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제, 지역 살리는 핵심 요소”

도철원 2026. 4. 22.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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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원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망건설 비용 전국 동일부담 구조‘문제’
생산지 전기요금 차등 적용 요구 합리적
반도체 등 다소비전력 산업 유치 ‘가능’
해외 보편화…‘지산지소’ 인프라 시급
핵심인프라 전력망 구축 국가 나서야
한상원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이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광삼기자gs02@mdilbo.com

“산업용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제는 특정 지역에 혜택을 달라는 요구가 아닙니다.”

최근 지역에서 산업용 전기요금 차등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경제계를 중심으로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그 중심에 선 한상원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은 차등 요금제에 대해 “현 전기요금 체계는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 간 거리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반영하지 못하는 지극히 비합리적인 구조”라며 “망 건설 비용과 손실비용은 전국이 동일하게 부담하하게돼 수도권으로 기업이 집중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회장은 “이미 여러 선진국에선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의 거리, 송전망 혼잡도, 지역별 수급 여건 등을 가격에 반영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호남에서 생산되는 전기에 차등요금제가 적용되면 전력 다소비첨단산업들이 수도권을 벗어나 지역으로 이전 또는 신규 투자 검토가 가능해진다. 보조금보다 더 강력한 기업유치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한 회장과 일문일답.

-최근 지역에서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우리나라 전력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는 발전소는 지방에 있고, 전력 소비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발전소 인근 주민들이 겪는 환경적 부담과 송전선로 건설에 따른 사회적 갈등은 지방이 감당하고, 그 혜택은 수도권이 누리는 불균형이 오랫동안 지속돼 왔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볼 때, 현재의 전국 단일 요금제는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 간 거리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다.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수조 원대의 초고압 송전망을 구축해야 하고, 송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손실 또한 적지 않다. 그런데도 이러한 망 건설 비용과 손실 비용을 전국이 동일하게 분담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지방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제는 단순히 특정 지역에 혜택을 달라는 주장이 아니다. 전력 생산지에서 전기를 사용하는 기업이 송전 비용과 손실 비용만큼 합리적으로 차등된 요금을 적용받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를 통해 전력 수요가 발전소 인근으로 분산된다면, 국가 전체적으로는 신규 송전망 건설 부담을 줄이고 수도권 과밀에 따른 전력계통 불안정 문제도 완화할 수 있다.
한상원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이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광삼기자gs02@mdilbo.com

-지방 산업용 전기요금을 수도권보다 20% 이상 저렴한 140~150원 수준으로 책정해야 한다는 근거는 무엇인지.

▲현재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이 킬로와트시(kWh)당 약 180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140~150원대는 지방에 실질적인 입지 경쟁력을 부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격 수준이다. 이는 막연한 수치가 아니라 전력망 투자 회피 편익과 지역 재생에너지 활용 이점을 반영한 제안이다. 호남의 기업이 호남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직접 소비하면,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내기 위해 추가적인 초고압 송전망을 건설해야 할 필요가 줄어든다. 이처럼 막대한 송전망 건설 비용과 운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 그만큼의 편익을 지역 산업용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것이 타당하다.또한 RE100 대응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글로벌 공급망 규제로 인해 우리 수출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사용이 사실상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호남에서 직접 전력을 구매(PPA)하고, 여기에 지역별 차등 요금제까지 적용된다면 기업들은 보다 저렴하고 안정적인 친환경 전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가격 신호가 작동해야만 반도체, 데이터센터, 이차전지 등 전력 다소비 첨단 산업들이 수도권 중심 입지에서 벗어나 호남으로 이전하거나 신규 투자를 검토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전기요금 20% 차이가 단순한 비용 차이를 넘어 투자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그런 점에서 이는 일회성 보조금보다 훨씬 강력한 기업 유치 수단이 될 수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차등 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우리와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미국과 스웨덴, 노르웨이 등 여러 선진국은 이미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의 거리, 송전망 혼잡도, 지역별 수급 여건 등을 가격에 반영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점에서 우리보다 먼저 ‘전기는 생산비뿐 아니라 전달 비용까지 반영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도화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특히 스웨덴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웨덴은 2011년부터 국토를 4개 구역으로 나눠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차등화하고 있다. 수력 발전이 풍부한 북부는 요금이 상대적으로 낮고, 수요가 많은 남부는 높은 구조다. 이러한 가격 차이는 실제 기업 투자와 산업 입지에도 영향을 미쳤다. Meta의 데이터센터,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Northvolt), 수소환원제철 하이브리트(HYBRIT) 등이 상대적으로 전기요금이 낮은 지역에 핵심 거점을 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미국의 지역별 한계가격제(LMP)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전기를 생산하는 비용뿐 아니라 전력을 송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혼잡 비용과 손실 비용까지 가격에 반영한다. 즉, 송전망이 부족하거나 혼잡한 지역일수록 더 높은 비용이 반영되는 구조다.이처럼 스웨덴과 미국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 간 거리, 송전망 제약, 지역별 수급 상황을 가격에 반영하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업의 투자 방향과 산업 입지까지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도 이제는 이러한 방향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호남의 경우 재생에너지 핵심 거점이나 다름없지만 송배전망 부족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해결방안은 무엇인지.

▲호남권은 현재 전국 재생에너지 설비가 집중된 핵심 거점으로 발전 설비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를 실어 나를 송배전망 확충 속도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출력 제한과 계통 포화가 반복되면서, 지역의 에너지 잠재력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전력망 수용 한계의 획기적 확대와 지능화다. 단순히 송전탑을 더 세우는 방식만으로는 주민 수용성 문제와 시간적 한계가 크다. 따라서 기존 선로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지능형 변전소, 유연송전시스템(FACTS), 디지털 계통 운영 기술 등을 호남권에 우선 도입해야 한다. 둘째, ‘지산지소(地産地消)’형 배전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 호남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데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지역 산업단지와 첨단산업 클러스터에 직접 공급할 수 있는 배전망과 연계 인프라를 국가가 책임지고 확충해야 한다. 생산지에서 바로 소비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송전 부담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다.셋째, 계통 유연성 자산의 전략적 배치가 필요하다. 전력 생산의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도록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양수발전 등 장주기 저장설비를 호남권 거점에 체계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이러한 설비는 전력이 남을 때 저장하고 필요할 때 공급하는 역할을 하며, 추가 송전망 건설 부담을 줄이면서도 계통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국가 기간 전력망 구축을 위해 정부가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전력망 구축을 사실상 한국전력공사의 자체 투자에 크게 의존해 왔다. 하지만 한전의 재무 여건을 감안할 때 앞으로 필요한 대규모 전력망 투자를 모두 감당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제는 전력망을 도로, 철도, 항만과 같은 국가 기간시설 수준에서 바라봐야 한다. 전력망은 단순한 설비가 아니라 첨단산업과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재정 투입을 통해 일정 부분 책임지는 구조로 전환하는 것은 충분히 필요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국회에서도 지난해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제정해 국가 재정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다만 현행 제도는 아직 실질적인 재정 투입을 안정적으로 담보하기에는 보완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일부 사업만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국가기간 전력망 건설 전반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국가 재정이 안정적으로 투입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한전의 재무 부담을 완화하고, 적기 투자와 민간 참여도 함께 이끌어낼 수 있다.
한상원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이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광삼기자gs02@mdilbo.com

-호남의 미래 먹거리 산업인 에너지산업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젊은이들이 떠나지 않는 호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호남은 재생에너지 측면에서 전국에서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발전 설비 확대에 집중되면서 산업과 일자리로 이어지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이제는 단순한 전력 생산지를 넘어 에너지 생산·저장·거래·활용이 함께 이뤄지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먼저 데이터센터, 반도체, 이차전지 등 전력 기반 첨단 산업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 호남은 풍부한 재생에너지라는 강점을 갖고 있는 만큼, 전기요금 체계 개편과 송배전망 확충이 함께 이뤄진다면 충분한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발전 중심에서 나아가 저장(ESS), 전력 거래, 전력 활용 산업까지 이어지는 에너지 밸류체인 전반을 지역에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발전 설비 확대가 곧바로 기업 투자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마지막으로, 인재와 일자리 구조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 청년이 떠나는 이유는 단순히 일자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지역에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역 대학과 연계한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하고, 청년들이 지역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일자리의 양’이 아니라 ‘미래가 보이는 일자리’와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산업 기반’이다. 이러한 노력이 병행된다면 호남은 에너지 기반 첨단 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고, 청년이 떠나지 않는 지역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도철원기자 repo333@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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