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하나로 인생이 바꼈다고요? 사실..."
[인터뷰] 변우석이 직접 밝힌 풀스토리 "류선재가 되기까지"
'월요병'을 이겨내게 한 것은 물론, 월요일을 기다리게까지 한 남자. 배우 변우석이 한 사람을 향한 지고지순한 로맨스로 시청자들을 '선재 앓이'의 열병에 빠지게 했다.
변우석은 지난 28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극본 이시은·연출 윤종호, 김태엽)에서 극중 임솔(김혜윤)을 향한 애틋한 순애보와 직진 로맨스를 펼치는 류선재로 활약했다. 극중 34살의 최정상 아티스트와 19살 고등학생을 오가는 섬세한 연기력도 보여줬다.
특히 변우석은 임솔을 향한 계산 따위는 없는 무한한 애정과 깊은 사랑을 보인 류선재 역을 순수하게, 때로는 박력 있게 그리며 폭발적인 팬덤을 형성하며 일약 톱스타로 발돋움했다.
신드롬의 주역 변우석을 만났다.
드라마가 종영한 다음날인 2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변우석은 작품의 뜨거운 열기를 머금고 있었다. 훤칠한 키에 환한 미소,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는 그의 이야기에서는 지금의 인기는 온전히 시청자들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믿음도 느껴졌다.
모델 출신인 변우석은 2016년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를 시작으로 '모두의 연애'(2017년)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2019년) '청춘기록'(2020년) '꽃 피면 달 생각하고'(2021년~2022년) '힘쎈여자 강남순'(2023년)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왔다. 수없이 많은 오디션을 보고, 대본 리딩을 한 뒤에 "같이 못하겠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도 들었지만, 변우석은 "악바리처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돌이켰다. 그렇게 '선재 업고 튀어'까지 오게 됐다.
10개월 촬영, 2개월 방송. 무려 1년간을 선재라는 이름으로 살았고, 한동안은 선재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될 변우석으로부터 인기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얻게 된 소감과 드라마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변우석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인기 체감은...전주국제영화제가 시작"
- 드라마의 최종회를 극장에서 단체관람할 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화제였는데, 그 눈물은 어떤 의미였나.
"드라마가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작품 속 예쁘고 멋진 장면들은 모두 스태프들 덕분이었다. (제가 울었던 상영관이)스태프들이 많이 있던 상영관이었다. 그때 드라마를 보내고 싶지 않다는 감정도 들었다.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들면서 눈물이 났던 것 같다."
- 그야말로 신드롬의 주인공, 아이돌이 됐다. 소감은?
"아직도 어리둥절하다.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제 모습이 나온 것도 그렇고. (인기 실감은)전주국제영화제가 시작이었다. 전날부터 기다려주고, 레드카펫에서도 정말 많은 분들이 '선재야'라고 불러줬던 순간이 기억난다. 그때부터 실감이 났는데, 제가 아이돌이 됐다는 것보다 '선재라는 캐릭터를 정말 많이 사랑해 주시는 구나'를 느끼고 있다."
- 류선재라는 인물을 처음 접했을 때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대본을 읽으면서 '나한테 이런 대본을 주셨다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본이 너무 좋았다. 지문을 읽으면서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아름다웠고, 좋았고, (이 역할을)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대본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 드라마의 제작발표회에서 '로코 천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그걸 뛰어 넘은 분위기이다.
"하하. 그때 정말 떨렸다. 떨려서 한 얘기지만, 그런 수식어로 불러주시면 너무 감사하다. 로코를 좋아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천재'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 보도록 하겠다."
- 역할 하나로 배우 인생이 바뀐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사실 저는 어떤 작품이든 늘 최선을 다했고, 즐기면서 했다고 생각한다. 이쪽(연예계) 일이 제가 생각한 대로 되지 않는 곳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결과도 담담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한 꾸준함이 선재까지 올 수 있게 해주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선재를 연기할 때도 즐거웠고, 최선을 다했다. 이 마음은 꾸준히 가져가고 싶다."
- 체감하고 있는 변화가 있다면.
"(제안 받는)대본이 이전보다 많아졌다. 10배에서 20배 정도다. 정말 달라졌구나, 실감하고 있고 감사하다. 사극도 있고 현대극, 로맨틱 코미디도 있다. 아직은 열심히 읽고 있는 중이다. 어떤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대본을 읽을 때 마음이 동요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감정적으로 동요되는 작품을 만나서 연기를 잘 하고 싶다."
● "혜윤에게 고마워, 오로지 선재로 솔을 바라보게 해"
- 본명 대신 선재라고 불리고 있는데.
"너무 좋다.(웃음) 제가 연기하고 사랑했던 캐릭터로 불리는 게 정말 좋다. 앞으로 그럴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반면에 좋아해 준 만큼 다음 캐릭터를 할 때는 더 잘해보고 싶다. 어렸을 때 수학을 100점 맞은 적이 있는데, 칭찬을 엄청 받았다. 그때 다음에도 또 100점 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선재 이후에도 잘해내고 싶다."
- 김혜윤이 변우석을 두고 '멀어져가는 오빠의 뒷모습'이라고 표현했는데.
"혜윤이에 대한 감사함이 많다. 멀어져 간다는 말을 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혜윤이는 앞으로도 쭉 응원하고 싶은 친구다."
"마지막회에서 혜윤이가 선재와 솔이 함께 침대에서 일어나는 장면을 두고 '그때는 진짜 서로 사랑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해줬는데, 도움이 됐다. 그 말을 하고 쵤영에 들어간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감정이 있는 장면에서 혜윤이는 진심을 줬다. 오로지 선재의 마음으로 솔을 바라볼 수 있었던 건 혜윤이의 연기 덕분이었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 솔을 향한 선재의 사랑이 가능하다고 실제로도 생각하나. 무려 15년동안 짝사랑을 한다는 설정인데 말이다.
"제 주변에도 한 사람을 10년 이상 만나는 사람이 많다. 저도 누군가를 사랑했던 적도 있고. 한 사람을 오랫동안 좋아하고, 사랑하는 감정으로 접했을 때 충분히 선재와 같은 사랑의 감정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 2030세대 시청자가 특히 대리만족을 느끼는 부분은 '죽어서라도 지켜주고, 무조건 헌신하는' 두 사람의 관계인 것 같은데.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를 만나면 그 상대를 위해 희생할 수 있다는 감정은 모두가 가졌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드라마가 그걸 진하게 다뤘다. 판타지 드라마이기에 작가님께서 그 감정을 아주 '딥'하게 썼다. 이 작품을 봐준 분들은 분명 누군가를 좋아하고 희생하는 마음에 공감하고 있을 것 같다."
● "추천하고 싶은 예전 출연작은? '디어 마이 프렌즈'"
- 변우석이 꼽는 드라마 속 인상 깊은 장면이 있다면.
"모든 장면이 좋은데, 갑자기 이 장면이 떠오른다. 8회에서 솔이가 우리 집에 왔다가 '자고 들어갈게'라는 말을 듣고 제가 놀라서 소파로 달려가 다리를 꼰 뒤 잡지를 보는 척을 한다.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표현하고 싶은 걸 표현한 장면이다. 원하는 대로 연기를 표현하는 순간을 꿈꿔왔기에 그 장면이 생각난다. 34살의 선재가 하는 행동들이 좋았다."
- 15회 엔딩에서 솔에 대한 모든 기억이 없어진 선재가 기억을 되찾았다. 자칫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지만 '변우석의 눈빛이 다했다'는 평가도 있는데.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다. 그때는 솔이에 대한 생각에만 집중했다. '내가 좋아했고 사랑했던 솔이를 잊었고, 이제서야 깨닫고 다시 기억났다'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했더니 그런 식으로 표현이 됐다."
- 변우석 작품 다시 보기 열풍이다. 영화 '소울메이트'(2023년)는 재개봉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출연작이 있다면?
"모든 작품을 다 보셨으면 좋겠다. 하하! 꼭 한 편을 추천한다면 '디어 마이 프렌즈'이다. 제가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드라마 데뷔작이기도 하고 내용 자체가 정말 좋은 드라마이니까."
"저는 작품을 할 때마다 모든 순간 최선을 다했다. 사람들 눈에는 어색하고 연기를 못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당시 저로서 최선을 다해서 임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간의 작품을 봐주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 서울 팬미팅이 티켓 예매 당시 동시접속으로 70만명이 몰렸다. '주제 파악'이 시급하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알고 있나.
"여러 분께서 지금의 마음을 유지해 주신다면, 다음 팬미팅 때는 더 큰 곳에서 준비하겠다. (저에 대한)마음을 유지해 줬으면 좋겠다.(웃음)"
- 힘들었던 순간마다 힘이 되는 버팀목은 있다면?
"오디션에 많이 도전했는데 많이 떨어졌다. 대본 리딩을 하고도 떨어졌다. 욕도 많이 먹었다. 배우라는 길이 '나에게 맞는 일인가?' '계속하는 게 맞나?' 싶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는데 생각해 보면 오히려 그런 얘기를 듣고 '끝까지 한다'는 힘도 마음속에 생겼다. 악바리처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또 주변에서 저에 대한 믿음으로 끝까지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했다."
● "선재는 인생 캐릭터...보고 싶을 때마다 찾을 것"
- 선재 역할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이 생겼을 것 같은데.
"이번 드라마를 보면서 부족했던 부분들이 있고, 그 부분에 대해서 보완하고 다음 작품에서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생각이다. 어떻게 보면 부담이지만, 한 단계 더 깊이 있게 다가갈 수 있는 부분인 것 같기도 하다."
"'선재 업고 튀어'가 드라마의 주인공인 처음이었는데 컨디션 조절을 잘 못했다. 몇 개월 동안 거의 매일 촬영을 하는데 어떻게 하면 다음 작품에서는 더 좋은 컨디션에서 집중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 60살이 됐을 때 이 작품을 돌이켜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감사하다! 촬영 중간에도 이런 캐릭터를 줘서 (제작진께)감사하다고 얘기할 정도로 선재는 제 인생 캐릭터이다. 보고 싶을 때마다 돌려볼 생각이다. 쭉 간직하고 싶다. 저는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도 돌려보는 편이다. 모든 캐릭터를 사랑하는데, 특히 선재에 대한 사랑이 커서 많이 찾아볼 것 같다."
-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지만 매사 겸손하게 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저는 사실 걱정도 많고 생각도 많은 사람이다. 계속 의심하고 있다.(웃음) 제 자신에게 엄격하고 싶기도 하고. 그래야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정보다는 채찍질하는 타입이다."
- 일 안 할 때 변우석의 모습이 궁금하다. 또 가장 행복할 때는?
"쉴 때는 영화와 드라마를 많이 본다. 드라마는 거의 다 보는 편이다. 어떤 배우들이 나오는지 궁금해서. 대본을 읽을 때도 있다. 과일을 좋아하는데, 일 끝나고 집에서 과일을 먹거나 축구를 볼 때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