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서 재면 정상" 안심했는데…가면 쓴 고혈압의 함정
#. 50대 남성 A씨. 최근 건강검진에서 측정한 혈압은 '정상'이었다. 하지만 의사는 그에게 고혈압약(항고혈압제)을 먹어야 한다고 처방했다. 혈압 측정치는 문제없었지만 심장비대, 경동맥 두께 증가 같은 문제가 나타났기 때문인데, 실제 그는 심장혈관내과 진료 후 24시간 활동혈압검사(ABPM)에서 평균 혈압이 정상 수치보다 높게 나타났다.
A씨처럼 병원에선 정상혈압으로 측정됐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고혈압인 상태를 '가면고혈압'이라고 지칭한다. 반대로 병원에서는 고혈압이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정상 혈압인 상태를 '백의고혈압'이라고 한다.

가면고혈압은 최고-최저 혈압 차이가 큰 사람 가운데 아침 기상 시 혈압이 높은 '아침 고혈압' 환자에게 잘 나타난다. 하루 중 최고 혈압과 최저혈압이 최대 25.4(수축기)/10.8(이완기)㎜Hg 차이 나기도 한다. 박창규 고대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는 "아침에 최고 혈압을 기록했다가, 이미 병원에서 혈압을 잴 때는 하루 중 혈압이 가장 낮은 시점이거나 안정 상태인 경우가 많아 혈압이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면서 "가면고혈압인데 혈압 관리를 제때 하지 않으면 콩팥·심장·혈관 등 여러 장기에 심한 손상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로·스트레스가 심하면 심장이 빠르게 박동하면서 혈관이 수축해 일상생활 속 혈압이 높을 수 있다. 하지만 건강검진이나 병원 진료에서는 혈압이 정상 범위로 측정된다.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고혈압으로 약물치료를 받는 환자의 13.8%는 가면고혈압이다. 진단에서 오류가 생기니 의료진이 적정 수준으로 혈압을 관리하기 어려운 데다, 실제로는 고혈압이므로 심장·뇌 혈관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병원에서만 혈압이 높게 나오는 데는 '혈압이 높을까 봐, 병이 있을까 봐' 하는 걱정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불안감이 자율신경계를 자극해 스트레스 호르몬을 많이 분비하고, 이에 따라 혈압이 일시적으로 오르는 것이다. 병원에 오자마자 안정을 충분히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혈압을 재거나, 혈압 측정 직전에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면 혈압이 높게 측정될 수 있다.
백의고혈압을 실제 혈압으로 오인해 불필요하게 혈압약을 처방·증량하는 상황을 피하려면 정확한 혈압 측정이 중요하다. 병원에서의 진료만으로 혈압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우면 가정에서 혈압을 재는 것도 방법이다. 가정혈압은 집에서 스스로 전자혈압계를 이용해 혈압을 측정하는 것으로, 치료 방향을 결정하거나 예후를 예측하는 데 매우 유용하며 고혈압의 다양한 모습을 파악하게 해준다. 단, 가정혈압의 고혈압 기준은 135/85㎜Hg로 진료실에서 사용하는 고혈압의 기준보다 5㎜Hg 정도 낮다.

가면고혈압은 실제로는 고혈압이므로 고혈압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심혈관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셈이다. 백의고혈압은 장기적으로 고혈압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고혈압인 백의고혈압과 가면고혈압을 구분하는 데에는 가정혈압의 측정이 중요하다. 필요에 따라서는 의료기관에서 24시간 활동성 혈압측정 검사를 할 수도 있다.
병원에서 측정한 혈압이 140/90㎜ Hg 이상이거나, 가정에서 측정하였을 때 135/85㎜Hg를 넘을 때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또 혈압은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 다녀온 후, 잠들기 전 등 일정한 시간대에 측정하는 게 권장된다. 가정에서 혈압을 잴 때는 휴식 상태, 소변을 비우고 카페인, 흡연, 운동으로부터 30분 이상이 지난 상태에서 측정하는 게 좋다. 혈압을 잴 때마다 차이가 나면 여러 번 재서 평균값을 내고, 양팔의 혈압 측정치가 다르면 '높은 쪽'을 기준으로 삼는다.
일반적으로 혈압은 아침에 일시적으로 평균 혈압보다 높았다가 밤에 낮아진다. 평균 혈압과 무관하게 가장 낮게 측정되는 시간대(밤)에만 가정 혈압을 측정하거나, 긴장하지 않는 환경·장소에서 혈압을 측정한 후 낮게 나온 값만으로 '혈압이 괜찮다'고 오인하기 쉽다. 흡연자의 경우 담배를 피우면 혈압이 상승하는데, 병원에서 혈압을 검사한다는 말을 듣고 일시적으로 담배를 끊으면 평소 혈압보다 낮게 나올 수 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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