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부정대출 은폐" vs "現회장 잘못 아냐"…국감 공방전 뛰어든 임종룡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손태승 직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의 부정 대출 사태와 관련, 사실상 내부통제 실패의 책임을 물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 중이다. 임 회장이 국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인 가운데 정무위의 날선 질문에 맞설 그의 방어태세가 최대 관심사다. 관전 포인트는 부정 대출 인지 직후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 집약된다.
8일 <블로터> 취재를 종합하면 임 회장은 오는 10일 '우리은행 친인척 부정 대출' 관련 국감 증인 신분으로 출석을 확정한 가운데 20여명의 정무위 소속 의원 중 임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한 의원 수가 몰리면서 역대 최장 심문 시간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임 회장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쪽은 금융사고 처리의 미숙함과 이유를 따져 물을 것으로 보인다. '아는 사람이 아는 대로 행동하지 않았다'는 점은 임 회장의 도덕성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 사정을 잘 아는 내부 관계자도 임 회장에 대해 "금융 관련 법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분"이라며 "금융위원장을 지낸 인사의 사건 처리 과정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다시 말해 우리금융이 그룹 차원에서 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발표 자료를 토대로 사건 타임라인을 순서대로 짚어보면, 지난해 7월 손 전 회장 처남의 부정 대출을 처음 인지한 우리은행은 조병규 우리은행장에게는 당해 9월, 임 회장에게는 올해 3월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달 후 우리금융은 관련자에 대한 징계를 마쳤지만 당국에는 신고하지 않았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제보를 통해 비로소 이 사건을 접수했다는 데서 우리금융의 "전반적인 내부통제 미작동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실제 은행 외 다른 계열사인 우리저축은행과 우리금융캐피탈에서도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정 대출 실행 사실이 드러났고 특히 우리캐피탈은 조 행장이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시기와 부정 대출 실행 시기가 맞물리면서 그가 이때부터 내부에서 일어나 일탈 행위들을 알고서도 눈감아 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우리캐피탈은 2022년 10월 21일 손 전 회장 장인이 대표로 있는 법인에 7억원 규모의 부동산담보대출을 해줬고, 지난해 10월 30일에도 담보물의 시세 하락에도 채권 보전 조처 없이 대출 만기를 연장해 준 것으로 전해진다. 조 행장은 지난해 3월 우리캐피탈 대표이사로 취임해 임 회장 '간택'으로 4개월 만인 7월 우리은행장으로 선임됐다. 업계는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한 대출 내용이 당시 대표인 조 행장에게 보고됐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쪽은 현 회장과 무관한 대출로 언제까지 임 회장을 공격하냐는 입장이다. 현 경영진에게 부정 대출 책임을 묻는 것이 지나치다는 의견은 왕왕 나왔다. 당국의 칼날이 임 회장에 집중되는 시간이 길어지고 사건마저 복잡한 상황에서 여론은 임 회장 측근의 부정 대출이라 오인해 비난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앞서 우리금융 전 사외이사도 금융당국의 '우리금융 길들이기'라고 언급했다. 그는 "은행의 건전성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큼 엄청난 부실이 발생했다면 신고를 해야 한다고 본다"며 “그러나 보도된 내용(부실 규모)만 봤을 때는 신고까지 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 고위 관계자도 "(부정 대출 관련해) 임 회장 측근도 아니고 전 회장 관련 부정 대출로 현 회장이 책임 지으라는 건 단지 '괘씸죄'만 성립된다고 생각한다"며 "부정 대출이 발생할 때 금감원에 무조건 신고해야한다는 조항도 없거니와 제재를 받은 것도 아니고, 은행장도 아아닌 지주 회장에게 책임을 물을 건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칙적으로 보면 조 행장도 법적으로 형사 처벌받을 게 있으면 처벌받는 식으로 가는 게 맞지 사임을 종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그저 도의적인 사안이며, (이 사안으로) 옷을 벗기기엔 너무 약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국감에서 증인 등 출석요구를 한 정무위 소속 위원들은 총 24명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의원이 14명, 국민의힘 8명, 그 외 비교섭단체 2명으로 구성됐다. 전통적으로 금융기관에 대한 성장보다는 분배, 도덕성을 중요시하는 민주당 소속 의원이 정무위 다수 위원으로 포함된 만큼 이번 국감장은 임 회장에 대한 비난이 난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계에 따르면 정무위는 임 회장 증인 채택 이전에 조 행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려 했으나 돌연 임 회장으로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지주 회장의 국감 증인 출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