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로 뒤지던 그 순간, 아무도 몰랐다"…한화, 문현빈 스퀴즈·채은성 3점포로 뒤집은 1위의 품격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또다시 증명했다. 이 팀은 결코 쉽게 무너지는 팀이 아니라는 사실을.
7월의 첫날,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 모인 1만 관중은 8회말 그라운드에서 펼쳐진 한 편의 드라마를 목격했다.
0-4로 뒤진 경기를 8-4로 뒤집은 기적 같은 반전.
문현빈의 결승 스퀴즈 번트와 채은성의 쐐기 3점 홈런은 한화가 왜 올 시즌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지 다시금 입증하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날의 승리는 단순히 한 경기의 역전승에 그치지 않았다.
6월 내내 1위를 지켜낸 한화의 단단한 뿌리, 그리고 김경문 감독의 냉철한 리더십이 만들어낸 결실이었다.
🏟️ ‘약속의 8회’…0-4에서 8-4로, 이길 수 없던 경기를 뒤집다

이날 한화의 경기는 출발부터 불길했다.
선발 와이스가 흔들리며 4회까지 4점을 내주자, 대전 구장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NC 타선은 초반부터 공세를 퍼부었다. 1회초 최정원과 박민우의 연속 안타, 데이비슨과 박건우의 적시타로 손쉽게 2점을 빼앗았다.
이어 4회초에는 손아섭의 2타점 적시타까지 터지며 한화는 0-4로 밀렸다.
관중석 곳곳에서 “오늘은 쉽지 않겠다”는 탄식이 번졌다.
그만큼 선발 라일리의 구위도 완벽에 가까웠다.
7이닝 동안 9탈삼진을 뽑으며 한화 타선을 봉쇄했다.
그러나 한화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5회말 노시환의 비거리 125m 중월 솔로 홈런이 신호탄이었다.
7회에는 문현빈이 45일 만에 터뜨린 시즌 9호 우월 홈런으로 2점 차까지 추격했다.
그리고 드디어 8회말, 한화의 저력이 폭발했다.
최재훈의 2루타, 이원석의 볼넷으로 무사 1,2루를 만들었다.
심우준의 번트로 2,3루 기회를 잡았고, 황영묵의 2루 땅볼 때 NC의 실책이 겹치며 1점을 만회했다.
곧이어 리베라토가 동점 적시타를 터뜨리자, 벤치의 표정이 달라졌다.
그리고 가장 극적인 장면이 이어졌다.
4-4 동점에서 문현빈이 2구째 기습 스퀴즈 번트를 시도했다.
볼이 절묘하게 1루 라인으로 굴러갔고, 그 사이 3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대전 구장은 순식간에 폭발했다. 마침내 5-4 역전.

이 분위기를 놓치지 않고 채은성이 우중월 3점포까지 쏘아올렸다.
승부는 그 순간 완전히 기울었다.
⚾ 불펜이 완성한 ‘1위의 야구’

이날 경기 후반, NC 불펜은 총체적 난조에 빠졌지만 한화는 달랐다.
4이닝 4실점으로 무너진 선발 와이스의 빈자리를 황준서, 김종수, 김범수, 주현상이 완벽하게 메웠다.
특히 김범수는 시즌 첫 승과 함께 12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이렇듯 한화의 불펜진은 올 시즌 내내 고비마다 실점을 억제하며 ‘승리의 방패’ 역할을 해왔다.

문현빈은 이날 3타수 2안타 2타점으로 결승과 추격의 중심에 섰고, 채은성은 부상과 부진을 딛고 3점 홈런으로 부활을 알렸다.
이 경기야말로 1위 팀다운 집념과 집중력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였다.
🟢 6월에도 흔들리지 않은 선두…숫자로 본 한화의 저력

한화는 6월 내내 거센 추격을 받았다.
롯데, LG, 삼성 등이 치열하게 따라붙었지만 끝내 선두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다.
6월 29일 기준 한화는 29승 18패(승률 0.617)를 기록했다.
2025 시즌 초반 3할 타율을 기록하던 중심타선이 주춤했음에도, 그 자리를 투수력이 완벽히 채워줬다.
특히 외국인 듀오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는 ‘리그 최강 선발진’이라 불러도 무방할 활약을 했다.

폰세는 17경기에서 11승 무패, 평균자책점 1.99, 150탈삼진으로 전 부문 1위에 올랐다.
와이스도 16경기 9승 3패 평균자책점 3.02. 두 선수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는 각각 리그 1위와 8위였다.

이 강력한 투수진이 매 시리즈 한 번씩은 무조건 승리를 챙겨주었기에, 연패 없이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 수비와 주루, 작은 것에서 차이를 만든 야구

한화는 화려한 타선으로 승부하는 팀은 아니었다.
6월까지 팀 공격지표는 리그 8위권에 머물렀다. 하지만 실책 최소, 주루에서의 과감한 움직임이 한화 특유의 ‘치밀한 야구’를 가능하게 했다.
선수들은 상황에 따라 몸을 사리지 않는 주루와 번트를 선택했고, 이는 평균 이상의 득점 생산력으로 이어졌다.
문현빈의 스퀴즈 번트는 그 상징적 장면이었다.
🟣 김경문의 리더십…“들뜨지 않게, 하지만 주눅들지도 않게”

한화의 1위 질주는 감독의 운영에서도 빛이 났다.
김경문 감독은 “6월을 잘 버텼다. 7월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1위를 지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의 장점은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용병술’에 있다.
부진한 베테랑도 필요할 땐 과감히 기용하고, 젊은 선수에겐 기회를 줬다.
그 유연함이 팀 내 분위기를 건강하게 만들었다.
🟢 팬들의 응원이 만든 상승 곡선

7년 만에 1위를 달리는 팀에 대전 팬들의 열기가 매 경기 폭발했다.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함성과 응원이 선수들의 자신감을 키웠다.
한화의 8연승, 12연승 모두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 속에서 만들어졌다.
오랜 시간 ‘가을야구와 멀어진 팀’이었던 한화에게, 이 에너지는 무엇보다 값진 자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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