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과 사별한 뒤 홀로 남겨진 아내들의 감정은 복합적입니다. 어떤 이는 해방감을 느끼기도 하고, 어떤 이는 깊은 상실감에 눈물짓기도 합니다. 하지만 장례를 치르고 정막한 집안에 홀로 앉아 지난 세월을 복기할 때, 수많은 아내가 땅을 치며 후회하는 뜻밖의 이유 1위가 있습니다. 그것은 남편에게 더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도, 돈을 더 모으지 못한 아쉬움도 아닙니다. 바로 ‘나의 모든 행복과 불행의 기준을 남편에게만 두고, 내 인생의 주도권을 스스로 포기하며 살았던 세월’입니다.

사별 후 아내들이 가장 크게 맞닥뜨리는 감각은 ‘자아의 부재’입니다. 평생을 남편의 입맛에 맞춘 국을 끓이고, 남편의 기분에 따라 집안의 공기를 살피며, 남편의 성공을 나의 성공이라 믿으며 살아왔는데, 그 주체가 사라지는 순간 내가 누구인지 설명할 길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했는지, 내가 어디에 가고 싶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는 고백은 사별 후 아내들이 겪는 가장 소름 돋는 깨달음입니다.

뜻밖의 후회는 남편을 원망하던 마음마저 허무하게 만듭니다. 젊은 시절 남편의 가부장적 태도나 외도, 무관심 때문에 내 인생이 불행했다고 믿었는데, 막상 그가 사라지고 나니 그 불행의 원인을 제공한 남편보다 그 환경에 순응하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지 못했던 ‘나의 비겁함’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그때 남편이 뭐라 하든 나만의 취미를 가질걸", "남편 눈치 보지 말고 친구들과 더 여행 다닐걸", "내 명의의 통장 하나를 더 단단히 챙길걸" 하는 뒤늦은 자각이 가슴을 칩니다.

또한 남편이 죽은 뒤에야 아내들은 남편이라는 존재가 사실은 내 인생의 ‘방패’가 아니라 ‘가림막’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남편 때문에 못 했다고 핑계 댔던 수많은 일들이 사실은 나의 용기 부족이었음을, 그리고 남편이 살아있을 때 그와 더 건강한 ‘독립적 관계’를 맺지 못하고 종속적 관계로만 머물렀던 것이 결국 나의 노후를 이토록 황량하게 만들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가장 찬란하게 빛나야 할 노년의 홀로서기가 이토록 힘겨운 이유는 남편이 없어서가 아니라, 남편만 있는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사별 후 홀로 남겨진 거실에서 느끼는 가장 큰 슬픔은 남편의 부재가 아니라, 거울 속에 비친 ‘나’라는 사람의 초라한 빈 껍데기입니다.

남편이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부터 아내들은 자신만의 영토를 만들어야 합니다. 남편의 행복에 기생하지 않는 독립된 기쁨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훗날 남편을 떠나보낼 때, 후회가 아닌 아름다운 작별 인사를 건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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