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에 가면 "주유 중 엔진 정지!"라는 문구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휘발유차 운전자들은 이 규칙을 대부분 잘 지키죠. 하지만 디젤(경유)차 운전자들 중에는, 시동을 켠 채로 주유하는 분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경유는 불이 잘 안 붙어서 괜찮아. 법적으로도 문제없어."
놀랍게도, 이 말은 사실입니다. 법적으로는, 경유차는 주유 중 시동을 꺼야 할 의무가 없습니다. 하지만, 법이 괜찮다고 해서 당신의 차와 지갑까지 괜찮은 것은 아닙니다.
이 '합법적인' 습관이, 당신을 수백만 원짜리 수리비 폭탄으로 이끌 수 있는 '최악의 습관'인 이유를 알려드립니다.
놀라운 진실: '법'으로는 괜찮습니다

위험물안전관리법은, 인화점(불이 붙는 온도)이 40℃ 미만인 위험물을 주유할 때만 엔진 정지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휘발유의 인화점: 약 영하 43℃ (매우 위험)
경유의 인화점: 영상 52℃ 이상 (상대적으로 안전)
따라서, 경유는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시동을 켠 채 주유해도 과태료 부과 대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왜 '최악의 습관'일까요?

1. 치명적인 '혼유 사고'의 함정 이것이 시동을 꺼야 하는 가장 중요하고, 가장 현실적인 이유입니다. '혼유 사고'란, 경유차에 휘발유를 주유하는 끔찍한 실수를 말합니다.
시나리오 1 (시동을 껐을 때): 주유원이 실수로 당신의 경유차에 휘발유를 넣었습니다. 당신은 시동을 걸기 전, 영수증을 보고 이 사실을 알아챕니다.
해결책: 견인 서비스를 불러, 연료 탱크를 비우고 세척합니다. 비용은 발생하지만, 엔진은 무사합니다.
시나리오 2 (시동을 켠 채였을 때): 주유원이 실수로 휘발유를 넣는 순간, 당신 차의 엔진은 그 휘발유를 실시간으로 빨아들이기 시작합니다.
해결책: 윤활 성분이 전혀 없는 휘발유는, 경유로 윤활되도록 설계된 '고압펌프'와 '인젝터' 등 연료 계통의 핵심 부품들을 순식간에 갈아버립니다. 연료 계통 전체를 교체해야 하는 대수술로 이어지며, 수리비는 수백만 원에서, 심하면 천만 원을 훌쩍 넘길 수 있습니다.
2. 0%는 아닌 '화재 위험' 경유가 휘발유보다 불이 덜 붙는 것은 사실이지만, '불연성' 물질은 절대 아닙니다. 엔진이 작동하며 발생하는 정전기나 전기적 스파크가, 주변에 넓게 퍼진 경유 유증기와 만나 화재나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3. 기본적인 '안전'과 '에티켓' 시동이 걸린 차는 언제든 실수로 움직일 수 있는 위험한 상태이며, 주유소 내에서 불필요한 소음과 매연을 발생시키는 비매너 행동이기도 합니다.

법은 당신에게 '괜찮다'고 말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의 지갑과 자동차는 "제발 끄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주유 중 시동을 끄는 단 10초의 습관. 이 간단한 행동이, 당신을 최악의 혼유 사고와 수백만 원의 수리비 폭탄으로부터 지켜주는 가장 확실한 방어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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