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7주년 특집]액체물류허브 넘어 ‘글로벌 해양주유소’ 꿈꾼다

이민형 기자 2026. 5. 15.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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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에너지 물류 거점으로 진화하는 울산항
국내 액체화물 처리 독보적인 역량 바탕
액화수소·암모니아 저장·공급 시설 추진
부두체계 개편·대형 신규 부두 확보 등
고부가가치 에너지 거점으로 체질 전환
북극항로 진입 전 마지막 연료수급 가능
지정학적 강점 살려 시장 선점 위해서는
안정적 연료공급체계·가격 경쟁력 필수
UPA, 공급망 구축 전략 마련 용역 착수
해상벙커링 전용 인프라 조성에도 속도
▲ 지난해 울산 북신항 코리아에너지터미널 LNG 저장시설에 초대형 LNG선이 첫 번째 LNG를 하역하는 모습. SK가스 제공
우리나라의 산업 수도 울산을 지탱해 온 울산항이 큰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대의 산업 지원 항만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하는 '동북아 에너지 물류 허브'로의 대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친환경 에너지 벙커링을 주도하며 글로벌 '친환경 주유소' 역할 역시 꾀하고 있다.
 
▲ '친환경 에너지 물류허브'로 도약을 준비 중인 울산 남신항 일원. UPA 제공

◇원유에서 수소·암모니아로…액체물류의 질적 진화

울산항은 기존 유류에 국한돼 온 생태계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에너지 거점으로의 체질 전환에 나서고 있다.

이런 변화는 국내 독보적인 액체화물 처리 역량이라는 탄탄한 체급이 있기에 가능하다. 지난해 울산항의 유류 물동량은 1억3040만t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유류 물동량인 4억5831만t의 약 28.4%를 차지하는 수치로 울산항이 국내 최대 액체물류 거점임을 재확인시켰다.

글로벌 경기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전체 물동량의 약 66%를 유류가 차지하는 압도적 비중은 울산항이 미래 친환경 에너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음을 입증한다. 울산항은 이러한 강점을 발판 삼아 기존 원유 수입항의 역할을 넘어 미래 친환경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의 성장을 꾀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정부의 제5차 항만기본계획(변경)상 울산신항에 항만시설용 부지(친환경에너지 저장시설) 11만㎡가 신규 지정됐다. 이 부지에 세워질 시설은 수소 경제 시대를 견인할 핵심 인프라로 해외에서 도입한 액화수소와 암모니아를 저장하고 이를 배후 산업단지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전초 기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물동량 성장세에 맞춘 선제적 시설 확충도 눈에 띈다. 화학공업 생산품 물동량이 2019년 연간 2624만2000t에서 2040년 2956만1000t까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울산신항에 5만DWT(순수 화물 적재톤수)급 2선석과 2만DWT급 1선석, 4500DWT급 1선석 등 대규모 액체화학 부두를 신규로 확보하기로 했다.

기존 부두의 운영 체계 역시 액체화물 중심으로 전격 재편된다. 본항의 석탄부두는 신항 이전 후 액체화학 부두로 용도가 변경되며, 온산항의 달포부두는 급증하는 액체화물 수요에 맞춰 유류 부두로 기능을 전환한다. 이는 항만 구역 내 수상 면적 1억1295만㎡를 보다 고도화된 경제 가치 창출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이다.
 
▲ 지난 2월 울산항 자동차부두에서 하역 작업 중인 자동차운반선에 상업운영용 LNG 연료 공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경상일보 자료사진

◇북극항로의 마지막 주유소 울산항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녹으며 열리는 '제4의 바닷길' 북극항로 역시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다.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기존 항로보다 거리는 7000㎞, 시간은 10일가량 단축되는 항로의 관문에 울산항이 위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극항로 시대 울산항의 독자적 생존 전략으로 '해양 주유소'(벙커링 허브) 기능을 꼽는다. 산업 지원 항만을 넘어 글로벌 선박들이 연료를 채우기 위해 반드시 들러야 하는 베이스캠프로 거듭나야 한다는 분석이다.

현재 글로벌 벙커링 시장의 패권은 싱가포르가 쥐고 있다. 전 세계 대부분의 선박이 싱가포르를 찾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저렴한 연료 가격이다.

김주만 울산항발전협의회 사무국장은 "물류비용에서 연룟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며 "선사들은 단 1달러라도 싼 곳을 찾아 뱃머리를 돌린다"고 설명했다.
▲ 지난달 23일 울산항에서 세계 최초로 암모니아 추진선 연료 공급이 성공했다. 경상일보 자료사진

울산항이 북극항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싱가포르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갖춘 친환경 에너지 공급망 구축이 필수적이다. 울산항은 북극항로 진입 전 연료를 가득 채울 수 있는 마지막 지점이라는 이점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지정학적 위치만으로는 부족하다. 하역 일정이 없는 선박들이 기항할 수 있도록 저렴하고 안정적인 연료 공급 체계를 갖추는 것이 미래 성패를 가를 핵심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울산항이 타 항만 대비 압도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비결은 배후의 거대한 산업 클러스터에 있다. 일반적인 벙커링 전용 항만은 시설 투자비 부담으로 인해 도입 단가를 낮추기 어렵다. 반면 울산항은 배후 공단이 이미 막대한 양의 에너지원을 산업용으로 수입하고 있어 이와 연계한 '공용 인프라' 전략을 통해 도입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구조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울산항만공사(UPA)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UPA는 최근 '친환경 에너지 공급망 구축 전략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하며 실질적인 시장 지배력 확보를 위한 실행 방안 마련에 나섰다. 아울러 2040년까지 무탄소 연료 벙커링 인프라를 완비한다는 로드맵 아래 2030년까지 암모니아 터미널 물동량 150만t 확보와 해상 벙커링 전용 인프라 구축을 추진 중이다.

울산항은 2040년 유류 및 에너지 물동량 목표치를 연간 2억264만8000t으로 설정하고 인프라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순히 짐을 내리고 싣는 곳에서 지역 산업의 공급망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스마트 에너지 항만'이자 글로벌 해양 주유소로의 진화는 울산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결정적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고상환 울산항발전협의회 회장은 "항만의 기능이 단순 상·하역에서 벗어나 점차 그 역할이 넓어져 가고 있다"며 "전체 물동량이 점점 줄어가는 상황에서 울산항이 가진 특수성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하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민형기자 2min@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