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머물다 시청률 '3%' 돌파…드디어 제대로 터지나 모두 주목하고 있는 한국 드라마

2% 시청률로 시작해 넷플릭스 상위권 점령
사진= JTBC

JTBC 토일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대작들이 즐비한 주말 안방극장에서 초반 2%대의 낮은 시청률로 고전하던 작품은 종영을 앞두고 시청률 3.9%를 기록하며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화려한 액션이나 자극적인 복수극은 없지만 타인과의 비교 속에 스스로를 갉아먹는 현대인의 민낯을 처절할 정도로 솔직하게 그려내며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한 덕분이다.

무가치함이라는 보편적 질병과의 사투

드라마는 '잘난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만 안 풀려 시기와 질투로 괴로워 미쳐버린 인간의 평화 찾기'라는 지독히도 현실적인 로그라인에서 출발한다. 드라마가 던지는 질문은 뼈아프다. 인격적으로든 외모적으로든 혹은 경제적으로든 우리는 왜 그토록 '괜찮은 인간'임을 증명받고 싶어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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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인물들은 자신의 무가치함을 가리기 위해 요란하게 허우적댄다. 잘나서 증명할 수 없다면 망가져서라도 남달라져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그 욕망이 좌절될 때마다 타인을 증오하거나 스스로를 혐오한다. ‘모자무싸’는 이런 추한 감정들을 외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기와 질투를 어금니 꽉 깨물고 견뎌내는 인간과 그런 못난 이를 차마 내치지 못하고 끌어안으려는 주변인들의 분투를 통해 묘한 위로를 건넨다.

배우 구교환이 연기하는 황동만은 드라마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대학 영화 동아리 '8인회' 멤버 중 유일하게 20년째 데뷔하지 못한 지망생. 성공한 친구들 사이에서 그는 누구보다 신랄하게 세상의 모든 영화를 비판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본인도 알고 있다. 자신이 전쟁 한 번 겪어보지 않고 전우회에서 썰을 푸는 노병과 같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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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정신없이 떠드는 이유는 단 하나, 가만히 있으면 자신이 없는 듯한 공포 때문이다. 타인의 무시 섞인 시선을 견디기 위해 전날의 일상부터 일주일 전의 사소한 사건까지 모조리 끄집어내는 그의 모습은 처연하기까지 하다. "내가 말이 많은 건 나를 형편없는 인간 보듯 하는 너희 탓도 있다"는 그의 외침은 무관심과 소외 속에서 사라지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현대인의 비명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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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고윤정이 연기하는 변은아는 '유기(遺棄) 공포'를 드러내는 인물이다. 어린 시절 방치됐던 기억은 트라우마가 돼, 성인이 된 후에도 관계의 위기가 올 때마다 그의 숨을 조이고 코피를 쏟게 만든다. 버려지는 것에 대한 극심한 공포를 지닌 그에게 황동만은 기이한 관찰 대상이자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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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은아는 나약함의 냄새를 맡는 데 도가 터 있다. 도태된 인간을 경멸하며 잘난 이들과 한 몸이 되려 했던 어머니를 보며 자랐기 때문이다. 황동만은 객관적으로 도태됐고 확실히 유기된 남자지만 변은아는 그에게서 나약함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경탄한다. 친구들에게 상처받아 눈물콧물을 쏟으면서도 다음 날이면 다시 나타나 히히덕거리는 동만의 회복력, 사춘기 소년처럼 열려 있는 그의 마음은 은아에게 치유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비주류의 반격, '정신 차리지 않아도 괜찮아'

‘모자무싸’는 넷플릭스 ‘대한민국 톱10 시리즈’ 상위권을 유지하며 OTT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자극적인 재미를 넘어 '정신없고 산만한데 아무튼 불행하지 않다'는 동만의 정체성이 주는 해방감 덕분이다. 타인의 인정에 목매던 주인공이 누군가 자신의 말을 귀담아들어 주는 경험을 통해 비로소 가만히 있을 수 있게 되는 과정은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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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작인 ‘21세기 대군부인’이나 ‘은밀한 감사’가 화려한 서사로 눈을 사로잡는다면 ‘모자무싸’는 시청자의 심연을 건드린다.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워본 적 있는 모든 이들에게 드라마는 "당신도 약하지 않다"는 응원을 보내고 있다. 종영을 일주일 앞둔 지금 황동만이 과연 20년의 침묵을 깨고 자신만의 영화를 세상에 내놓을 수 있을지, 변은아가 마침내 유기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대중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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