진희, 박금강 등도 상위권으로 올라와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장강의 뒷물결이 거세었다.



 



중국의 루키 미란다 왕(26)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김세영과 세계랭킹 1위 지노 티띠꾼(태국·22)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데뷔 첫승을 거머쥐었다. 최종 합계 20언더파 268타로, 세계 랭킹 1위 지노 티티쿤을 1타 차로 따돌렸다. 김세영은 3타 차 3위. 재미교포 안드레아 리가 4타자 4위, 임진희가 5타 차 공동 5위에 올랐다.



 



미란다 왕은 대회 첫날 공동 선두 3명에 1타 뒤진 단독 4위로 출발했으나 2라운드에서 선두로 나선 김세영에 이어 단독 2위로, 3라운드에선 65타를 몰아쳐 단독 선두로 나섰다. 



 



1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를 쳐 공동 선두로 2라운드를 출발한 김세영은 악천후와 일몰 등으로 경기가 중단되는 바람에 3일째 오전에 14개 홀, 오후에 18홀 등 하루에 32개 홀을 돌아 체력적인 부담이 컸다. 



 



그렇더라도 신인 미란다 왕의 경기력은 협곡 사이를 흐르는 장강의 그것처럼 도도했다. 안정된 스윙, 냉정하게 위기를 헤쳐 나가는 모습은 프로 투어에서 잔뼈가 굵은 느낌마저 주었다. 전혀 신인 같지 않았다.



 



그럴 만도 한 게 사실 미란다 왕은 2017년부터 미국 골프를 경험해 왔다. 그는 듀크대학교 골프선수로 활동하며 NCAA(미국대학체육협회) 대서양지역 대학체육기구인 ACC의 우수선수로 지명되는가 하면 2019년 NCAA 디비전1 여자골프 내셔널챔피언십 우승 멤버이기도 하다. 이후 2022년부터 3년간 2부투어인 엡슨투어에서 미국 골프를 익혔다.



 



중국 본토 선수로 LPGA투어에서 우승한 것은 미란다 왕이 세 번째다. 펑샨샨(36)이 2008년 중국인 최초로 LPGA투어에 입성, 메이저 1승을 포함해 LPGA 통산 10승을 올렸고 인 뤄닝(23)이 2023년 LA오픈에서 우승하는 등 통산 5승을 올렸다. 현재 LPGA투어에서 활동 중인 선수는 14명으로 한국 선수(30명)보다는 적지만 이어질 뒷물결의 기세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본토 출신은 아니지만 대만의 청야니(36)는 중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명성을 날렸었다. LPGA투어에서 5승, 유럽투어에서 1승을 거둔 청야니는 2008년 LPGA투어에 입성해 신인왕을 차지하고 2012년 타임지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히기도 했다. 안니카 소렌스탐, 로레나 오초아에 이어 LPGA를 지배한 '여제'였다. 상당 기간 세계랭킹 1위를 지키며 2010년 2011년 '올해의 선수상'을 연속 수상했다. 



 



그러나 자신도 알 수 없는 지독한 '골프 입스'가 찾아와 골프채를 완전히 놓았다가 지난 5월30일 미국 밀워키 인근 에린 힐스GC에서 열린 US여자오픈에 모습을 드러냈다. 2라운드까지 합계 2오버파에 그쳐 공동 61위로 컷 탈락했으나 그는 라운드를 마친 뒤 두 팔을 들어 올리고 무언가 해냈다는 감격을 표출했다. 



 



실제 그는 예선을 거쳐 자력으로 이번 US여자오픈에 참가했고 또 US여자오픈 공동 61위는 LPGA투어에서 경쟁하기에 충분한 순위이기도 했다. US여자오픈 2회 우승자인 사소 유카(24·일본)도 2오버파, 현재 세계랭킹 1위 지노 티티쿤은 3오버파를 각각 기록했다.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은 청야니가 LPGA투어로 돌아오기에 충분한 실력을 보여준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US여자오픈에 마지막으로 출전한 지 9년, LPGA투어에서 우승한 지 13년 만에 왼쪽 고관절 수술을 받고 왼손 퍼트로 바꾸면서까지 LPGA투어로 돌아온 것은 포기할 수 없는 골프 사랑 때문이리라.



 



대만의 청야니, 중국의 펑샨샨이 지나간 '장강의 뒷물결'이었다면 미란다 왕은 바로 눈앞에 닥친 예사롭지 않은 뒷물결이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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