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생명, K-ICS 190%대 관리…"자산 듀레이션 확대 최우선"

자본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진 생명보험 업계를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살펴봅니다.

미래에셋생명은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부채할인율 현실화 방안(2027년까지 보험부채 할인율을 점진적으로 낮추는 방안)이 시행되면 부채 듀레이션이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해 자산 듀레이션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아울러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의 기준점을 지금보다 낮춰 관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듀레이션=금리에 대한 민감도를 의미하며, 시장금리가 변할 때 자산과 부채의 가치가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듀레이션 갭이 커지면 금리변동 시 순자산가치가 하락할 위험이 높아진다.

17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잠정 K-ICS 비율은 192.6%로 직전분기 대비 7.4%p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는 꾸준히 200%대를 유지해왔으나 2분기에 198.0%로 처음으로 200% 아래로 내려온 뒤 3분기에는 더 떨어진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과거에는 200% 이상을 목표로 관리했으나, 지금은 190%대로 기준을 낮출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생명의 K-ICS 비율 추이 /자료=미래에셋생명 공시 및 금융감독원 자료 취합

이처럼 미래에셋생명의 K-ICS 비율이 우하향한 것은 가용자본이 계속 감소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2분기까지 4조971억원의 가용자본을 확보했으나, 같은 해 4분기 3조8156억원으로 4조원 아래로 내려온 후 올해는 계속 하향곡선을 그렸다. 올 3분기는 3조4047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가용자본 하락에는 다른 보험사와 마찬가지로 금리하락에 따른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손실로 전환돼 폭을 키운 것이 영향을 미쳤다. 또 지난 2018년 11월 발행했던 무보증 후순위채권(공모채) 2000억원을 지난해 11월 조기상환하며 가용자본이 줄었다.

그러나 미래에셋생명 측은 "자본성증권 발행을 최소화하면서 채권 의존도를 낮췄다"며 "당국의 제도 개정 등 외부 요인이 없다면 앞으로는 가용자본 감소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추가 하락 우려에 선을 그었다.

미래에셋생명은 K-ICS 비율 관리를 위해 금리변동의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중 선제 대응이 가능한 자산 듀레이션을 조정해 부채 듀레이션과의 차이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자산부채관리(ALM) 전략을 취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부채 듀레이션은 200만건 이상의 보유계약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확대하거나 축소하기가 어렵다"며 "반면 자산은 장기채권 매입·매도 등으로 듀레이션 관리가 상대적으로 쉬워 기본적인 ALM 전략을 자산 듀레이션 조절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자산 듀레이션이 부채 듀레이션보다 크지만 당국이 추진 중인 부채할인율 현실화 방안이 시행되면 부채 듀레이션이 큰 폭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자본변동성이 1000억원 이내가 될 때까지 자산 듀레이션을 계속 증폭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요구자본을 줄이기 위해 자산매입은 국내 채권 위주로 예정하고 있으며, 당분간 대체투자자산 쪽은 사전에 약정한 금액을 일정 기간마다 분할 상환하는 방식인 캐피털콜 외에 추가로 투자를 늘리지 않을 계획이다. 미래에셋생명의 시장위험액과 신용위험액이 축소되는 것도 이 같은 전략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생명의 요구자본 및 가용자본 중 주요 세부 지표 추이 /자료=미래에셋생명 공시 및 금융감독원 자료 취합

올 3분기 기준 시장위험액(8306억원)과 신용위험액(4953억원)을 합한 액수는 1조3000억원가량으로 전년동기(1조5000억원)에 비해 약 2000억원 적다. 또 지난해 말 당국의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변경으로 발생한 대량해지위험액 조정 효과로 생명장기손해보험위험액이 약 3500억원 줄며 요구자본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대량해지위험액 조정=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별표22] 2-6 해지위험액에 포함된 내용으로, 해지위험액은 옵션행사율 변화로 인한 요구자본과 대량해지로 인한 요구자본 중 큰 금액으로 산출한다. 대량해지위험액은 상품그룹을 구분하지 않고 회사 전체 수준으로 합산해 산출하며, 저축성보험은 35%, 보장성보험은 25%가 일시에 대량 해지된다는 가정 하에 순자산가치 감소금액으로 계산한다. 기존에는 보험 구분 없이 모두 30%를 일괄 적용했다. 따라서 보장성보험 비중이 높은 보험사는 대량해지위험액 규모가 작아지게 된다.

미래에셋생명은 앞으로 시장·신용위험액을 줄이기 위해 공동재보험 등을 활용한 생명장기손해보험위험액 축소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공동재보험은 보험사가 보험상품의 위험을 재보험사와 나눠 부담하는 보험상품이다. 위험이 일부 전가되기 때문에 생명장기손해보험위험액이 일정 부분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