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요와 동요 속 '애달픔'을 재즈로 들으니 남다르네요

주성희 기자 2025. 6. 25.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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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번째 진주재즈콘서트
25일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 대극장서
한국전쟁 75주년 맞아 '애달픔에 관하여' 주제
동요, 민요 등을 재즈로 재해석한 곡 선보여

제11회 진주재즈콘서트가 '애달픔에 관하여'를 주제로 25일 오후 7시 경남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시민들을 만났다. 연출을 맡은 김현준 재즈 비평가는 한국전쟁 75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전후까지 우리나라의 애달픈 정서를 담은 민요, 동요 등을 재즈와 접목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첫 곡은 동요 '반달'이었다. 보컬리스트 김영미를 중심으로 모인 젊은 연주자 그룹 '김영미 넥스트 플로우'가 연주했다. 김영미는 "동요 '반달'이 가진 고유의 아름다운 음정을 잘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새롭게 만든 '황조가'를 제11회 진주재즈콘서트에서 선보이는 김영미 넥스트 플로우. /김구연 기자

두 번째 곡으로 이번 진주재즈콘서트를 위해서 만든 '자장가'를 연주했다. 앞선 무대에서 맑은 음색으로 노래하던 김영미가 이번에는 우리 민족 고유 정서인 한을 담아 자장가를 불렀다. 그는 "죽은 아이에게 잘 가라는 인사를 한다고 해석해서 수심가 앞 구절을 따서 불렀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 곡 '섬집아기'에선 분위기를 바꿔 경쾌하면서 한편으로 쓸쓸한 정서가 묻어나왔다.

마지막 곡은 '황조가'를 새롭게 해석한 곡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노래로 기원전 17년 고구려의 유리명왕이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달픔'에 하나의 감정만 존재하지 않듯, 넥스트 플로우가 연주한 노래에서 애달픔은 더러 밝고 기쁜 감정도 담겨있었다. 여기에 여름 철새인 노랑 꾀꼬리 소리도 연주에 등장해 요즘 계절과 어울렸다. '황조가'에 가사를 붙인 김 연출가는 "진주 남강 변에 대나무가 많았다는 사실을 토대로 쓰고, 연가로 만들어봤다"고 말했다.
제11회 진주재즈콘서트가 25일 경남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렸다. 남예지 보컬리스트를 중심으로 한 연주단이 공연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다음 무대는 보컬리스트 남예지였다. 그는 음반 〈오래된 노래, 틈〉으로 제22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보컬 음반'을 수상했는데, 이 음반을 만들 때 함께 한 연주자들과 무대에 올랐다. 남예지는 먼저 '가시리'로 거친 록과 판소리의 경계를 넘나드는 음색을 선보이며 관객에게 낯설지만 울림 있는 첫인상을 각인시켰다. 피아노 트리오와 기타로 구성된 연주단은 남예지의 가창을 이어받아 관객들이 긴장을 놓지 못하도록 분야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주를 들려줬다. 

그의 음반으로 듣는 오래된 노래들이 개인적이고 은밀한 느낌이었다면, 이날 무대에서 만난 '목포의 눈물'과 '찔레꽃'은 보다 강렬했다. 남예지의 목소리와 이원술의 깊은 베이스가 애달픔의 정수를 관객에게 전했다. 특히 '찔레꽃'에서 이원술이 나긋이 들려주는 솔로는 그리운 엄마의 손길을 떠오르게 하는 서정적인 정서를 담았다.

'찔레꽃'은 남예지의 개인적인 추억이 담긴 노래다. 그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자장가로 불러주던 음악"이라며 "당시에는 의미를 몰랐지만, 다시 들어보니 다르게 들리기도 해 음반에 싣게 됐다"고 말했다. 김 연출가는 이에 "개인의 서사가 깃들면 음악에 감성이 깃든다"고 해설했다.

'희망가'는 1910년 기독교 신자 임학찬이 가사를 쓴 노래다. 1921년 발표 당시는 '이 풍진 세상을'이란 제목으로 민요 가수 박채선, 이류색이 불렀다. 나라 잃은 민족에게 설움, 애달픔을 전했기에 1930년대에 유행한 곡이다. 노래를 부르기 전 남예지는 "우리나라의 가요가 태동하기 전, 외국민요와 찬송가에 우리말로 가사를 붙인 창가가 많이 불렸다"면서 "당시 음악을 전해드린다"고 설명했다.
진주난봉가를 부르며 한 무대에 선 김영미 보컬(왼쪽)과 남예지 보컬. /김구연 기자

공연 막바지 김영미와 남예지가 같이 무대에 올라 '진주난봉가'를 불렀다. 진주를 배경으로 한 민요다. 둘은 신세를 한탄하는 듯하다가 서로를 위로하는 듯, 주거니 받거니 진주 여성의 삶을 담은 노래를 이어갔다. 여기에 색소폰과 드럼, 피아노가 조화를 이루며 곡의 매력을 더했다.

'진주난봉가'는 가사에는 비극이 담겨있지만, 음악적으로는 담백하고 성숙하게 다가왔다. 사제지간이기도 한 김영미와 남예지의 노래가 끝나자, 관객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앙코르'를 외쳤다. 그러자 김기범 색소폰 연주자가 베이스 클라리넷을 집어 들었다. '오빠 생각' 가사가 화면에 띄워지자, 관객들은 환호했다. 베이스 클라리넷의 단조롭지만, 읊조리는 듯한 연주가 두 보컬리스트의 목소리와 감미롭게 어우러졌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이현서(59·진주시) 씨는 "어머니가 자주 부르던 '희망가'를 듣게 돼 반가웠고 이번 주제 '애달픔에 관하여'와 가장 잘 어울렸다"면서 "'애달픔'에 슬픔만 있지 않았고, 훌륭한 연주 덕분에 재즈를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씨는 "여름과 어울리는 공연이었다"면서 웃었다.

최지영(36·진주시) 씨는 "창가, 민요, 동요와 접목해 기존에 알고 있던 재즈와는 다른 음악이었다"라면서 "나름대로 매력이 있었고, 음악마다 이야기가 있어서 집중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주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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