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세라티 코리아가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 '그란투리스모 폴고레'와 '그란카브리오 폴고레'의 국내 출시를 기념해 지난달 28~30일 미디어를 대상으로 시승행사를 열었다.
그란투리스모 폴고레 가격은 2억6620만원부터, 컨버터블인 그란카브리오 폴고레는 2억8380만원부터 시작한다.

시승 행사는 이탈리안 럭셔리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라 빌라 디 마세라티'에서 시작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꾸며진 이 곳은 마세라티 브랜드 전시 및 체험공간이다. 그란투리스모 폴고레와 그란카브리오 폴고레를 중심으로 고급스럽게 꾸며졌다.
이날 행사에는 다카유키 기무라 마세라티 코리아 총괄이 참석해 그란투리스모와 그란카브리오에 대해 소개하고 장거리 주행을 위한 '그란투리스모' 철학에 대해 설명했다.
기무라 총괄은 "그란투리스모와 그란카브리오는 마세라티의 브랜드 철학이 집약된 모델"이라며 "순수 전기차 폴고레는 마세라티가 전동화 시대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마세라티의 내연기관 차량과 전기차는 서로 다른 기술적 접근을 통해 완성됐지만 모두 이탈리아의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장인정신의 조화를 통해 마세라티가 지향하는 궁극의 럭셔리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시승 코스는 서울 청담동과 인천 영종도를 오가는 도심 및 고속주행 구간을 중심으로 마련됐다. 대부분 직선 위주의 고속주행 구간으로 구성된 만큼 마세라티 특유의 민첩하고 다이내믹한 드라이빙 감성을 즐길 수 있었다.
시승차는 그란투리스모 폴고레였다. 92.5kWh 대용량 LG엔솔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했고, 3개의 300kW 전기모터를 탑재했다.

최고출력 778마력, 최대토크 137.7kg·m을 발휘하며 최고속도는 시속 325km다. 많은 전기차들이 높은 출력에도 불구하고 최고속도가 낮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복합 기준 1회 충전시 그란투리스모 폴고레는 최대 341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특히 그란투리스모 폴고레 모터는 포뮬러 E 경주차에 장착된 모터를 바탕으로 개발됐다고 한다. 전륜에 1개, 후륜에는 토크 벡터링(구동력 분배)이 가능한 2개의 모터를 장착했다.

또한 에어 스프링, 전자식 댐핑 컨트롤, 전자식 디퍼렌셜을 장착해 차체를 안정적으로 지지하며 속도에 따라 차고가 자동으로 조절돼 공기저항을 줄이고 다운포스가 커진다.
그 결과 주행성능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직선 구간은 물론 고속 코너링 시에도 주행 안정성과 조향 성능이 뛰어났다. 급격하게 굽어진 코너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가볍지 않은 차체(무게 2320kg)가 거의 기울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돌아 나갔다.
전륜 265(폭)/35(편평비)/20(휠 인치), 후륜 295/30/21인 휠과 타이어도 한몫했다.

그란투리스모 폴고레는 4가지 주행 모드를 갖췄다. 에너지를 절약하는 '맥스 레인지', 기본 주행 모드 'GT', 퍼포먼스 주행 '스포츠', 가장 강렬한 드라이빙인 '코르사'로 구성된다.
일상 주행에서는 출력을 80%로 제한하는 GT 모드가 가장 적당할 듯하다. 스포츠 모드는 더 날카로운 반응을 제공해 빠른 도로 주행에 적합하다.
시승하면서 느낀 출력은 예상대로 뛰어났다. 특히 코르사 모드는 폭발적인 가속력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란투리스모 폴고레는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시간이 2.7초, 시속 200km 도달시간이 8.8초에 불과하다.
마세라티는 엔진음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V8 엔진의 전통적인 사운드를 디지털 음향 기술로 재현했다. 실제 주행 중 감성을 자극하는 엔진음이 은은하게 들렸다. 소리는 작지만 그르렁거리는 중저음 자체는 좋았다.

그란투리스모 폴고레의 가장 큰 장점은 주행감이다. 폭발적인 가속 능력을 갖췄음에도 장거리 주행에서 편안함과 뛰어난 승차감을 제공했다.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댐핑으로 지면에서 올라오는 진동을 잘 걸러줬다. 자동차전용도로에서는 미끄러지듯 질주했고 도심과 국도에서도 편안함을 잃지 않았다.
실내도 고급스럽다. 선명한 디스플레이 3개와 함께 중앙의 시계가 마세라티임을 타나내고 있다. 시트도 몸을 잘 감싸주면서 편안했다.


'2+2' 시트 구조도 어느 정도 구현했다. 뒷좌석은 GT 성격에 맞게 성인 남성이 앉을 수 있다. 다만 헤드룸과 무릎 앞에 여유가 없어서 오랜 시간 앉아 있기에는 힘들 수도 있다.


부족한 점도 눈에 띄었다. 스티어링 휠의 다양한 버튼들은 럭셔리카답지 않았다. 고급스럽지 않고 시인성도 떨어졌다. 특히 주행 중 햇빛이 반사되면 잘 보이지 않아서 조작하는 데 불편했다. 2개의 중앙 터치 스크린 사이에 있는 변속 모드 버튼도 고급스럽지 않고 시인성이 떨어졌다.
뒤 트렁크 적재공간은 내연기관 모델(310L)보다 줄어든 270L로 작은 편이다. 여행 가방 몇개 정도는 실을 수 있다.

그란투리스모 폴고레는 흥미로운 전기 스포츠카다. 내연기관 모델 대비 440kg이나 무거워졌지만 제로백과 최고속도 등 성능은 오히려 개선됐다. 승차감은 편안했고 조향 성능도 훌륭하다.
주행 가능거리가 조금 아쉽지만 고급스럽고 뛰어난 그랜드 투어링(장거리 주행) 차량을 고른다면 그란투리스모 폴고레는 훌륭한 선택지다.
/지피코리아 경창환 기자 kikizenith@gpkorea.com, 사진=지피코리아·마세라티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