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공생하는 모낭충..인류 고대사의 '스토리텔러'

이다솔 기자 2022. 8.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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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낭충 수확하러 왔습니다~!”

7월 18일 오후 사무실을 돌며 편집부 10명 전원의 얼굴에 투명한 테이프를 붙였다. 용태순 연세대학교 환경의생물학교실 교수가 운이 좋으면(?) 테이프에 모낭충이 달라붙을 거라 설명해 직접 확인하려 했다. 모낭충은 진드기에 속하는 동물로 학술적으로는 ‘모낭진드기’라 부르는 게 정확하지만 흔히 ‘모낭충’이라고 불린다. 약 40분 동안 편집부 사람들의 얼굴에 붙여 놨던 테이프를 용태순 교수팀에 전달해 현미경으로 살펴봤지만 모낭충을 한 마리도 발견하지 못했다.

용 교수는 “수업에서 같은 방법을 시도하면 학생 100여 명 중 2~3명에게서 모낭충이 발견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모낭충이 잘 발견되지 않는 이유는 모낭충이 모낭 속에 꼭꼭 숨어서 나오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모낭’은 우리 몸의 모든 털이 자라나는 주머니를 말한다. 대부분 포유류가 모낭충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사람 몸에서는 두 종이 발견됐다. 

사람에서 발견된 모낭충은 ‘모낭진드기’와 ‘작은모낭진드기’ 두 종이다. 모낭진드기는 모낭의 깔때기처럼 생긴 부분에서 집단을 이뤄서 서식하고, 작은모낭진드기는 피지선에 독립적으로 서식한다. 이런 탓에 작은모낭진드기를 발견하기는 더 어렵다. 어린이과학동아DB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낭충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연구에 따라 모낭충이 발견된 비율이 약 30%에서 90%까지 다양하지만,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서 모낭충이 없다고 볼 수는 없는 셈이다.

2014년 미국 연구팀이 모낭충이 산다면 얼굴에서 발견될 모낭충의 유전자 조각인 ‘18S rRNA’를 찾기로 했다. 그 결과, 20세 이상의 미국인 29명 중에서 실제 모낭충이 발견된 건 14%에 불과했지만 유전자 조각이 발견된 건 100%로 나타났다. 모낭충이 사실 거의 모든 사람의 피부에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모낭충은 얼굴과 귀, 유두, 생식기 등 털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살며 피지를 먹는다. 모낭충이 우리 몸에 질환을 일으키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혈관이 확장돼 코가 빨개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피부염인 ‘로사세아’ 환자에게서 모낭충이 매우 많이 발견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모낭충이 로사세아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 로사세아 때문에 피지 분비가 많아져 모낭충도 급증했을 가능성이 있다. 용 교수는 “우리 몸에 있는 세균이 해로운 세균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주는 것처럼, 모낭충도 어떤 유익한 기능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어린이과학동아DB

천하태평 모낭충 인간과 필수 공생충돼 행복

지난 6월 21일 알레얀드라 페로티 영국 레딩대 교수팀이 모낭진드기(이하 ‘모낭충’) 유전체를 최초로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분자 생물학과 진화(Molecular Biology and Evolution)에 발표했다. 

블랙헤드 제거제로 얻은 총 250마리를 분석한 결과, 사람들은 주로 엄마에게서 모낭충을 전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나 아빠보다 엄마와 자녀의 모낭충 사이에 유전체 유사성이 훨씬 높았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모유 수유를 할 때 어머니의 유두 주변은 체온과 습도가 높아진다”며 “이런 환경에서 모낭충이 자녀에게 쉽게 전달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모유 수유 과정에서 전달되는 사례는 모낭충 외에도 선충류 20종 등 다양한 기생 생물에서도 확인된다. 

필요 없는 유전자를 잃어버리다

사람의 피부에는 모낭충이 도망쳐야 할 천적도, 먹이를 경쟁해야 할 생물도 없다. 이런 탓에 페로티 교수는 “엄마에게 전달받은 극소량의 모낭충은 숙주가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근친교배를 한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모낭충은 매우 단순한 생물이 됐다. 새로운 모낭충을 만날 일이 없으니 새로운 유전자를 얻을 가능성이 적고, 모낭 속에서 평화롭게 기생하며 원래 갖고 있던 능력까지 퇴화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단백질을 만들며 기능을 하는 유전자 수가 지금까지 확인된 절지동물 중 가장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

용태순 교수는 “많은 기생충이 먹이 섭취와 생식 능력만 발달하고 다른 기능들을 잃어버리곤 한다”며, “사는 데 필요한 것을 숙주에게 모두 얻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페로티 교수는 “모낭충은 이제 더이상 숙주인 사람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필수 공생충’이 되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 피부는 다양한 유기체로 덮여 있다”며 “모낭충은 우리 모공을 청소하며 우리 몸과 함께 사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수컷의 생식기 모양과 없다고 알려졌던 항문도 최초로 밝혀졌다. 전북대학교 정준호 교수는 “모낭충의 후장이 잘 발달되지 않아 항문도 퇴화했을 거라고 이전 과학자들이 추정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영국 레딩대 제공

○ 모낭충 300만 년 전부터 인류와 동거동락

➊ 모낭충은 사람속이 나타날 무렵인 240만 년~380만 년 전 처음 등장했다. ➋ 약 38만 년 전 현생인류가 아프리카에서 등장한 뒤, 아시아로 이동했다. 이때 모낭충이 함께한 것으로 추정된다. ➌ 현생인류는 각 대륙으로 흩어져 고립된 생활을 하며 피부 특징이 달라졌다. 피부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모낭충 역시 그에 맞게 각각 다르게 진화하며 혈통이 나뉜 것으로 추정된다.  어린이과학동아DB

모낭충을 보면 조상이 보인다?

2015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는 인간의 모낭충에게서 인간 조상의 흔적을 볼 수 있다는 연구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 보든대학교 생물학과 마이클 팔로폴리 교수가 속한 공동연구팀이 참가자 70명에게서 얻은 모낭충 241마리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다. 미토콘드리아는 진핵생물의 세포 안에서 세포 호흡을 담당하는 소기관으로, 어머니를 통해서만 전달돼 생물의 진화적 관계를 밝히는 데 활용된다. 

연구팀은 일부 참여자의 경우 이마를 헤어핀의 휘어진 부분으로, 나머지 참여자는 볼과 코를 작은 국자 모양의 금속 숟가락으로 긁어서 털과 모낭충을 채취했다. 그리고 유전자 분석 결과에 따라 각 모낭충의 혈통을 나누고 이를 참가자 조상의 출신 국가와 비교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미국에 거주 중이지만 아시아와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유럽에 살았던 조상의 후손들이었다. 

그 결과 모낭충 역시 4개의 혈통으로 나뉘었다. 수 세대 동안 미국에 살았더라도 아시아계 미국인은 아시아계 모낭충을,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아프리카계 모낭충을 주로 지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라틴아메리카계 미국인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유럽계 미국인이 주로 지닌 유럽계 모낭충은 다른 참가자들에게서도 발견됐다. 이는 19세기 유럽 열강이 전 세계 여러 나라들을 침략해 식민지화한 역사를 반영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아가 연구팀은 인간의 모낭충이 나타난 게 약 240만 년~380만 년 전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인류가 속한 ‘사람속’이 등장하던 무렵이다. 또 모낭충의 4가지 혈통 중 아프리카와 아시아 혈통이 가장 오래 전에 등장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현생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처음 등장해 아시아로 이동한 뒤 전 세계로 퍼졌다는 아프리카 기원설과 일치한다.

연구에 참여한 미국 캘리포니아 과학 아카데미의 미셸 트라우트웨인 연구원은 “모낭충은 현생인류의 여행에 함께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모낭충은 그냥 벌레가 아니라 인류의 고대사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러”라고 말했다.

영국 레닝대/어린이과학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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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과학동아 8월 15일자 [기획] 밤만 되면 내 얼굴에서 엉금엉금? 모남충

Part1. [기획] 모낭충 우리 모두의 반려충♥

Part2. [기획] 천하태평 모낭충 인간과 필수 공생충돼 행복 ♥

Part3. [기획] 모낭충 300만 년 전부터 인류와 동거동락♥

 

[이다솔 기자 da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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