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늘귀에 실 꿰듯 스윙을 해보라!
[골프한국] 골프를 하면서 배운 것을 쉽게 재현하고 지속 가능한 기량으로 굳히는 데는 '이미지 만들어 내기'만큼 효과적인 것을 찾기 어렵다. 유명한 골프 교습가들은 스스로 독창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프로 지망자들에게 기본을 터득케 하고 스윙의 변형을 예방하도록 가르친다.
헤드 업 방지를 위해 머리 위에 칼침이 있거나 코에 낚싯바늘이 끼어있다고 상상하고 스윙하는 것, 스윙 궤도를 유지하기 위해 옛날식 전화 다이얼을 돌리는 느낌으로 스윙하는 것, 볼을 쳐낼 때 상체가 목표 방향으로 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몸의 왼쪽에 벽이 있다고 상상하는 것, 몸의 경직을 방지하기 위해 앞에 볼이 없다고 생각하고 스윙하는 '노 볼 메소드', 볼을 정확히 스윗 스팟에 맞히기 위해 볼 앞에 민들레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 민들레의 밑동을 잘라 낸다는 느낌으로 스윙하는 것 등 골프를 잘하기 위해 동원되는 이미지는 무수히 많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얼마나 정확히 스위트 스팟에 볼을 맞힐 수 있느냐로 갈린다. 프로는 90% 이상 스위트 스팟으로 볼을 가격하지만 아마추어의 정타율은 50%를 넘기 어렵다. 정타율이 낮은 만큼 자연히 비거리는 줄고 방향성도 떨어진다.
주말골퍼들이 스윗 스팟에 볼을 잘 맞히지 못하는 이유는 많다.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고 기본을 제대로 익혔는데도 볼을 스윗 스팟에 맞히기는 영원한 숙제 같다. 레슨프로로부터 제대로 배우고 일정 기간 열심히 연습했다고 해도 배운 대로 재현하기란 어렵다. 아침에 깨달았다가도 저녁이면 잊히는 것이 골프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골프는 '축의 운동'임을 듣지만 막상 필드에서는 회전 중심축을 지키지 못하고 전후좌우로 심하게 스웨이를 하거나 잘못 익힌 스윙 동작을 보완하기 위한 자신만의 임기응변식 보정 동작을 취하기 마련이다.
장타를 치겠다고 힘껏 휘두르는 스윙은 십중팔구 미스샷을 유발한다. 강한 샷을 날리겠다는 욕심으로 그립을 강하게 잡거나, 클럽 헤드를 강하게 끌어내리겠다고 힘을 쓰면 필경 팔과 어깨 허리 등의 근육에 경직을 초래한다. 근육의 경직은 부드러운 스윙은 물론 궤도마저 무너뜨리고 스윙 스피드를 줄이는 브레이크 역할을 할 뿐이다.
비교적 회전 중심축을 지키려 애쓰는 필자는 최근 색다른 이미지로 효험을 보고 있다. '실을 바늘귀에 꿴다'는 이미지로 스윙하는 것이다. 이 이미지를 체화한 결과는 '에이지 슛(age shoot, 자신의 나이와 같거나 그 이하로 스코어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 전 69타로 에이지 슛을 경험한 뒤 1년에 한두 번 맛보다 최근 자주 경험할 정도로 이 이미지는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초등학교에 다니기 전 외할머니는 자주 내게 바늘귀에 실을 꿰어 달라고 하셨다. 외할머니는 눈이 어두워지자 실을 바늘귀에 끼는 일을 매우 어려워하셨지만 나는 쉽게 실을 꿴 기억이 난다.
우연한 기회에 스윙 연습을 하면서 바늘귀에 실을 꿰던 옛 기억이 떠올랐다. 좁은 바늘귀에 실 꼬리를 넣으려면 바늘을 쥔 손이나 실을 쥔 손이 흔들리지 않고 정확하게 서로 맞아야 하는데 골프 스윙도 바늘귀에 실을 꿰는 동작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이버나 아이언의 헤드는 넓지만 스윗 스팟은 매우 좁다. 그 좁은 지점에 볼을 정확히 맞히려면 바늘귀에 실을 꿰듯 정교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기 위해선 어드레스 때 취한 동작을 가격할 때까지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중심축이 무너지거나 미세한 스웨이라도 생기면 점에 가까운 스윗 스팟에 볼을 맞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을 바늘귀에 꿰는 이미지로 스윙하는 습관을 익히니 방향성은 물론 비거리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그러나 지나치게 바늘귀에 실을 꿰는 동작에 집착할 경우 스윙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도 깨달았다.
실을 바늘귀에 꿰듯 불필요한 동작을 최소화하고 중심축을 철저하게 지키는 스윙 연습은 분명 효력을 볼 수 있다고 장담한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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