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이라도 따뜻하게 안고 싶다"…눈물의 메시지[이태원참사 2주기]
[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박정빈 인턴기자 = "엄마, 아빠, 예비 신랑이 널 많이 보고 싶어 해. 붙잡지 않을 테니 한 번이라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으면 좋겠다."
"선생님 보고 싶어서 왔어요. 저희는 선생님의 예쁜 모습 생생히 기억하고 있어요. 그곳에서는 더 행복하시길 바라요."
"사랑하는 내 새끼. 엄마가 너무 늦게 왔네 엄마랑 이제 가자. 이제 행복하고 아프지 말고 거기서는 네가 못다 한 꿈을 이루고 영원히 살아야 한다. 사랑하는 엄마가."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은 29일 오후 7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메시지 낭독문화제가 열렸다.
이태원 기억담기 활동가들이 희생자의 유족과 지인, 시민들이 남기고 간 추모 메시지를 낭독했다. 아이들과 함께 자리한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직후인 2022년 11월 한 유족은 "사랑하는 동생아.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한 번만이라도 꿈에 나와서 하고 싶은 걸 다 하기 바란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다른 유족들도 "여보 1년이 되어가요 아직도 사실인지, 뭐가 뭔지 믿기지 않지만 사랑해요. 죽어서 만나요", "누나, 1년 동안 여기 오는 게 너무 무서웠는데 극복하고 싶었어. 조금만 기다려주면 누나에게 갈 거야. 너무너무 미안해"라는 글을 남겨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일본인 희생자의 지인은 "유학 생활이 이제 4개월 뒤에 끝나. 모두와 함께 재밌게 지내고 있으니 너도 건강하게 잘 지내"라고 전했다.
한 외국인은 "당신은 제가 한국에서 지내기 더 좋게 만들어줬어요. 친구가 되어 기뻤습니다. 친구가 돼 주어 고맙습니다"라고 밝혔다.
참사가 일어난 골목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는 상인은 "이태원에서 계속 장사하면서 먹먹하고 우울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참사 현장인 골목 안쪽에 위치한 편의점 점주는 시민들을 위해 국화꽃 159송이를 준비해 가게 앞에 올려놨다.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그 자리에 고인들과 있었다. 해밀톤 호텔 근방에 왔을 때 경찰들이 뛰어가는데 코스프레인 줄 알았다. 한참 뒤에 잃어버린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다시 왔는데 차갑게 식은 당신들뿐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심폐 소생술을 받던 순간이 현실이 아니길 바랐다. 그저 즐거운 날이어야 했는데. 살날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비극을 겪어야 하는지."
"언니, 나는 요즘 다정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 중이야. 아침에 내 알람 소리에 깨서 너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날 챙겨줬던 따듯함이 그리워. 창문을 열고 차가운 바람을 맞던 그때가 그리워."
이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골목에는 희생자들을 기리는 국화와 꽃다발이 가득했다. 낭독문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지나가는 시민이 따뜻한 녹차를 전하기도 했다.
두 아이와 함께 낭독회에 참여한 김모씨는 "아이들에게 언니, 오빠들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해주고 추모하고 싶어서 왔다. 이 일이 있고나서 도움이 되고, 힘이 되고 싶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런 것밖에 없는 것 같아서 나왔다"며 눈물을 보였다.
낭독회 자원활동가인 양진영 제천 간디학교 교사는 "시민들이 남긴 포스트잇을 보면 여전히 기억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구체적인 언어가 유족들께 위로가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년 전과 달라진 점은 사람들이 이태원 참사에 대해 냉소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라며 "피해자 개인을 탓하고 분위기가 있는데, 개개인을 비난하는 것보다는 참사를 기억하고 어떻게 같이 슬퍼할 지 고민하는 사회가 더 따뜻한 사회인 것 같다. 사람들이 이 참사를 나의 일로 기억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2년 10월29일 서울 이태원동의 경사진 좁은 골목에 인파가 몰리며 158명이 숨지고 196명이 다쳤다. 이후 생존 학생 1명이 심적 고통을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 참사 희생자는 159명이 됐다.
참사 2주기를 맞아 이날 서울 곳곳에서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이태원 일대에서는 위령제와 이태원참사 2주기를 기억하는 행동독서회가 진행됐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진실과 기억' 추모식에는 유가족과 생존자,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가 참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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