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김건희 겹악재’ 거리두자…친윤 “같이 망하자는 거냐” 발끈

김재섭 “공천 관련 의논 부적절”
한동훈 ‘명품백 사과’ 재차 요구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9일(현지시각) 체코 프라하 바츨라프 하벨 국제공항에 도착해 공군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프라하/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국민의힘이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등 잇따라 터지는 김 여사 관련 악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 내에서 ‘대통령 부인이 외부 인사와 공천 관련 의논을 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명품 가방 수수’에 관한 김 여사의 사과를 거듭 요구했다. 친윤석열계는 이런 한 대표의 행보에 “같이 망하자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김 여사가 정치 브로커로 알려진 명태균씨를 통해 문자로 공천 관련 의견을 주고받았다는 주장에 “김 여사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입지나 위치를 생각했을 때 잘못된 사인(신호)을 줄 수 있다”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또한 “제3의 인물을 통해 (이런 얘기를) 주고받았다는 것 자체가 당연히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공천 개입이 실제로 성사됐는지를 떠나 대통령 부인이 여당의 공천 문제로 이야기를 나눈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공개 지적한 것이다.

당내 의견은 엇갈렸다. 계파색이 옅은 한 수도권 의원은 “김 여사가 명씨와 공천 관련 논의를 한 것만으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은 가능해 보인다”면서도 “공천 개입이 있었다 하더라도 실패한 것이니 그만큼 당시 공천이 공정하다고 판명난 것 아니냐”고 했다. 또 다른 수도권 의원은 “(대통령 부인이라도) 공천과 관련해 사적인 대화는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를 노출시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김 여사에 대한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는 만큼 당이 야당의 특검 공세로부터 김 여사를 ‘철벽 방어’하는 것처럼 비치는 데 부담스러워하는 기류도 의원들 사이에서 읽힌다. 하지만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큰 틀에서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것은 정치인들이 해야 할 과제지만, 무리하게 위헌적인 요소를 담은 특검법안에 대해선 이탈표(찬성표)가 있을 거라 생각 안 한다”며 분위기를 다잡았다. 추 원내대표는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한 입장이 무엇이냐’는 기자들 물음에 입을 굳게 다문 채 자리를 떴다.

김 여사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인 ‘명품 가방 수수’도 여전히 당의 균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보도된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명품 가방 수수에 대한 검찰 수사는) 아직 결론이 안 난 사안”이라면서도 “분명한 건 부적절한 처신이었고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히자, 친윤계가 공개 반발한 것이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강승규 의원은 이날 에스비에스 라디오에서 “대통령의 임기가 많이 남아 있는데, (한 대표의) 그런 섣부른 차별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비영남권의 한 친윤계 의원은 이날 한겨레에 “윤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2년 반도 더 남았는데 대놓고 차별화하겠다는 건 당정이 같이 망하자는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광준 서영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