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소문없이 망해간다는 운전학원 근황
이 장면을 보라. 일본 자동차기업 도요타가 ‘운전면허를 따자’라는 슬로건으로 몇년 전 만든 도라에몽 실사판 광고인데 유명 배우들이 등장한 초호화 캐스팅에 도라에몽 역할은 레옹 형님? (여기서 뭐하세요?) 당시 일본의 청년들이 운전면허를 따지 않는 현실을 반영했는데 지금 한국에서도 같은 일이 이미 벌어지고 있다. 유튜브 댓글로 “운전학원에 2030 수강생이 줄어드는 이유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2030 수강생이 적은 이유 첫째, 운전면허 학원비가 일단 비싸다. 운전면허 취득 관련 팁을 영상으로 만드는 유튜버 쇼리쌤님의 설명.
“학원비가 거의 한 80에서 90만 원 돈 하다 보니까 경제 능력이 없는 친구들은 유튜브나 실내 연습장이나 아니면 지인의 차를 가지고 연습을 해서 독학으로 공단 시험장이라고 그러죠. (그런 곳에서) 이제 독학으로 따는 친구들도 좀 있어요”
서울의 한 운전면허학원의 경우 2종 보통 따려고 할 때 85만원 정도를 내야한다. 아무리 인생에 한 번 있는 운전면허 시험이라해도 한꺼번에 투자하기 쉽지 않은 금액이다. 그래서 유튜브 영상으로 독학하거나 집에 있는 차로 혼자 연습하는 방법을 택하는 2030이 많아지고 있다. 또 과거와 달리 운전면허 시험이 까다롭지 않아 학원의 필요성이 줄어든 측면도 있다.
젊은층의 소득구조를 보면 더 이해가 된다. 20대 직장인의 1인당 평균연봉은 2453만원으로 최저임금을 연봉으로 따졌을 때보다 240만원밖에 높지 않고, 30대도 평균치가 4263만원이다. 비싼 차값에다 보험료, 유지비까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몇년 전만 해도 20대 카푸어가 늘어난다는 얘기들이 많았고 20대 신차 비중도 10%가 넘은 적도 있는데 지금은 옛말이 돼버렸다.
둘째, 당장 차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1인 가구가 많은 상황에서 대중교통이 편리한데 굳이 가다서다 지옥같은 출퇴근길 도로운전을 경험할 이유도 별로 없어보인다. 단거리는 킥보드, 따릉이 등 새로운 공용 근거리 이동수단으로 인해 차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들기도 했다.
셋째, 인구 구조 얘길 해야하는데 저출산으로 인구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운전면허 취득자가 지금 18세 이상 또는 이제 원동기장치는 16세 이상부턴데 그 수요가, 학령 인구가 줄다 보니까 젊은 층이 당연히 줄겠죠. 이제 취득하려는 사람들은 18세 이상 되는 사람밖에 없다 보니까 그 수요가 엄청나게 줄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그 인구 감소로 인해 갖고 신규 면허 취득자가 줄어들게 되는 거예요”
특히 이미 면허를 취득한 사람도 많아서 신규수강생이 생겨나기 어려운 구조다. 2022년 운전면허 소지자는 무려 3413만명이다. 우리나라 18세 미만 인구가 700만명 약간 넘으니까 전체 인구에서 이 나이대를 빼면 80% 정도가 이미 차량 운전면허가 있는 셈이다. 참고로 현행법상 성인 기준은 만 19세 이상이지만 1종 보통, 2종 보통과 소형 운전면허는 만 18세 이상부터 딸 수 있도록 해놨다.
이런 이유들로 전국의 자동차운전학원 수는 2005년 541곳에서 2023년 356곳까지 줄어들었다고 한다. 특히 젊은층 인구의 이탈이 심한 지방 도시들은 면허학원이 빠르게 폐업하고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학원 비용을 낮출 순 없는걸까. 연합회 차원에서 강습료의 하한선이 정해져있고 강사들의 인건비 문제로 비용을 낮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
“학원이라는 게 연합회라는 게 있어요. 거기 규정에도 문제가 되고 그리고 학원 운영상 비수기 성수기가 있기 때문에 학원의 성수기 때 비용 대비 비수기 때는 수익 창출이 학원가에서 많이 안 나와요. 비용이 안 나오다 보니까 학원비를 무조건 낮추다 보면 강사님들 급여 문제도 발생할 수밖에 없고요”
최근엔 장롱면허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별도 시설을 갖추지 않고도 도로연수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를 풀어줄 거란 보도도 있었다. 지금까지 알음알음으로 방문 연수받았던 게 사실은 음성화된 불법 도로연수였다는 얘긴데 얼마나 걸릴지는 좀 더 봐야겠지만 새로운 도로연수 서비스가 도입되면 운전학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더 줄어들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