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 쉽다’ 외국인 몰린 수원역 휴대폰 성지…관리는 글쎄 [외국인 휴대폰 개통-上]
명의도용 피해 잇따라…“실적 위해 확인 형식적”

“1년 전 수원역에서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제 명의 통장이 범죄에 악용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뒤늦게 확인해보니 300만원이 빠져나간 뒤였습니다.”
22일 오후 수원역 지하상가 휴대전화 판매 거리에는 외국인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베트남·네팔·태국·캄보디아 등 각국 국기가 걸린 점포 앞에는 개통을 기다리는 이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매장 인근에서 만난 캄보디아 국적 여성은 여권이나 외국인등록증만 있으면 별도 서류 없이 선불폰, 후불폰 등 상황에 맞는 휴대전화 개통이 가능해, 외국인들 사이 ‘성지’라고 설명했다.
상가 곳곳에는 선불폰·알뜰폰 광고물이 붙어 있었고, 통역 직원을 앞세워 외국인 고객 응대에 나서고 있었다. 수원역이라는 입지 특성상 접근성이 좋고 개통 절차도 비교적 간편해 외국인 이용자들이 몰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러한 편의성 이면에는 허술한 신원 확인과 관리 공백 문제가 자리하고 있었다.
실제 이곳에서 휴대전화를 개통했던 외국인 A씨는 자신의 통장이 불법 복제돼, 대포통장에 악용되는 피해를 입었다. A씨는 대리인을 통해 손해배상 청구 절차 등을 진행, 수개월에 걸쳐 해결할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외국인 B씨는 휴대전화 개통 이후 여권이 도용돼 명의가 정지됐다. 해결을 위해 경찰 등에 연락해야 했지만, 언어 장벽과 비용 등의 문제로 현재까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상가 내 판매점은 10여곳 가량, 매장마다 개통 절차와 신원 확인 방식이 달랐다. 한 매장 관계자는 “실적 경쟁 때문에 신원 확인이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사실상 관리 공백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원시는 점포 운영이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이동통신 대리점 차원에서 관리되는 구조라 직접 개입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외국인 대상 휴대전화 개통 수요가 많은 것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실제 개통 과정이나 피해 사례까지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명의 휴대전화 개통이 대포폰, 보이스피싱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보다 체계적인 실태 파악과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외국인 휴대전화 개통 시장에서 어떤 방식의 범죄가 얼마나 발생하는지, 정부 및 지자체 차원의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부족한 상황”이라며 “정확한 조사와 함께 관계 기관 간 업무 분담 체계를 명확히 해야 실효성 있는 대책도 마련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허나우 인턴기자 rightno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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