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850대’. 지난 8월, 국내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가 7월보다 11% 이상 뛰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상승. 이 같은 성장엔 E-세그먼트 세단의 활약이 크다. 모두가 ‘대세는 SUV’라고 하지만, 올해 누적 베스트셀링 탑10 리스트를 보면 8대가 세단이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각 제조사

E-세그먼트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아우디 A6, 볼보 S90, 렉서스 ES 등이 속한다. 국산차인 제네시스 G80도 같은 세그먼트. 볼륨 트림 기준 가격은 6천만~7천만 원대로 비슷하다. 모두 각 브랜드를 대표하는 핵심 차종으로, 저마다 각기 다른 개성으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단순한 ‘배지’ 비교를 넘어 차체 크기와 실내 공간, 트렁크, 파워트레인, 자동차세, 제조사 보증기간 등 다양한 부문에서 주요 E-세그먼트 세단을 저울질 했다.
①차체 크기 비교

먼저 체격 비교부터. 위 여섯 가지 맞수는 모두 4.9m 이상의 넉넉한 길이를 자랑한다. 볼보 S90가 유일하게 5m를 넘겼다. 반면, 차체 너비는 G80만 1.9m 대인 반면, 나머지 네 개 차종은 1.8m 대로 비슷하다. 전고는 의외로 5시리즈가 1,480㎜로 가장 높은 반면, ES가 1,445㎜로 날렵하다. 휠베이스는 S90가 3,060㎜로 가장 넉넉하며, G80가 3,010㎜다. 나머지 ‘독일 3인방’은 2.9m 대를 갖췄다. 앞바퀴 굴림(FF) 모델인 ES는 2,870㎜의 축간거리를 지녔다.


공기저항계수 차이도 눈에 띈다. 숫자가 낮을수록 바람 가르는 실력이 좋고, 고속연비를 높이는 데 유리하다. E-클래스와 A6, G80는 Cd 0.27로 동일하다. ES와 S90는 0.26으로 좀 더 날렵하며, 5시리즈는 0.24로 가장 뛰어난 공기저항계수를 기록했다.
트렁크 용량은 E-클래스가 540L로 1위. 그 다음 5시리즈와 A6가 530L로 두 번째로 넉넉하다. 대신 하이브리드끼리 비교하면 순위가 바뀐다. PHEV인 E300e는 370L, 530e는 410L, S90 리차지는 431L. HEV인 렉서스 ES300h는 454L로 더 여유롭다. 배터리를 2열 시트 아래에 얹은 결과다. 가장 의외인 차는 G80. 유려한 스타일에 타협한 결과, 트렁크 용량은 구형보다 되레 줄었다(424L).
②파워트레인 비교

다음은 파워트레인 비교. 모두 각 라인업에서 가장 잘 나가는 트림 위주로 구성했다. 배기량은 G80와 ES가 2.5L이며, 나머지 네 개 차종은 2.0L다. 다만 권장연료 차이가 있다. ES300h만 유일하게 일반휘발유가 들어가며, 나머지 차종은 고급유 권장이다. 집과 회사 근처에 고급휘발유를 파는 주유소가 있으면 크게 문제없겠지만, 기름 넣기 위해 일부러 고급유 취급하는 주유소를 찾아가야 한다면 수고스러울 수 있다.

최고출력 차이도 있다. 520i가 유일하게 200마력 미만으로 약하지만(?), 사실상 E-세그먼트 세단의 주요 고객은 높은 수치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0→시속 100㎞ 가속 성능도 마찬가지. 다만 변속기 차이는 눈에 띈다. 5시리즈, G80, S90은 8단 자동기어. E-클래스는 9단이며, ES는 전기 모터가 변속기 역할도 겸하는 e-CVT를 쓴다. 반면, A6는 7단 자동으로, 요즘 추세에 비해 단수가 조금 낮다.
공차중량도 제법 차이가 있다. 5시리즈와 ES가 유일하게 1.6t(톤) 대 몸무게를 지녔다. 즉, BMW의 CLAR 플랫폼과 렉서스의 GA-K 플랫폼은 강력한 차체 강성뿐 아니라 경량화까지 실현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장 무거운 차종은 S90으로, 1,850~1,980㎏까지 나간다. 이외에 E클래스(E250)와 A6, G80은 1.7t 대로 평균적이다. 과거 경쟁차보다 무겁다고 놀림 받던 G80의 감량도 눈에 띈다.
③연비 비교(하이브리드 &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

월~금 출퇴근이 주 용도라면, 연비와 연간 유류비 체크도 중요하다. 이번엔 공평하게 E-클래스와 5시리즈, S90에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의 연비를 표에 올렸다.
참고로 PHEV의 연비 표시는 두 가지로 나눈다. 제조사 홈페이지를 보면, CS 모드(엔진 연비, ㎞/L)와 CD 모드(EV주행 전비, ㎞/㎾h) 수치를 같이 기록한다. BMW만 유일하게 CS+CD 모드 합산 연비를 표시했는데, 계산 방법은 조금 복잡하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자동차의 에너지소비효율, 온실가스 배출량 및 연료소비율 시험방법 등에 관한 고시’를 보면, PHEV에서 소모된 전기에너지를 연료 순발열량으로 등가 환산해 적용한다. 가령, 전기 1㎾h는 860kcal, 휘발유 1L는 7,230kcal이다. 즉, 1㎾h는 0.11895L의 휘발유가 가진 에너지와 같다.
BMW 530e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이 차의 전비는 3.4㎞/㎾h. 이를 0.11985L/㎾h로 나누면 28.58㎞/L의 연비가 나온다. 이 수치와 휘발유 복합연비인 11.8㎞/L 사이의 ‘조화평균’을 내면 16.7㎞/L의 수치가 나온다.

이러한 계산 방법으로 E300e, S90 리차지의 합산연비를 계산하면 각각 13.8㎞/L, 16.2㎞/L가 나온다. 모두 일반 가솔린 모델보다 뛰어난 연비인 건 분명하지만, 그래도 ES300h의 17.2㎞/L엔 못 미친다. E300e는 EV 주행 시 전비가 2.5㎞/㎾h에 불과해, 다른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평균연비가 다소 떨어졌다.
그렇다면 연간 15,000㎞ 주행하는 운전자 기준으로, 1년 유류비는 각 모델마다 얼마나 나올까? 9월 셋째 주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인 1,741원을 기준으로 계산했다.

가장 경제적인 차는 ES300h로, 연간 151만 원이 나왔다. 그 다음, 530e가 156만 원으로 두 번째로 낮았다. S90 리차지는 161만 원, E300e는 189만 원이다. 유류비가 가장 많이 나온 모델은 E250으로, 258만 원이다. 즉, E250과 ES300h의 연간 연료비 차이는 107만 원까지 발생했다.
④연간 자동차세 및 비교

우리나라의 자동차세는 배기량에 따라 계산한다. 2.0L인 E-클래스, 5시리즈, A6, S90는 약 51만 원. 2.5L인 G80와 ES는 약 64만 원이 나온다. 보험료의 경우, 나이나 운전경력, 보험사에 따라 상이하다. 다만, 34세 운전자 기준으로 계산해보니, 국산차인 G80가 경쟁 모델보다 소폭 저렴했다.
⑤가격 및 보증기간 비교(2022년형 기준)

제조사의 보증기간도 꼼꼼히 살피는 게 좋다. 3년 이하로 운행할 예정이면 크게 상관없지만, 장기간 보유했을 때 유지‧보수비용 차이가 제법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제조사 보증기간은 크게 ①차체 및 일반 부품 ②엔진 및 동력전달계통 등 두 가지로 나눈다. ①번 보증기간이 가장 넉넉한 건 아우디로, 지난해 가을부터 5년/15만㎞로 늘렸다. 연간 주행거리가 3만㎞에 달하는 운전자도 5년 동안 비용 부담 없이 운용할 수 있다. 기간이 가장 적은 건 벤츠로, 2년/4만㎞에 불과하다.

파워트레인 보증기간도 제조사마다 차이가 있다. 벤츠와 BMW는 3년/6만㎞로 같다. 아우디는 5년/15만㎞로 가장 넉넉하다. 제네시스와 볼보 역시 5년/10만㎞까지 제공해 유지‧보수비용 부담을 덜었다. 렉서스는 4년/10만㎞.
다만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관련 부품의 보증기간도 체크하는 게 좋다. 특히 가격이 비싼 하이브리드 고전압 배터리의 보증기간 차이가 눈에 띈다. E300e와 S90 리차지는 8년/16만㎞, 530e는 8년/20만㎞를 제공한다. BMW가 4만㎞ 더 여유 있다. 반면, 하이브리드 ‘원조’ 렉서스는 10년/20만㎞의 보증기간을 내걸었다. 또한, 하이브리드 제어 모듈과 하이브리드 시스템 관련 부품의 보증기간을 ‘디테일’하게 마련한 점도 차이가 있다.
총평

다섯 가지 항목으로 살펴본 주요 E-세그먼트 프리미엄 세단 비교. 물론 승자를 추리기 위한 무대는 아니다. 위 6대 차종은 저마다 각기 다른 개성과 장점으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E-클래스는 모든 항목에서 평균적인 수치를 기록할 정도로 뛰어난 ‘밸런스’를 지녔다. 5시리즈는 낮은 공기저항계수와 경량화 등 달리기 실력이 눈에 띈다. 준대형 세단이지만, ‘운전재미’는 타협하기 싫은 운전자를 위한 최고의 선택지다.
아우디는 가장 넉넉한 보증기간이 돋보이며, G80는 이제 수입 E-세그먼트 세단과 나란히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높은 완성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S90은 기본 모델인 B5부터 250마력의 성능을 지녔을 뿐 아니라 가장 큰 차체를 ‘으뜸매력’으로 앞세운다.

위 여섯 가지 모델 가운데 가장 경제적인 모델은 ES300h였다. 유일하게 고급유를 넣지 않아도 온전히 제 성능을 내며, 연료효율은 유럽산 PHEV와 비교해도 한 수 위다. 여기에 넉넉한 하이브리드 고전압 배터리 보증기간까지 감안하면, 역시 ‘하이브리드 원조’다운 자신감이 돋보인다.
선택에 있어 정답은 없다. 디자인뿐 아니라 파워트레인, 실내 공간, 주행 연비, 보증기간 등 모든 항목을 꼼꼼히 체크해서, 자신의 성향에 맞는 차를 구입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