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을 본 순간 뱃속의 아이가 유산됐다”...암컷들의 처절한 생존전략 [생색(生色)]
[생색-35] 영원할 것 같던 그의 시대도 어느새 낙조처럼 저물고 있었습니다. 조직을 휘어잡던 카리스마도, 뿜어내던 성적 매력도 흐릿해져 갔습니다. 젊고 용맹한 새로운 수컷의 도전에, 그는 제대로 응전하지 못했습니다. 몇 차례 힘겨운 몸싸움 끝에, 녀석이 결국 도전자에게 왕좌를 내어줍니다. 허무한 정권교체였습니다.
용맹하기 그지없는 수컷의 새 시대가 열렸습니다. 새로운 새로운 지배자 앞에 모든 이들이 고개를 조아립니다. 지배자가 된 수컷 우두머리가 무리를 둘러봅니다. 암컷 몇몇의 볼록한 배가 눈에 띕니다. 전 두목의 새끼들입니다.
새로운 수컷쥐를 만났을 때 임신한 암컷 쥐가 어떻게 행동했을까요. 며칠 후 암컷과 수컷은 사랑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암컷 쥐가 새 수컷 등장 이후 유산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부르스 박사는 또다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합니다. 임신한 암컷 쥐 우리에, 낯선 수컷 쥐를 넣은 건 동일합니다. 하지만 새로 등장한 이 녀석에게 어쩐지 익숙한 냄새가 납니다. 그렇습니다. 전 남친(?)의 소변을 새로운 수컷에게 잔뜩 뿌린 것이었습니다. 과연 암컷 쥐의 반응은?
새로운 놈에게 전혀 반응하지 않고, 임신 상태를 유지합니다. 마치 결혼 15년 차 남편을 보는 듯 편안하기 그지없습니다. 임신 상태도 온전히 유지되었지요. 부르스 박사는 “오줌에 있는 페르몬향이 암컷의 행동을 결정짓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실제로 새로운 수컷 쥐의 성적 매력 혹은 스트레스가 암컷의 임신 중단을 결정한다는 증거가 또 발견됩니다. 임신한 암컷 쥐 우리에 거세한 수컷쥐를 넣어 봤더니 유산율이 전혀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성적으로 미숙한 어린 수컷 쥐를 넣었을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암컷의 임신 중단은 새 수컷과의 미래(혹은 폭력적 교미)가 예상될 때만 이뤄진 것이지요.
암컷이 이같이 진화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설치류를 비롯한 부르스 효과를 보이는 동물들의 사이에선 ‘영아 살해’가 왕왕 일어나서입니다. 새로운 수컷은 새 여친(?)이 전 남친(?)과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용인하지 않습니다. 대개는 물어뜯어 죽여버리곤 하지요.
이들을 죽이지 않으면 새 여친이 새끼 양육에 공을 들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자신의 번식 기회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동물계의 ‘영아 살해’가 빈번한 이유입니다.
새로운 수컷쥐가 지속적으로 소변을 통해 자신의 페르몬을 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암컷에게 출산을 중단하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지요. 수컷의 번식욕이 암컷의 임신 중단을 끌어낸 셈입니다.
암컷들은 새 두목의 체제에 ‘홑몸’으로 적응을 준비합니다. 어쩌면 홑몸을 강제당한 것일 수도 있겠지요. 번식의 과정은 때론 아름답게, 때론 너무나 폭력적으로 우리에게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ㅇ임신한 암컷쥐 옆에 새로운 수컷 쥐를 붙여 놓으면 유산율이 높아지는데, 이를 ‘부르스 효과’라 한다.
ㅇ새 수컷이 암컷의 새끼를 죽일 가능성 때문에 유산율이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ㅇ영장류 젤라다도 수컷 리더가 바뀌자 80%나 유산하는 사례가 관측됐다. 번식이 이렇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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