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가 가장 먼저 잊는 것 2위 '가족', 1위는?

조회수 2023. 4. 1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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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환자의 8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당신에게서 '내가 누구인가' 하는 것을 빼앗아가죠. 인간에게 그보다 더 큰 공포가 있을까요? ... '인간으로서 내가 누구인가'를 규정하는 경계를 뜯어내버리죠.

하버드대학교 신경학 교수 루돌프 탄지 Rudolph Tanzi의 말이다. 그는 PBS 다큐멘터리 <잊는다는 것 : 알츠하이버병 환자의 초상>에서 알츠하이버병의 최후를 명확하게 설명한다.

노르웨이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60세 여성 클레어는 말했다.
"정말 힘들어요. 당신과 함께 살아온 사람이 눈앞에서 사라져 버리는 겁니다."

가족들은 알츠하이머병 말기인 클레어의 아흔 살 아버지를 양로원으로 보냈다. 그녀와 어머니는 아버지를 자주 방문했다.

아버지의 몸은 예전 그대로예요. 하지만 아버지의 눈을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정말 아무것도 없어요.

알츠하이머는 자아를 잃게 만든다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의학보고서들에서도 클레어와 비슷한 맥락을 이야기한다.

  • 자아의 지속적인 부식
  • 부적절한 자아
  • 존재하지 않는 한계점까지 떠밀리는 표류
  • 자아의 완전한 상실

만약 정말로 알츠하이머병이 자아를 지워간다면, 그 부식은 정말로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계속되는 걸까? 우리는 알츠하이머병이 날짜나 시간을 기억하는 능력 또는 가족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 바지를 입거나 양치를 하지 못하는 등 자기 자신을 건사하지 못할 정도로 인지 능력을 파괴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설사 감각능력과 운동기능이 온전하다 하더라도 인지와 그에 수반되는 능력이 완전히 파괴되었다면, 그 사람의 자아에 과연 무엇인가 남아 있기는 한 것일까?


뇌과학 : 자아는 존재하지 않는다

뇌과학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완전히 새로운 답을 내놓았다.

자아라는 것은 없다.

‘나는 누구이며, 무엇으로서 존재한다’는 감각, 곧 ‘자아’에 관하여 뇌과학은 오랫동안 탐구해왔다. ‘자아’는 뇌의 다양한 기관과 연결된다. 연구에 따르면 섬엽피질, 측두정엽, 내측 전전두엽피질 등이 자아와 보다 중요하게 연관된 기관이다.

어릴 적부터 만들어지는 기억, 우리 몸에 축적되는 일련의 활동들(신발 신기 등 반복으로 학습한 활동), 현실에서 느끼는 생생한 감정 등도 ‘자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알츠하이머병으로 10대~30대에 만들어지는 ‘자아’에 관한 ‘핵심기억’을 상실할 경우, 전과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변하는 것처럼 말이다.

동시에 ‘자아’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고정된 신체기관은 없다. 뇌에서 ‘자아’라는 별도의 분류로 인지정보가 저장된다는 증거도 없다. 쉽게 말하면, 뇌는 ‘자아’라는 것을 따로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아’란 다만 몸과 기억, 의식과 정서 등을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일련의 신경 프로세스의 결과물일 뿐, 따라서 ‘고정된 나’는 환상에 불과한 셈이다.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난제, 자아

오늘날 대체적으로 신경과학과 뇌과학은 ‘자아는 허구’라는 입장에 동의한다. 그럼에도 ‘자아’는 우리에게 여전히 중요한 기능이다. 진화적으로 ‘자아’는 인간의 인지와 경험을 효율적으로 통합하고 생존력을 키우기 위해 등장했다. 자아는 우리가 한 사람의 인간이라는 감각, 나를 나로 만드는 감각에서 필수적인 것이다.

사회에서도 ‘자아’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번뇌와 욕심을 덜어내는 ‘무아’, 나를 잊음으로써 오히려 나에게 집중하는 ‘몰입’이나 ‘마음챙김’ 모두 ‘자아’와 연결된다. AI의 등장으로 ‘자아’는 더욱 중요한 논점으로 떠올랐다.

‘자아’가 허구임에도 여전히 우리가 ‘자아’에 주목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나’의 가치를 우리가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자아’의 실체를 탐구해온 과학 저널리스트 아닐 아난타스와미는 ‘자아’의 존재에 관해 일관적으로 답한다.

자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든 곳에 존재한다.

“21세기 신경과학이 대답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 -
‘자아는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답하는 책”
_ 정재승(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뇌과학이 밝힌 인간 자아의 8가지 그림자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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