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추적 불가” 내세운 VPN 업체… 폭파 협박 악용 우려
주요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폭파 협박이 잇따르는 가운데 일부 가상사설망(VPN) 업체들이 ‘경찰 추적 회피’를 홍보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최근 카카오와 네이버(NAVER), 삼성전자, KT, 현대차 등의 본사를 폭파하겠다는 협박 글이나 메일이 연이어 접수됐다.

사건마다 접속에 사용된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가 서로 다른 국가로 나타나 경찰은 VPN을 활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지난 21일 오후 9시 51분쯤 카카오 CS센터(고객센터) 게시판에 올라온 “카카오 판교 아지트에 고성능 폭탄을 설치했다”는 협박 글의 IP 주소는 이탈리아로 확인됐다.
VPN은 사용자의 인터넷 트래픽을 암호화된 ‘보안 터널’을 통해 VPN 서버로 우회시킨 뒤 웹사이트에 접속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국내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를 통한 직접 접속과 달리 VPN을 사용하면 실제 IP 주소가 노출되지 않는다.
VPN은 기업의 사내 네트워크(인트라넷) 접속을 보호하거나, 공용 와이파이를 사용할 때 해커의 공격을 방지하는 등 순기능이 있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

특히 일부 VPN 업체가 정부나 경찰의 추적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홍보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한 VPN 업체는 안내문에 “VPN 업체가 협조하지 않는 한 당국은 VPN 사용자의 활동을 추적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VPN 제공 업체가 스위스나 파나마처럼 데이터 보호 규정이 엄격한 국가에 기반을 둔 경우 경찰이 사용자의 데이터에 액세스(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1억회 이상 다운로드된 VPN 업체도 자주 묻는 질문들(FAQ)에 ‘경찰이 암호화된 VPN 트래픽을 모니터링할 수 없다’고 적었다. 1000만회 이상 다운로드된 VPN 업체도 “간단하게 말하면, (VPN을 사용하면) 경찰이 실시간 트래픽을 추적할 수 없다”고 했다.
이른바 ‘노 로그(No Log)’ 정책을 강조하며 VPN 유료 결제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노 로그는 방문한 웹사이트, 연결 시간, 실제 IP 주소 등을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한 유료 VPN은 “무료 VPN 업체는 기록을 운영비 확보를 위해 제3자에게 팔 수도 있지만, 노 로그 정책에 따르는 우리 기업은 신뢰해도 된다”는 취지의 안내문을 게시했다.
다만 경찰은 VPN 업체의 협조 여부에만 수사가 좌우되는 것은 아니며, 국제 공조 역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IP 주소 우회만으로 모든 흔적·증거를 지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라고 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국내 VPN은 물론 해외 VPN 업체들도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했다.
폭파 협박은 올해 신설된 공중협박죄로 처벌 대상이다. 실제 피해 여부와 무관하게 다수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가할 내용으로 공연히 공중을 협박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상습범의 경우 형량을 7년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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