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62] 마리 앙투아네트

강헌 음악평론가 2025. 5. 11.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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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FX ‘Wolves in Wolves’ Clothing'(2006)
NOFX, ‘Wolves in Wolves’ Clothing'(2006)

“여자아이에게 인형 30개는 필요 없다. 3개면 충분하다.”

도널드 트럼프가 이번에는 인형과 소녀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자신이 일으킨 ‘관세 전쟁’이 물가 상승을 일으킬 조짐이 보이자 ‘수입 인형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뉘앙스를 담은 말을 한 것이다. 자기 정책에 대한 불만을 가진다면 부끄러운 일이라는 식으로 규정하려는 마초적 수사학이다. 공화당 전략가 휘트 에이어스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는 말이 떠오른다”고 꼬집었다.

프랑스 대혁명의 비극적 주인공 마리 앙투아네트는 23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악의적인 인물로 소환된다. 이제는 다 아는 사실이지만 ‘빵 대신 케이크’라는 이 유명한 말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한 말이 아니다. 트럼프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가짜 뉴스’의 대표적 케이스라고 하겠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왕비였기에 왕정에 대한 민중의 분노가 그에게 집중됐다. 현실을 모르는 멍청한 왕비로 몰아가는 근거 없는 말이 널리 퍼지게 된 것이다.

마리 앙투아네트에 관한 거짓말은 ‘빵 대신 케이크’만이 아니다. 혁명이 일어나기 4년 전에 있었던 로앙 추기경의 다이아몬드 사기 사건 또한 진범이 가려졌는데도 사람들은 그를 사치와 향락의 왕비로 몰아갔다. 가장 심한 것은 왕비의 성생활에 관한 추문이다. 동성애는 말할 것도 없고 왕비의 오빠, 시할아버지, 시동생, 급기야는 여덟 살 아들과도 근친상간을 서슴지 않았다는 거짓 소문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그의 불행한 인생은 수많은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끝까지 메이저 레이블의 품으로 전향하지 않은 미국의 펑크록 밴드 NOFX의 이 노래는 다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는 마리 앙투아네트입니다/ 우리는 조셉 매카시입니다/ 우리는 마침내 분열된 나라가 되었습니다/ 자유, 공포, 그리고 증오로 세워진 나라(We are Marie Antoinette/We are Joseph McCarthy/We’ve finally become The Divided States/A nation built on freedom, fear, and h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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