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벽에 날아드는 불화살?...날씨가 만든 찰나의 예술
[앵커]
날씨는 매일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옵니다.
때로는 예상치 못했던 환상적인 모습을 잠시 보여주기도 하는데요
카메라에 포착된 찰나의 예술작품을 정혜윤 기자가 소개합니다.
[기자]
평화롭던 제주 밤하늘에 갑자기 빛 기둥이 등장했습니다.
아래쪽 돌담이 마치 성벽처럼 보이는 순간,
사진은 오랜 과거, 성벽을 향해 불화살이 날아드는 전투의 한 장면을 연상하게 합니다.
오징어잡이 배의 집어등이 하늘의 구름에 반사되며 나타난 보기 드문 현상입니다.
경기도 광주의 남한산성 위에서 포착한 하늘
소나기가 내리다 멈춘 하늘에서 구름 사이로 햇살이 마치 서광처럼 비춥니다.
그런데 바로 옆에는 먹구름이 발달하고 장대비가 쏟아집니다.
하나의 도시 안에서 두 개의 상반된 날씨가 나타나는 모습이 사진 안에 담겼습니다.
마을 앞, 바다로 난 길의 아스팔트가 종이처럼 부서졌습니다.
여전히 성난 파도는 하늘을 찌를 듯 높게 으르렁거립니다.
태풍 '힌남노'가 할퀴고 간 흔적은 자연의 무서움과 인간의 나약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줍니다
사진이 아닌 동영상에는 특이한 현상이 잡혔습니다.
산 정상에서 구름과 안개로 둘러싸인 아래를 향해 카메라를 향한 순간,
무지개색으로 빛나는 동그란 원이 나타납니다.
그 중간에 마치 동물처럼 보이는 그림자가 희미하게 드러납니다.
'브로켄 현상'으로 불리는 것으로 원인을 알지 못한 과거에는 '산속 요괴'로 불렸습니다.
[우진규 / 기상청 통보관 : 산의 정상이나 능선 상에서 등 뒤로부터 해가 비칠 때 자신의 그림자가 전방의 안개나 구름에 비치는 기상·과학 현상을 '브로켄 현상'이라고 합니다.]
40회를 맞은 기상·기후 사진전에는 이 밖에도 마치 용이 솟아오르는 듯한 바다의 토네이도, 용오름,
하루 192mm, 물 폭탄이 쏟아진 광명시의 물에 잠긴 도로를 위험천만하게 달리는 버스,
가뭄에 바닥이 드러난 강을 초록빛 식물, 명아주가 점령한 모습도 전시됐습니다.
날씨가 연출한 순간의 아름다움과 신비한 현상들을 담은 사진과 영상은
오는 23일부터 기상청 누리집과 정부 대전청사에서 온·오프라인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YTN 정혜윤입니다.
YTN 정혜윤 (jh030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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