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근교에 이런 데가?” 정조가 쉬던 숨은 왕실 힐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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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수원시 ‘방화수류정’)

지붕의 곡선이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인상을 준다면, 그곳은 단순한 누각이 아니다. 비 내린 여름날, 성곽 위를 따라 걷다 우연히 마주한 누각이 주변 풍경까지 품고 있다면, 그곳은 잠시 멈춰야 할 이유가 충분한 장소다.

벼랑 위에서 수원천을 내려다보는 시야, 멀리 연무대와 공심돈, 팔달산까지 조망할 수 있는 그 장소는 바로 ‘방화수류정’이다.

이름부터 남다르다. ‘꽃을 찾아 버들을 따라 노닌다’는 뜻의 이곳은 단순한 동북각루가 아닌, 조선의 건축미와 풍류정신이 응축된 공간이다.

성곽 안의 다른 누각들과 달리, 방화수류정은 보는 위치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진다. 정면에서는 우아한 곡선이 드러나고, 측면에서는 층차가 강조된다. 그 미묘한 비대칭과 구조미 때문에 ‘화성에서 가장 독창적인 건축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수원시 ‘방화수류정’)

여름에는 주변에 늘어진 버들가지와 성 밖의 녹음이 더해져 누각의 의미를 한층 돋보이게 만든다. 조선의 왕도 사랑한 이 누각, 지금 그 진면목을 보러 가보자.

방화수류정(동북각루)

“벼랑 끝 누각에서 즐기는 성곽 뷰… 수원천 따라 걷는 여름 피서 코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수원시 ‘방화수류정’)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천로392번길 44-6, 수원화성의 동북 모퉁이. 이곳에 자리한 ‘방화수류정’은 수원화성의 건축미를 상징하는 대표 정자다.

1794년 정조가 수원화성 축조를 지시하며 세운 네 모서리 각루 중 하나로, 공식 명칭은 동북각루이지만 아름다운 자연과 어울린 풍경 덕분에 ‘방화수류정’이라는 당호가 붙여졌다.

‘방화(訪花)’는 꽃을 찾는다는 뜻이고, ‘수류(隨柳)’는 늘어진 버들을 따라 걷는다는 의미로, 이는 곧 조선 후기의 풍류 정신과 자연친화적인 정서가 깃든 이름이다.

방화수류정은 화홍문 동쪽의 절벽 위에 세워져 있으며, 아래로는 수원천이 흐르고 위로는 성곽이 둘러싸고 있다. 누각이 놓인 지형 자체가 다소 험준하지만 이 지형을 그대로 살려 평면 구조와 지붕 형태를 다르게 설계한 점이 돋보인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수원시 ‘방화수류정’)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정자의 인상이 바뀌는 이유다. 동쪽으로는 연무대와 동북공심돈, 서쪽으로는 장안문과 팔달산까지 조망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때문에 정조가 화성 행차 중 이곳에서 휴식을 취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한때 홍수로 인해 구조가 일부 무너졌지만, 1848년 재건된 뒤 20세기 후반 수원화성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다시 정비됐다.

2011년에는 그 역사성과 건축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1709호로 지정됐다. 조선 후기 군사 방어와 풍류 공간의 역할을 동시에 지닌 유례없는 누각이라는 점이 평가의 핵심이다.

방화수류정은 연중무휴 개방되며 입장료도 따로 없다. 접근성도 좋아 누구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 여름철이면 정자 주변을 흐르는 수원천과 성곽 산책로가 녹음으로 덮여 시원한 경관과 함께 산책하기에 제격이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수원시 ‘방화수류정’)

무엇보다 도심 속에 있으면서도 고즈넉한 고건축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도심 피서지로도 손색없다.

성곽길을 따라 걷다 문득 나타나는 이 정자는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다. 시간과 계절,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표정을 보여주는 건축이자 자연을 그대로 끌어안은 조선의 정서가 담긴 장소다.

방화수류정은 오랜 시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오며 지금도 조용히 사람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