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전 시즌 PBA 4차 투어 챔피언이면서도 2026-2027시즌 드래프트에서 9개 구단 모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선수가 있다. 이승진, 55세다. 2025년 9월 SY 베리테옴므 PBA 챔피언십에서 최성원을 4-1로 꺾으며 PBA 데뷔 7년 만에 첫 우승 트로피를 들었고, 시즌 상금랭킹 1위까지 올랐던 선수가 불과 반년여 만에 드래프트 미지명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었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PBA 사무국이 SK렌터카 후원 종료로 생긴 빈자리를 직접 운영 구단으로 메우면서, 이승진은 PBA 직영 제10구단의 남자부 핵심으로 합류하게 됐다. 우승자가 다시 출발선에 서는 과정이 단순하지 않았다.

이승진의 PBA 경력은 대기만성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1970년생으로 PBA가 출범한 2019년부터 1부 무대에 이름을 올렸지만, 초반 몇 시즌은 눈에 띄는 성과 없이 버티는 기간이 길었다. 세 차례 큐스쿨에서 강등 위기를 넘겼고, 2024시즌까지 개인전 16강 진출 이상의 성과가 드물었다.
그러다 2024-2025시즌 하이원리조트 PBA 챔피언십에서 16강에 진출하며 조금씩 흐름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대회에서 이승진은 랭킹 9위·1만 포인트를 기록했고, 128강 김기혁전 승부치기 승, 64강 이동녘전 3-1 승, 32강 조재호전 3-2 승을 거쳐 16강까지 올랐다. 완전한 반등의 신호는 2025-2026시즌 개막전이었다. 우리금융캐피탈 PBA 챔피언십 2025에서 이승진은 프로 무대 통산 최고 성적인 4강에 안착했다. 예선부터 김동영, 이상용, 응우옌, 노종현, 박흥식을 차례로 넘었고 준결승에서 다니엘 산체스에게 0-4로 패했지만, 이 대회 애버리지 1.530·하이런 10점이라는 수치를 남겼다. 이 4강이 이후 시즌 전체의 분위기를 바꿔놓는 전환점이 됐다.

2025-2026시즌 이승진의 클라이맥스는 4차 투어 SY 베리테옴므 PBA 챔피언십이었다. 2025년 9월 8일 열린 결승에서 이승진은 최성원과 맞붙었다. 세트스코어 4-1이지만 내용은 간단치 않았다. 1세트 15-12로 시작해 2세트 초반 4이닝에서 뱅크샷 3개를 연속 성공시키며 주도권을 가져왔다. 3세트는 15-4로 크게 이겼지만 4세트를 9-15로 내주며 승부는 5세트로 갔다.
결정적 장면은 5세트였다. 이승진은 2-10으로 뒤진 상황에서 한 번에 무너지지 않고 따라붙어 최종 15-11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우승 상금은 1억 원이었고, 이 결과로 시즌 누적 상금은 1억 1,000만 원을 넘어서며 당시 상금랭킹 1위에 올랐다. PBA 역대 24번째 우승자이자, 외국 선수들이 우승을 이어가던 시즌 흐름을 끊은 첫 한국인 챔피언이기도 했다.
우승 이후에도 기세는 이어졌다. 7차 투어 하이원리조트 PBA 챔피언십 2025에서 16강·8강을 넘어 4강에 올랐고(애버리지 1.585, 하이런 14점), 하림 PBA 챔피언십 2025에서도 16강·8강을 거쳐 4강까지 진출했다(애버리지 1.534, 하이런 14점). 시즌 최종 랭킹 3위권. 이승진의 PBA 통산 기록은 130전 74승 56패, 애버리지 1.359, 뱅크샷 비율 22.66%다.

그러나 2026-2027시즌 드래프트에서 이승진은 기존 9개 구단 어디서도 지명받지 못했다. 직영 제10구단 합류로 팀리그 무대는 이어가게 됐지만, 우승자가 받은 대접치고는 냉정한 결과였다.
이승진의 드래프트 미지명은 겉으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다. 직전 시즌 개인전 챔피언에 시즌 랭킹 3위, 상금 1억 1,000만 원 초과, 여러 차례 4강 진출 이력을 보유한 선수가 9개 구단 전부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팀리그 드래프트가 단순한 실력 순위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팀별 포지션 전략, 예산 구조, 외국인 선수 쿼터 활용, 기존 팀원과의 조합 등 복합적인 변수가 작동하면서 개인전 성적이 높은 선수라도 팀 구성 맥락에 따라 선택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승진의 경기 스타일을 보면 이러한 판단이 어느 정도 읽힌다. 애버리지 1.359, 뱅크샷 22.66%는 폭발적인 하이런 하나로 흐름을 압도하는 유형이 아니라, 수싸움과 흐름 버티기, 집중력 유지를 바탕으로 하는 선수임을 보여준다. SY 챔피언십 결승 5세트에서 2-10으로 밀렸다가 15-11로 뒤집은 장면은 그 경기 스타일의 정수였다. 팀리그에서 이런 선수를 제대로 쓰려면 단식에서 확실한 역할을 설계해주는 전술적 기반이 필요한데, 기존 9개 구단은 각각 다른 구도로 이미 포지션을 채웠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관점에서 PBA 직영 제10구단 합류는 이승진에게 단순한 팀 이적이 아니라, 자신의 역할이 온전히 설계될 수 있는 구조를 찾아간 결과에 가깝다. 신생팀이라는 조건이 불리하지만은 않다. 오래 쌓인 팀 내 서열이 없는 환경에서는 큰 경기 경험과 우승 이력을 가진 베테랑이 빠르게 중심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이승진의 통산 130경기 경험과 세 차례 큐스쿨 생존, 그리고 결승 뒤집기 경험은 새 팀에서 적지 않은 자산이다. 다만 2026-2027시즌 개막전인 우리금융캐피탈 PBA 챔피언십 2026에서 64강 이호영에게 1-3으로 패해 랭킹 30위(애버리지 1.379)에 그친 만큼, 직전 시즌의 집중력을 팀리그 무대에서 얼마나 빨리 되살리느냐가 관건이다.
7월 5일 경기도 광명, 웰컴저축은행 PBA 팀리그 2026-2027 1라운드. 드래프트에서 9개 구단 모두가 넘긴 선수가 새 팀의 중심 카드로 나선다. 이승진이 팀리그 무대에서 우승 당시의 집중력을 되살릴 수 있을지가 제10구단 첫 시즌의 핵심 변수 중 하나다. 데뷔 7년 만에 첫 우승 이후 또 다른 굴곡을 지나고 있는 이 선수의 팀리그 여정,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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