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 여행 시 꼭 가봐야 할 곳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수려한 자연 경관부터 그 안에서 나고 자란 풍부한 먹거리, 역사와 전통이 깃든 명소, 특색 있는 카페와 다채로운 체험까지, 청도의 숨은 매력을 찾아 나서는 여정.

표영소
사진 신규철
취재 협조 청도군, 한국관광공사 대구경북지사
진행 인페인터글로벌

북쪽으로는 대구와 경산, 동쪽으로 경주와 울산, 남서쪽으로 밀양과 창녕. 높은 산자락을 사이에 두고 주변의 6개 시군에 둘러싸인 청도는 서울을 웃도는 넓은 면적에 비해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도시다. 청정 자연 속 관광객의 손때가 묻지 않은 자연스러움,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여행지라는 뜻이다.
동서로 길고 남북은 짧은 지형을 띤 청도는 용각산맥을 중심으로 산동(山東)과 산서(山西) 지역으로 나뉜다. 산동은 운문산을 포함해 해발 1,000미터 이상의 높은 산들이 자리한 산악 지대에 속하고, 산서는 상대적으로 완만한 구릉지가 펼쳐져 예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 고개에 가로막혀 각기 다른 문화∙생활권을 형성해온 두 지역이 통합된 것은 2013년 곰티재터널이 개통되면서부터. 이러한 지리적 특성은 청도의 매력을 한층 다채롭고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산과 숲, 호수, 폭포, 들판을 아우르는 자연부터 사시사철 등장하는 지역 특산물, 다양한 테마의 즐길 거리까지, 청도는 들여다볼수록 새로운 얼굴을 드러내는 여행지다.
청도를 바깥 세상과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징은 사방으로 펼쳐지는 초록빛 풍광.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맑아지고 마음이 평온해지는 자연이 이 지역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떠날 때까지 곁을 떠나지 않는다. 그 안에서 만나는 볼거리와 먹거리, 사람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과하거나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 환경과 세월에 순응하는 자연스러운 멋이 느껴진다. 곱씹을수록 진해지는 은은한 매력이 바로 이 도시의 진가랄까. 잘 알려진 관광지보다 숨은 여행지를 선호하고, 트렌드를 쫓기보다 새로운 시도와 모험을 즐기는 여행자라면 청도로 눈을 돌려보자.

볼 곳

현지인이 사랑하는 사계절 명소, 운문사
청도군 동쪽, 운문산 북쪽 기슭에 자리한 운문사는 신라 진흥왕 때 창건한 유서 깊은 사찰이다. 600년에 원광법사가 절을 중건한 뒤 인근에서 세속오계를 전수해 화랑 정신의 발원지라 여겨지는 곳이기도 하다. 운문사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고려 태조 때. 오늘날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승가대학이 있는, 비구니 교육의 중심 사찰로 꼽힌다. ‘솔바람길’이라 이름 붙은 소나무 숲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령 500년의 소나무가 가장 먼저 반긴다. ‘처진소나무’라는 이름처럼 조금 전 숲길에서 지나친 소나무들과 달리 바닥에 납작하게 깔려 독특한 수형을 뽐낸다. 그 너머로 호랑이가 웅크린 모습을 닮았다 해서 호거산이라 불리던 운문산 자락이 시야를 가득 메우는데, 덕분에 경내는 아늑하면서도 온화한 분위기가 흐른다. 운문사의 전각 중 가장 오래된 비로전을 포함해 미륵전, 금법당, 만세루 등 다수의 전각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고, 금당 앞 석등, 석좌여래좌상, 3층석탑 등 보물로 지정된 중요 문화재도 다수 볼 수 있다.

📍청도군 운문면 운문사길 264

© 신규철

에코 트레일이란 이런 것! 운문호반 에코 트레일
1996년 운문댐이 완공되면서 운문면 일대의 마을 7개가 사라 지고 그 자리에 호수가 생겼다. 운문호 주변은 사계절 풍광이 아름다워 드라이브나 트레킹 코스로 인기 있는데, 청도 관광 9경 중 하나인 공암풍벽(孔巖楓壁)도 이곳에 자리한다. 운문산에서 뻗어 나온 산줄기 끝자락, 30미터 높이의 반달형 절벽이 호수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치를 빚어내는 곳. 정상에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깃든 커다란 구멍이 있어 공암으로 불리다가, 조선 시대 성리학자 조긍섭이 이 바위 절벽을 보고 지은 한시 덕에 ‘공암풍벽’이라는 멋진 이름이 붙었다. 호숫가를 따라 절벽 정상까지 이어지는 탐방로는 청도의 숨은 트레킹 코스. 왕복 약 3킬로미터의 짧은 트레일이지만, 잘 다듬어진 산책로를 생각했다면 낭패다. ‘에코’라는 명칭에 걸맞게 대부분 바위와 나무 뿌리가 뒤엉킨 산길로 이루어져 있다. 시작점을 알려주는 안내판이나 구조물이 거의 없어 무작정 호수 방면으로 걷다 보면 자연스레 만나게 되는 것도 이색적이다. 정상 전망대까지는 오르막 구간이 이어져 걷는 묘미도 있는 코스. 초반에는 공암풍벽 뷰를 즐기며 걷다가 절벽 꼭대기에 오르면 운문호 안쪽 깊숙한 풍경이 펼쳐진다. 공암리 복지회관 주차장에서 출발해 1시간 남짓이면 다녀올 수 있다.

📍 (공암리 복지회관) 청도군 운문면 공암길 64

이야기가 있는 고택 여행, 섶마리 한옥마을과 운림고택
운문호에서 흘러나온 동창천이 감싸 흐르는 금천면 신지리. 이곳에 자리한 밀양 박씨의 집성촌과 몇몇 고택을 아울러 섶마리 한옥마을이라 부른다. 섶마리는 섶다리가 있는 언덕 위 마을이라는 뜻으로, 천변의 고즈넉한 풍광은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조선 전기 밀양 출신의 유학자 박하담이 자리를 잡으면서 형성된 이곳 집성촌에서 운강고택은 가장 중요한 건축물로 꼽힌다. 조선 후기 상류층의 주거 형태를 엿볼 수 있는 유산으로, 강변의 절벽에 세운 별택 만화정과 함께 국가민속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박하담과 또 다른 청도 출신의 문인 김대유의 위패를 모시기 위해 건립한 선암서원은 살림 공간과 서당이 공존하는 독특한 구조가 특징이다. 서당 건물에선 보기 드물게 화려한 지붕의 공포(栱包) 조각과 마당을 가득 메운 200년 된 배롱나무도 아름답다. 신지리에서 멀지 않은 운림고택은 섶마리 한옥마을과 함께 둘러보면 좋은 곳. 서울과 경기를 제외한 지역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내시 가옥이다. 구한말 내시로 종2품까지 오른 운림 김병익이 말년을 보낸 집이라 ‘임당리 김씨 고택’으로도 불린다. 안채의 동선을 한눈에 살필 수 있도록 한 사랑채의 배치, 외부와 단절된 안채 공간 등 내부 구조를 찬찬히 살피다 보면 가정은 이뤘으나 남자 구실은 할 수 없어 애달던 내시의 짠한 삶이 그려진다. 운림고택을 비롯해 한옥마을 내 고택 대부분이 사유지라, 문화관광해설을 신청해 둘러볼 수 있다.

📍(운강고택) 청도군 금천면 선암로 476
📍(운림고택) 청도군 임당2길 14

패스트 라이브즈 인 청도, 청도읍성과 석빙고
청도 중심부의 야트막한 구릉지를 따라 옛 읍성의 흔적을 확인해보자. 청도읍성은 고려 말 처음 축성된 것으로 추정한다. 흙과 나무로 지은 것을 조선 시대에 석성으로 고쳐 쌓았으나 임진왜란 때 대부분 소실된 뒤 일제강점기에 그 흔적마저 사라졌다. 오늘날의 읍성은 2005년부터 15년여 간 정밀한 발굴 조사와 오랜 공사를 거쳐 복원한 것이다. 전체 2킬로미터 중 북문과 서문을 포함해 940미터를 복원했고, 성곽 주변으로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덕분에 남으로는 청도의 진산(鎭山)인 남산을 마주하고, 북으로는 청도천 안쪽의 너른 들판을 품은 채 도시를 수호했을 읍성의 옛 모습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반면, 동쪽 성벽 가까이에 있는 석빙고는 상상력이 필요 없는 장소다. 과거 얼음 저장고로 사용된 석빙고의 내부 구조가 궁금했던 이들이라면 이곳에서 속이 시원해질 듯. 청도 석빙고는 18세기 초 숙종 때 지은 것으로 추정하고, 현존하는 석빙고(경상도에 6개, 북한에 1개) 중에 가장 오래 되었으며, 규모는 경주 석빙고 다음으로 크다. 봉분은 훼손되고 아치형 뼈대가 드러나 있어 석빙고 안이 훤히 보이는데, 현존하는 석빙고중 내부를 살필 수 있는 곳은 청도 석빙고가 유일하다.

📍청도군 화양읍 동상리 48-1

© 신규철

2만 평 연꽃연못에서 힐링하기, 유등연지
사방이 산자락에 둘러싸인 청도는 어디를 가나 푸른색이 가까이에 있다. 청도로 이주한 외지인들이 입을 모아 얘기하는 것도 맑은 자연환경과 평화로운 분위기. 그런 청도에서도 각 잡고 힐링할 만한 장소를 찾는다면 유등연지(柳等蓮池)를 추천한다. 유등1리에 있는 연못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 처음 연못이 조성된 조선 시대에는 버드나무가 둘러싼 연꽃 연못이라는 뜻의 유호연지(柳湖蓮池)라 불렸고, 그 이전에는 작은 연못 신라지(新羅池)가 이 자리에 있었다. 조선 시대 모헌 이육이 그 못을 넓게 파고 연꽃을 심어 만든 유등연지는 둘레 약 700미터, 면적 6만 8,000제곱미터에 이른다. 호수 가장자리에 지은 군자정(君子亭)에 서면 연잎으로 뒤덮인 초록빛 연못이 거대한 한 송이 연꽃처럼 시야를 꽉 채운다. 무오사화 이후 풍파를 겪자 청도로 내려와 칩거한 이육의 어지러운 마음을 달래준 풍경. 분홍빛 고아한 연꽃이 고개를 내민 여름이 아니어도 분명 마음의 평화를 안겨줄 것이다.

📍청도군 화양읍 연지로 207

레트로 마을 산책, 유천마을 근대거리
남쪽으로 밀양과 접한 유천마을은 한때 교통의 요지였다. 고려 시대부터 역로가 지나 역원(驛院)이 있었고, 일제강점기 때 건설한 경부선 열차가 유천역에서 정차했다. 많은 사람과 물자가 거쳐가는 지역이라 상권이 발달했고, 정미소와 양조장은 호황을 누렸으며, 극장도 들어섰다. 그러다 주변에 신작로가 뚫리고 산업이 발달하면서 여느 농촌 마을과 마찬가지로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덕분에 오늘날 유천마을에선 1970~80년대 청도의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최근 복원 작업을 통해 1970년대 개관한 유천극장과 철공소, 양조장, 정미소, 소리사 등 거리의 옛 건물이 되살아났다. 20세기에 활동한 시조 시인 이호우와 이영도 남매의 생가도 이곳에 있어 함께 둘러보면 좋다.

📍청도군 청도읍 내호리 276-63

청도 최고의 여름 피서지이자 겨울 피한지, 와인터널
청도에서 많은 사람이 찾는 유명 관광지를 꼽으라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곳이다. 일제강점기 수탈의 역사가 깃든 옛 터널이 와인 저장고로 탈바꿈했다. 송금리 산자락, 경부선 옛 철도가 지나던 터널은 1937년 남성현 터널 개통과 함께 선로를 이설하기 전까지 증기기관차가 다니던 길이었다. 이후 한국전쟁 때는 군수물자를 운반하는 수송로, 1960년대까지는 국도로 사용되다 오랫동안 방치되던 것을 2006년 와인터널로 개장했다. 연중 15도, 습도 60~70퍼센트로 유지되는 터널 내부는 와인 숙성에 완벽한 조건. 한여름 무더위를 피하기에도 최적의 장소다. 총길이 1킬로미터 남짓의 터널을 따라 청도반시로 만든 감와인 오크통과 갖가지 조형물, 색색의 조명이 늘어서 있다. 1904년 러일전쟁의 전리품으로 가져온 터널 천장의 벽돌과 증기기관차가 내뿜은 그을음 등 과거의 흔적도 볼거리. 소원을 이뤄준다는 황금박쥐를 지나 보름달이 뜬 터널 끝까지 걸어갔다가 돌아나오는 길엔 한쪽에 마련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감와인을 맛보자.

📍청도군 화양읍 송금길 100


할 것

© 신규철

로프 어드벤처로 현대판 화랑 훈련 체험, 청도신화랑풍류마을
청도에서 시작된 화랑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문화체험공간. 운문면의 푸른 자연 속에서 다양한 야외 활동과 전시 관람, 체험 등을 즐길 수 있다. 하이라이트는 국내 최대 규모의 다층형 복합 로프 레포츠 시설 스카이트레일. 4층 규모에 집라인, 번지점프, 유아 전용 코스를 포함해 총 118개 코스로 이루어져 있는데, 2023년 8월 개장 이후 3개월만에 1만여 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인기 있다. 화랑의 무예를 게임 형식으로 즐기는 화랑VR 체험존, 활쏘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국궁장, 신체 단련 수련장과 놀이터 등의 시설이 곳곳에 자리하고, 콘도형 숙소와 오토캠핑장, 카라반도 갖췄다.

📍청도군 운문면 신화랑길 1

슬로푸드 쿠킹 클래스, 코지테임
파란 대문이 시선을 끄는 1층짜리 벽돌 건물. 청도읍성에서 멀지 않은 이곳은 코지테임의 앵커스토어다. 코지테임은 발효 소스의 원료가 되는 코지와 ‘길들이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tame)가 더해진 이름처럼 건강한 맛에 길들여지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발효식 기반의 건강한 먹거리를 선보인다. 코지테임이 추구하는 저염 · 저당식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면, 길들임 식탁 쿠킹 클래스에 참여해보자. 제철 식자재를 활용한 세프의 요리에 내 손으로 직접 만든 발효 소스를 곁들인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건강식은 맛이 덜하다는 편견은 버릴 것. 식자재의 맛이 하나하나 살아있는 풍성한 밥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청도군 화양읍 도주관로 145

책과 함께 커피 한잔 혹은 술 한잔, 오마이북 & 오마이아지트
오마이북 김인식 대표는 서점이 너무 싫어 대구에서 청도로 귀촌했다. 서점에 입사해 직접 운영까지 하면서 19년간 한 가지 일만 하다 보니 번아웃이 온 것. 그런 그가 몇 년간 대구로 출퇴근하던 삶을 접고 온전한 청도살이를 결정한 뒤 북카페를 열었으니 삶이란 참 아이러니다. 층고 높은 건물의 2층을 통째로 사용하는 오마이북은 책과 커피, 게스트하우스로 이루어져 있다. 작년에는 북카페 뒤편에 그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운 오마이아지트를 오픈했다. 중고책방 겸 심야책방이자, 때로는 칵테일 바가 되기도 하는 아담한 컨테이너 건물은 낡은 책과 CD, 술병이 어우러져 낭만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청도군 화양읍 동천3길 67

© 신규철

알고 보면 청도 찐핫플은 여기, 서청도 로컬푸드직매장
청도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구입하고 싶다면 한 번쯤 들러 볼만한 곳. 생산자가 직접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복숭아와 반시 등의 대표 특산물을 비롯해 채소부터 과일, 곡물, 가공품까지 각종 청도산 먹거리를 저렴한 가격에 믿고 구입할 수 있다. 판매 수익은 생산자에게 곧장 돌아가니,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지속 가능한 로컬 여행에 동참하는 셈. 2013년 10월 처음 문을 연 이래 현지인과 여행자 모두 즐겨 찾는 핫스폿으로, 저녁 시간이면 텅 빈 매대가 많을 많을 만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청도군 이서면 양원길 73

© 신규철

제로 웨이스트 시골 라이프, 홍시생활
청도 유일의 제로 웨이스트 숍. 파주출판단지의 동화책 출판사에서 근무하다 청도로 이주한 김은성 대표는 시골에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를 소개하고 싶어 홍시생활을 시작했다. 2층 규모의 아담한 매장 안에는 세제, 칫솔, 수세미 같은 친환경 제품은 물론 문구류, 밀랍초, 바구니 등 생활 소품이 가득하다. 밀랍, 양모, 압화 등 자연물을 활용한 공예 클래스도 운영한다. 도시보다는 지방이 좋아 이주를 결심한 뒤 국내 지도를 펴놓고 경북의 소도시를 살펴보다 ‘청도’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어 선택했다는 스토리도 흥미롭다. 김 대표가 청도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로 꼽는 청도읍성 인근에 자리한다.

📍청도군 화양읍 도주관로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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