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버스’ 발언에 거센 역풍... 민주당, 금투세 유예할 듯

김태준 기자 2024. 9. 26.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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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버스’ 발언 역풍에 검토로 선회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디베이트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에서 토론자들이 금투세 시행팀과 유예팀으로 나눠 토론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유예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전날 ‘시행’과 ‘유예’로 팀을 나눠 진행한 금투세 토론회에서 시행팀이 “주가가 내릴 것 같으면 인버스(특정 지수 하락에 베팅)에 투자하라”고 발언한 것이 개미 투자자들의 여론을 급격히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인버스 투자는 주식 가치가 떨어질수록 수익을 내는 일종의 ‘역(逆)투자’인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민주당은 나라 망하는데 베팅하라는 것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토론회에서 ‘유예팀’ 토론자로 나섰던 이소영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인버스 단어 하나에 모든 게 가려진 것 같아서 안타깝다”며 “우리 당 의원들이 토론회 이후 유예로 많이 기울었다는 말씀을 주셨다. 빨리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다른 의원은 “인버스 발언으로 (당이) 너무 궁지로 몰려서 빨리 유예로 당론을 정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26일 의원총회를 여는데, 이 자리에서 유예로 매듭짓자는 것이다.

다만 당 지도부는 공식적으로는 한 달여간 내부 의견을 청취한 뒤 당론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이해식 당대표 비서실장은 “의견을 수렴해 금투세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절차와 방향을 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를 앞두고 “정책 디베이트(토론)로 새로운 정치문화를 도입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여론에 떠밀려 곧바로 유예로 결정을 내는 모양새가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당 안팎으로 금투세 토론회에 대한 실망감이 번지는 가운데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인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25일 금투세에 대해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금투세 폐지’는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주장하는 것으로, 민주당에서 이런 의견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정 의원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처음에 유예 입장이었는데 최근 상황을 보니까 오히려 유예가 시장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며 “개미 투자자들이 불안해하는데 굳이 밀어붙일 이유는 없다”고 했다. 그는 전날 민주당의 금투세 토론회와 관련해 “과연 이런 형식으로 토론을 할 필요가 있었나”라며 “(토론 이후) 갈등이 더 심해졌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엉망이니 민주당이 반사효과를 보는 거지, 최근 민주당의 의사 결정에는 문제가 있다”며 “당론을 정하는 데 잘못된 방법들을 취하고 있다”고 했다. 토론회 과정에서 개미 투자자들과 민주당 의원 간 다툼이 생기거나, 시행과 유예 의견이 평행선만 달리는 모습을 보인 게 마이너스였다는 얘기다.

당내에서는 전날 토론회에서 나온 ‘인버스’ 발언에 대한 성토가 나왔다. 민주당 한 의원은 “이 발언이 나온 뒤로 어떤 얘기를 해도 소용이 없게 됐다”며 “지도부에서는 ‘수준 높은 토론’으로 당론을 결정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정반대의 결과가 나와버렸다”고 했다. 현 지도부가 법안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도 반발이 나왔다. 다른 의원은 “이번 토론회도 ‘정책 의원총회’ 일환으로 기획된 건데, 정책 의총을 수시로 열어 그때마다 당론을 수십 개 채택하는 게 맞는지 의구심을 갖는 의원들이 많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 팬사이트인 ‘재명이네 마을’에는 토론회를 추진한 진성준 정책위의장 책임론까지 나왔다. “이 대표가 전당대회 때부터 유예 입장을 꺼냈는데, 괜히 토론한다면서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 “준비 안 된 토론으로 민주당에 비난이 쇄도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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