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개발은 늦었지만… 한국인 과학자들 진단기술 분야서 맹활약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2023. 3. 1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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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에 ‘가공된 분리 효소’ 적용
기존 가열-냉각 과정 거치지 않고 일정한 온도서 대규모로 복제 가능
광열 나노소재 활용한 복제 방식, 검사 시간 5분으로 줄일 수 있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사용되는 유전자증폭(PCR) 검사 장비. 위키미디어 제공
3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인류를 어떻게 위협할 수 있는지 경각심을 일깨웠다. 전파를 억제하고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백신과 치료제도 중요하지만 방역 상황을 통제하는 새로운 진단기술 개발도 미래 감염병 대응에 필수다.

코로나19 대응에 주로 쓰였던 유전자증폭(PCR) 검사는 진단 정확도는 높지만 비싸고 검사 결과가 나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단점이 있다. 결과가 빠르게 나오는 신속항원검사도 활용됐지만 정확도가 낮아 확진자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해 방역체계에 혼란을 준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16일 과학계에 따르면 한국인 과학자들이 이 같은 기존 진단기술의 단점을 극복하는 바이러스 진단기술을 잇달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서는 선진국에 밀렸지만 진단기술 개발에서만큼은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하택집 미국 존스홉킨스대 석좌교수 연구팀은 기존 PCR 검사를 대체할 수 있는 단백질 가공기술을 개발하고 연구 결과를 지난해 10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공개했다.

코로나19에 활용된 PCR 검사는 확진 의심자에게서 채취한 검체의 DNA를 수차례 복제해 바이러스를 특정하는 유전자를 냉각과 가열해 대규모로 늘리는 방식이다.

이렇게 증폭된 유전자에서 바이러스 감염을 확인할 수 있는 유전자가 일정 기준 이상으로 확인될 경우 감염을 판정한다. 섭씨 60도부터 95도까지 온도 순환을 거치는 과정에서 검사에 3∼6시간가량 소모된다. 확진자 규모가 커지면서 검사가 몰릴 경우 수검자가 확진 여부를 알기까지 거의 만 하루가 소요됐다.

하 교수 연구팀은 기존 PCR 검사에서 냉각과 가열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단일한 온도에서 유전자를 증폭시키는 데 성공했다. 온도 변화 없이도 안정적으로 복제가 이뤄지도록 유전자에 변형을 일으키는 ‘가공된 분리효소(Engineered helicase)’ 원천 기술을 새롭게 제시한 것이다.

유전자를 복제하기 위해선 가열을 통해 꼬여있는 구조를 풀어낸 뒤 식히는 과정을 거쳐 풀어낸 유전자를 두 가닥으로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 하 교수 연구팀은 분리되어도 단일 가닥 형태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성질을 가진 단일 가닥 ‘DNA결합단백질(SSB)’과 온도 변화 없이도 분리 과정을 촉진하는 유전자 변형 기술을 접목했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65도 단일한 온도에서 유전자를 복제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기술을 활용한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출 실험에서 기존 PCR 검사와 동일한 결과가 나와 정확성도 입증됐다.

연구에 참여한 강지민 존스홉킨스대 연구원은 “가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백질 손상은 줄이고 냉각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 정확한 검사 결과를 신속하게 제공한다”며 “비용도 1회 5달러(약 6530원)로 매우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진도 PCR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는 기술을 공개했다. 김상경 KIST 안전증강융합연구단 단장(KIST 책임연구원)이 광열 나노소재를 활용해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을 5분으로 줄인 연구 결과를 지난달 국제학술지 ‘ACS 나노’에 발표했다. 이 기술은 온도 순환을 위해 열판을 사용하는 기존 방식 대신 빛을 쪼이는 즉시 높은 열을 빠르게 내는 광열 나노 소재를 사용한 것이 핵심이다. KIST는 이 기술을 실제 의료 현장에 도입하기 위해 현재 소형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밖에 신속한 진단이 가능한 기술도 나오고 있다. 마르턴 메르크스 네덜란드 에인트호번공대 연구팀은 바이러스에 발광 효과를 일으켜 질병을 빠르고 쉽게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국제학술지 ‘ACS 센트럴사이언스’에 15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연구팀은 반딧불이나 식물성 플랑크톤에 존재하면서 야간에 발광 효과를 내는 단백질 ‘루시페라아제’를 활용했다. 이 단백질을 유전자가위 기술을 사용해 바이러스 유전자와 결합할 때 발광하도록 교정했다. 이렇게 개발된 센서는 비강 면봉에서 채취한 샘플에서 20분 만에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를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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