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깊이 있는 분석이나 날카로운 통찰이 담긴 뉴스를 찾아보기 힘들어졌어"라는 얘기가 자주 들린다. 자극적인 제목과 단편적인 사실 나열이 주를 이루는 현실.
단순히 기자 개인의 역량 문제나 독자의 변화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아니다.
언론사 재무제표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언론 산업이 처한 구조적 딜레마와 생존 전략이 빚어낸 필연적 결과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언론사는 본업(뉴스)에서 벌어들이는 힘은 약해지고, 본업 밖(방송·부동산·금융)의 이윤이 생존을 좌우하는 구조가 굳어졌다. 이런 재무적 상황은 편집국이 장기 취재·탐사에 시간을 쓰기 어렵게 만든다.

재무제표는 또 다른 진실을 말해준다. 종합지에 비해 경제지가 더 잘 번다. 최근 4년 동안의 주요 언론사 영업이익 추이에서 보듯이 2021~2024년 종합지와 경제지를 비교해 보면 우측의 경제지 이익 추이가 높다. 투자에 대한 전국민의 관심이 높아진 탓인가? 경제 뉴스가 독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방증이다.
구체적으로 신문사의 특징을 살펴보면 한국경제신문은 2024년 연결 기준 자산 6953억원, 부채 1519억 원, 자본 5433억원으로 자본 완충력이 두텁다. 외부 충격에 견디는 체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아시아경제(2024년 연결 기준)는 자산 3707억원, 부채 2798억원, 자본 909억 원으로 부채가 자본의 3배다. 게다가 아시아경제는 2022년부터 영업손실 중이다.
이러한 재무적 격차는 ‘취재 시간’ 투자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우선 자본이 두터운 회사는 당장 눈앞의 클릭 경쟁에서 한 걸음 물러나 ‘느린 기사’에 베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지 중에서 손익이 튀는 회사가 눈에 띈다. 매일경제신문사는 2024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 69억원, 당기순이익 126억원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당기순이익이 커진 이유는 종속회사인 종합편성방송사 MBN 지분법 이익이 당기순이익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에도 신문에서 큰 폭의 적자(-87억 원)가 발생했지만 전체 손익은 선방할 수 있었다.
본업 외에 다른 사업 덕분에 당기순이익이 좋은 건 다른 신문도 비슷하다. 한국경제는 2024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 약 275억원이고, 당기순이익이 348억원으로 더 많다. 골프장(한경엘앤디)·방송(한경TV)·온라인(한경닷컴)의 지분법 이익과 더불어 이자수익도 51억원으로 쏠쏠했다. 아주뉴스코퍼레이션(아주경제)는 매출액 중 2024년 분양수입이 445억원으로 광고·구독(269억)을 압도했고, 종합지인 동아일보 역시 2022년에는 종편방송사인 채널A 지분법이익과 유형자산처분이익(356억원) 등 본업 외의 요인이 실적을 주도했다.
사업 다각화 외에도 언론사들은 비용 절감을 통해 이익률을 유지하고자 노력한다. 조선일보사는 매출액 정체(2019년 3427억 원 → 2024년 3116억 원)를 겪고 있는데 고정원가와 판매촉진비를 절반으로 축소(2019년 188억원 → 2024년 94억원)해 방어하고 있다. ‘신문 구독하면 자전거를 주던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이 이제는 드문 편이다.

원가 절감으로 안될 경우엔 구독료 인상도 방편이다. 경향신문은 신문과 출판 매출액의 -4.8%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서 구독료를 1만8000원 → 2만원으로 11% 인상하고, 원가·판관비를 줄여 2023년 저점을 찍은 후 매출액과 이익이 반등하고 있다.
온라인 시대에 접어들면서 언론사는 플랫폼에 종속됐다. 과거 언론사가 향유하던 광고 수익은 포털·빅테크가 장악했으며, 이에 언론사는 트래픽을 위해 속보·자극에 경주했다. 콘텐츠 질은 떨어지고, 구독자와 매출액은 숫자가 하락한다.
언론사 역시 기업이다. 생존을 위한 사업 확장은 경영학 논리에 따라 자본·인력이 본업 밖에 배치됐다. 자산매각·지분법·금융수익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현재의 재무제표 숫자 추이를 보면 앞으로 2~3년의 ‘가능한 미래’가 그려진다. 물론 전망은 언제나 부정적이다. 종이 구독자의 감소 지속, 온라인 광고 단가 정체 등 기본 조건이 힘들다. 이런 시장 상황이 계속되면 재무 체력이 약한 매체는 비용 절감(판촉·지면·인력)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소소한 흑자 또는 소폭 적자를 오르내릴 것이고, 재무 여력이 그나마 강한 매체는 ‘본업 외’ 현금창출(방송·부동산·금융)에 주력해 안정적 순이익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어느 쪽이든 언론의 기능인 심층취재는 제한될 것이다. 특히 무서운 건 인건비와 함께 용지·인쇄 단가 등의 요인으로 인해 레거시 매체(종이신문)의 존립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2~3명으로 운영되는 다수의 온라인 매체의 도전에 종이 신문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읽을 만한 기사, 깊이 있는 기사’는 신문사 재무제표에서 비용이 아니라 미래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자산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언론사 재무제표는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좋은 기사가 돈이 된다'를 외칠 수 있는 시대가 다시 올 수 있을까? 재무제표를 보면 사회가 고민해야 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