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당 150만원 리모델링의 마법...모텔서 수원 핫플로 우뚝
[건축주대학 멘토의 한마디]
“내 건물 핫플 만들고 싶은데 돈 없다면…가성비 리모델링이 해답”
[땅집고] 최근 수도권에서 ‘핫 플레이스’로 급부상한 경기 수원시 행리단길. 도심 입지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華城)을 끼고 있는 덕분에 독특한 옛 정취가 물씬 풍겨 20~30대가 즐겨찾는 상권으로 자리잡는 추세다.
수원 화성으로부터 남동쪽으로 직선 330여m 거리엔 넓은 통창에 빈티지한 매력을 풍기는 ‘수원행궁 뉴스뮤지엄’ 건물이 눈에 띈다.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인데, 지상 1층에는 서울 이태원에서 대기열이 늘어지는 맛집으로 소문난 ‘라이너스 바베큐’와 한국식 수제 맥주의 원조 브랜드로 알려진 ‘맥파이 브루어리’가 입점해 있다. 지상 2층 이상 공간에는 다양한 침구류, 홈웨어, 빈티지 조명 등 다양한 리빙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 젊은층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 상권에서 ‘수원행궁 뉴스뮤지엄’이 처음부터 북적이던 건물은 아니었다. 원래 1988년 준공해 올해로 36년째 된 낡은 모텔, ‘산동장’이었기 때문이다. 프롭테크 기업 ‘루센트블록’이 이 건물을 매입한 뒤, 김종석 에이티쿠움파트너스 대표의 리모델링 건축 기획과 공간 운영사 어반플레이의 브랜드 협업을 거친 결과, 행리단길 일대에서 주목받는 건물로 재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비용이 총 7억원에 그쳤다는 것. 3.3㎡(1평)당 가격을 계산하면 150만원으로, 최근 인건비와 자잿값이 동반상승하면서 건축비가 3.3㎡당 500만원을 우습게 넘기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으로 저렴한 셈이다.
이 건물 리모델링을 맡은 김종석 에이티쿠움파트너스 대표는 서울 강남과 성수동, 서대문구 연희·연남동 일대 건물 150여채를 신축·리모델링한 베테랑 건축가로 현재 땅집고 건축주대학의 대표 강사다.
김 대표는 “행리단길 일대 ‘수원행궁 뉴스뮤지엄’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건축 효과를 낸 사례”라며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싶지만 예산이 부족해 고민하던 건물주라면 충분히 참고할 만할 현장이다”고 전했다.
■ 평당 150만원의 마법…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 내는 리모델링
김 대표는 ‘수원행궁 뉴스뮤지엄’ 리모델링 건축비 총 7억원 중 철거와 구조 보강에 가장 많은 비용을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건물이 총 19개실 규모 모텔이다보니, 각 층마다 침실을 구획하기 위한 비내력벽이 여럿 설치돼있었다. 이런 비내력벽을 모두 철거하니 각 층마다 70평 정도 되는 널찍한 공간이 확보되면서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건물을 지탱하던 벽을 철거한 뒤에는 안전을 위한 골조 보강이 필요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총 5개층에 이르는 골조에 대해 H빔 보강공사를 진행했다. H빔 보강공사란 강도가 높으면서 단면 보양이 H로 생긴 철제 뼈대를 적용해 건물의 구조적인 강도를 강화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뜻한다.
상업용 건물인 만큼 임차인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설계가 필수였다. 김 대표는 건물에 나있던 창문 높이를 각각 2배 정도 키우는 방식을 택했다. 김 대표는 “가장 큰 창문을 기준으로 높이를 약 1m 정도 키웠다”면서 “도로를 지나는 사람들이 건물을 바라볼 때 매장 안까지 들여다보면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시각적 유인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라고 했다. 때가 탄 듯한 분홍색 타일이 붙어 있던 외관은 벽돌을 쌓아 새로 마감할 계획이었는데, 비용 최소화를 고려해 밝은 회색 페인트로 칠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 널찍한 70평 내부 희소성 있어…4층엔 직접 숙박 체험하는 공간도
‘수원행궁 뉴스뮤지엄’ 건물을 공모한 루센트블록 측은 앞으로 이 건물이 행리단길 일대에서 희소성을 갖출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기대 중이다. 현재 행리단길에는 준공한지 30~40년 이상으로 낡고, 한 층당 실사용 면적이 10~20평 정도로 좁은 건물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리모델링을 거쳐 깔끔한 외관을 갖춘 데다 각 층 임대면적이 70평으로 넓은 ‘수원행궁 뉴스뮤지엄’이 임대차시장에서 주목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루센트블록은 원래 모텔이었던 이 건물 특성을 살린 공간 기획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수원시는 숙박업소가 실제로 숙박업을 영위하지 않으면 숙박면허를 반납하도록 하고 있으며, 특히 지역 최대 관광지로 조성 중인 행리단길 일대에서는 신규 숙박면허를 내주지 않고 있다. 이 점을 겨냥해 어반플레이는 건물 4층 숙박시설 2개실은 그대로 남겨두고, 이 곳을 고급 호텔처럼 꾸며 방문객들이 실제로 투숙하면서 침구류 등 라이프 스타일 물품을 직접 체험한 뒤 구매까지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선보이기로 했다.
안명숙 루센트블록 총괄이사는 “현재 행리단길 임대차시장에선 소규모 카페, 식당, 공방 등 임차인이 대부분”이라면서도 “하지만 앞으로 상권이 확장하면서 대형 브랜드가 유입된다면 ‘수원행궁 뉴스뮤지엄’처럼 규모를 갖춘 특색 있는 건물이 인기 매물로 떠오를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전했다.
글=이지은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