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이 63명이나, 로또 번호 조작 사실일까

814만분의 1 확률이라는데..

지난 13일 1128회 로또복권 추첨에서 1등 당첨자가 63명이나 나와 화제입니다. 그중에서 수동이 52명에 달해 의문을 불러일으켰습니다. 1128회차 1등 당첨자의 당첨금은 4억 1992만 5560 원에 불과했습니다.

비슷한 일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1등 당첨자가 19명 나온 2019년 9월 14일 추첨에선 당첨금이 10억9066만원에 불과했습니다. 미친 집값을 생각하면 이걸 로또라 불러야 할 지도 의문입니다.

더 거술러 가보면 2013년 5월 20일에도 1등 당첨자가 무려 30명이나 쏟아지면서 로또복권이 ‘인생역전’이 아니라 ‘인생희롱’ 복권으로 전락했다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당시 1등 당첨금도 4억594만원으로, 세금을 떼고 받는 돈은 3억원 남짓에 그쳤습니다. 이 돈으론 서울 웬만한 곳에 전세집 구하기도 어렵고, 역대 최고액 당첨금(407억원)과 비교하면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당첨되는 순간 인생역전의 환호성을 질렀을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허탈해할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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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당첨자가 많이 나올 때마다 세간에선 ‘로또 조작설’이 힘을 얻습니다. 사설(私設) 정보업체들이 제공하는 번호를 실제 1등 번호로 만들어 주기 위해 검은 세력이 추첨에 개입하고 있다는 건데요.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많은 당첨자들이 나올 때면 의심이 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통계학자들은 수십 명의 1등 당첨자가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하네요. 그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①한꺼번에 167명이 1등에 당첨되기도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될 확률은 814만분의 1입니다. 1부터 45까지인 번호를 6개씩 짝을 지을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총 814만개에 이르는데요. 이 가운데 한 쌍이 매주 1등 번호로 당첨되니, 814만분의 1이라는 당첨 확률이 나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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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확률을 그대로 적용하면 매주 10명 정도 1등 당첨자가 나오는 게 정상입니다. 매주 8500만장 정도 팔리는 로또복권을 814만으로 나눈 숫자죠. 실제 추첨 결과는 여기에 거의 근접합니다. 20명에 가까운 1등 당첨자가 나올 때도 있지만, 5명 미만일 때도 있어 매주 평균 10명 정도가 1등 당첨의 행운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1등 30명이나 100명 넘는 2등 사례는 무척 많아 보이는데요. 통계학적으론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합니다. 통계학에선 평균에서 한참 벗어난 숫자를 아웃라이어(outlier·이상치)라고 부릅니다. 같은 실험을 여러 번 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 아웃라이어가 꼭 등장한다고 합니다. 독일(1997년 134명), 일본(2005년 167명)에선 무려 100명이 넘는 1등 당첨자가 나온 사례가 있습니다. 이들에 비하면 우리나라 30명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군요.

특히 자동 번호로 하지 않고, 수동 번호로 여러 장 산 사람이 1등에 당첨된 경우 실제보다 1등 당첨자가 많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정반대의 아웃라이어는 1등 당첨자의 수가 무척 적거나 아예 나오지 않을 때가 될텐데요. 2011년 10월 15일엔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았구요. 2012년 10월 13일과 2011년 2월 5일엔 1등 당첨자가 한 명씩만 나오면서 각자 132억원과 125억원이란 엄청난 금액을 받아갔습니다.

이처럼 당첨자가 무척 적을 수도, 또 많을 수도 있는 결과들이 모여 결국 10명 정도인 1등 당첨자의 평균 수치가 나오게 됩니다. 그러니 조작설에 크게 현혹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②매주 로또 판매 3000만장에서 8500만장으로 늘어나

그런데 여기서 또 의문을 제기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로또복권 초창기에는 거액의 당첨 사례가 많았는데, 지금은 1등 당첨자가 크게 늘면서 그런 경우를 보기 어려워졌다는 것인데요. 이는 한 장당 가격을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떨어트린 영향이 큽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판매 장수가 크게 늘 수 밖에 없습니다. 로또복권이 한 장에 2000원 할 때는 1만원으로 5장씩 사던 사람들이, 1000원으로 바뀌니 10장씩 사는 식입니다.

실제 로또 복권의 가격이 2000원일 때는 매주 3000만장 정도 팔렸는데, 요즘은 그 세 배에 가까운 8500만장씩 팔리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1등 당첨자도 늘고, 이들이 정해진 당첨금을 나눠 가지면서 평균 당첨액이 줄어드는 것이죠.

③1000원 내고 500원 따는 게임, 연간 4조원 어치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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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은 로또 복권을 ‘절대 이길 수 없는 게임’이라고 정의합니다. 이는 구입 가격과 ‘기대값’의 비교로 나타나는데요. 기대값이란 어떤 확률 게임을 계속할 때 평균적으로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보상의 크기를 나타냅니다.

로또복권 한 장의 기대값은 500원 정도 됩니다. 로또복권 구입자 가운데는 수십억의 당첨금을 받는 1등도 있는 반면, 돈을 그대로 날리는 사람들도 있죠. 이런 결과를 감안해 복권 한 장 당 받은 상금을 평균해 보니 500원 정도 된다는 뜻입니다.

결국 로또 복권 한 장을 구입한다는 것은 평균 500원 정도 상금을 바라고 1000원을 내는 꼴이 됩니다. 이에따라 경제학자들은 “복권을 구입하는 것은 무척이나 우둔한 일이고, 수입을 늘리려는 정부의 속셈에 놀아나는 꼴”이라고 조소합니다. 그러면서 ‘합리적인 경제인’으로 구성된 시장경제에선 복권이 절대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어디 현실이 그렇습니까. 지금도 매주 수많은 사람들이 복권을 사고 있습니다. 특히 경기 침체로 판매량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작년 로또복권 판매금액은 5조원을 훌쩍 넘었습니다. 10년 전 2조3572억원의 2배가 넘죠. 한탕을 바라는 사람들이 늘면서 벌어진 현상입니다. 크게 오른 집값에 소외된 사람들이 허망한 마음에 로또를 사는 경우도 많습니다.

④연봉 5000만원 소득자는 ‘20억원 로또’ 보유자?

그렇다면 우리가 고매한 경제학자들한테 조롱받을 정도로 그렇게 비합리적인 사람들일까요? 꼭 그렇진 않습니다. 우리가 돈을 벌고 쓰는 것은 어떻게 보면 ‘만족’을 위해서입니다. 비록 1등에 당첨되지 않더라도 복권을 산 뒤 ‘1등이 되면 뭘 하지?’ ‘당첨되면 배우자에게 비밀로 할까?’ ‘회사는 그만둬야 하나?’ 같은 고민을 하며 설렘을 느끼는 것.

그러면서 정신적 만족과 삶의 활력소를 얻는 것. 그것만으로도 복권을 구입하는 일은 충분히 가치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한 경제학자는 경기 침체기에 노동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더 커지고, 이를 정신적으로 해소하려는 욕구가 더 커진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복권은 그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대표적인 상품입니다. 최근 복권 판매가 늘 수 밖에 없는 이유죠.

그렇다고 사설 정보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매주 많은 돈을 들여 복권을 사선 안됩니다. 굳이 사겠다면, 경제학자들 말처럼 복권은 ‘평균적으로’ 절대 이길 수 없는 게임이니, 조그만 삶의 기쁨을 얻으실 수 있을 정도로만 구입하시는 게 좋습니다. 많아야 매주 5000원 정도로 말입니다.

/박유연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