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코치, 대환영” 일본 반응이 ‘놀.랄.만.큼’ 훈훈하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공식 SNS

알바 푼 것 같은(?) 댓글창

약간은 뜬금포다. 의외의 뉴스가 눈길을 끈다.

발신지는 바다 건너다.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발(發)이다. 그것도 감독의 입을 통해서 전해졌다.

“1년간 더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아베 신노스케)

정식으로 코치 영입을 제안한 것이다. 물론 전문 분야는 ‘타격’이다. 구단 프런트도 부인하지 않는다. “감독의 요청이 있었고, 당사자의 결론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한다.

대상자는 이승엽이다. 즉답은 없었다. 보류 상태다. 다만 반듯하게 예를 갖춘다.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제안이다. 한국에 돌아가 가족들과 상의한 뒤에 결정하겠다.”

일본의 거의 모든 매체가 이 소식을 다뤘다. 그런데 반응이 의외다. 너무 긍정적이다. 환영, 찬성, 기대, 반가움 같은 표현들이 대부분이다. 야후 재팬의 댓글들이다.

“굉장히 좋다고 생각한다. 유튜브를 보면 승짱은 무척 신사적이고, 부드러운 것 같다. 일본에서도 결과를 남긴 선수니까, 제대로 가르칠 것이다.” (mde********)

“외국인 타격코치라는 것도 흥미롭다. 관념에 사로잡힐 필요 없다. 모국과 다른 나라에 가서도 실적을 낸 사람이니까 나름의 노하우를 당연히 가지고 있을 것이다.” (esu********)

“대찬성이다. 거인에게 필요한 것을 가르쳐줄 사람이다. 이승엽 씨 제발 부탁드린다.” (wm******)

“일본어도 문제없는 사람이다. 본인과 가족만 괜찮다면 완전 찬성이다.” (kop********)

“1루 수비도 역대 최고 수준이었지.” (o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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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과 실리 모두 괜찮은 자리

‘알바 풀었구먼.’ 그런 농담을 건넬 수준이다. 그만큼 호감이 넉넉한 댓글창이다.

예상은 반대였다. 아무래도 달갑지 만은 않을 것이다. 그런 걱정이다. 그들의 한국(야구)에 대한 선입견을 부인할 수 없는 탓이다. 혹시나 배타적이지는 않을까. 적어도 찬반 논란은 피할 수 없겠지. 하는 마음은 쓸데없었다.

그만큼 그가 일본에 남긴 인상이 좋았다. 또 요미우리의 중심 타자였던 기억이 여전하다. 그래서 그 유니폼이 낯설지 않다.

결론은 낙관적이다. 아마도 어느 정도 조율은 이뤄진 상태라고 본다.

“열정적으로 가르치는 모습에 감동받았다. 그래서 ‘1년 더’를 부탁했다.” 정규직을 제안한 아베 감독이 밝힌 이유다. 다음 단계가 구단의 OK였고, 이제는 본인의 결정을 기다린다는 식이다.

즉흥적인 일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그들의 일하는 방식을 보면 그렇다. 이미 어느 정도의 교감이 이뤄졌고, 절차를 밟아가는 과정이라고 여기는 게 타당하다.

이번 가을 캠프는 2주짜리다. 임시 코치로 초청했고, 1.5군급 선수들의 지도했다. 끝나는 날 감독이 대외적으로 밝혔다. 직접적이고, 공개적인 언급이다.

이 정도면 90% 이상이라고 봐야 한다. 오피셜에 가깝다는 뜻이다.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으면 이러기 어렵다. 구단 프런트의 화답도 마찬가지다.

이승엽 본인도 비슷하다. 크게 문제 될 일은 없다. 이미 5월에 베어스를 떠났다. 다음 스텝은 애매하다. 그런데 ‘요미우리의 1군 타격 코치’라면 괜찮은 자리다.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을 수 있다.

물론 ‘가족과 상의’가 필요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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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아베 감독

사실 아베 감독은 어려운 처지다 그들 표현대로 하면 ‘정권의 위기’다.

지난 시즌 3위에 그쳤다. 포스트시즌에서도 1라운드에 탈락했다. 그러면서 퇴진론이 강하게 일었다. 언제 발표가 나와도 이상할 게 없었다.

게다가 유력한 후보도 거론됐다. 마쓰이 히데키가 추대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는 팀의 상징과도 같은 나가시마 시게오의 타계(2025년)와도 관계가 깊다.

고인을 추모하는 자리였다. “스승과 생전의 약속”을 언급한 마쓰이의 발언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언젠가는 (감독이 돼서)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뤄지지 않았다. 구단주(야마구치 도시카즈 요미우리 신문 사장)는 “내년에도 아베 감독이 계속할 것”이라고 명확하게 정리했다. 이후 시중의 교체론은 잠잠해졌다.

대신 책임지는 사람이 생겼다. 수석코치를 맡았던 니오카 도모히로가 경질됐다. 타격코치를 겸직했던 인물이다. 때문에 공백이 생겼고, 그 자리에 이승엽을 기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석코치 겸직은 언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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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에게 기대하는 것

물론 쉽지 않은 자리다. 1군 타격코치 말이다. 어느 팀이나 비슷하다. 잘하면 당연하다. 대신 못 하면 금세 티가 난다. 숫자로 확연히 드러난다. 트집 잡을 게 하나둘이 아니다.

시즌 성적만 봐도 그렇다. 요미우리의 팀타율(0.250)은 리그 1위다. 하지만 그러면 뭐 하나. 점수를 못 낸다. 득점력(463)은 3위에 불과하다.

문제는 장타력이다. 타자 친화적인 도쿄돔을 쓰면서 홈런 96개를 쳤다. 반면 투수 친화적인 고시엔의 한신은 110개나 넘겼다. 그 차이가 1위와 3위를 갈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래서 타격코치가 자주 바뀐다. 메인 코치 니오카는 결국 해임됐다. 서브 코치 가메이 요시유키는 외야 수비 담당으로 보직이 바뀐다. 대신 2군에 있던 젤러스 휠러(뉴욕 Y-라쿠텐-요미우리)를 불러 올렸다.

그러니까 이승엽이 가면, 타격코치 2명이 모두 이방인이 되는 셈이다. 아마도 휠러는 외국인 타자 담당이고, 메인 역할은 이승엽에게 맡길 것으로 보인다.

승짱에게 바라는 것은 분명하다. 장타력, 결정력에 대한 가르침이다. (한일) 통산 626 홈런을 기록한 레전드다. 요미우리 4번 타자의 계보(제70대)를 잇는 타자였다. 중요한 국제대회의 강렬한 기억을 남겼다. 일본을 쓰러트린 결정적 일발을 터트렸다.

아베와의 관계도 안성맞춤이다. 일단 친분이 두텁다. 구단은 뜨거운 성격의 아베(46세)를 이승엽(49세)이 잘 다독여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아무튼.

여러모로 좋은 일이다. 비록 감독으로는 쓰린 이력이었다. 그래도 국민 타자 아닌가. 그의 커리어는 너무 오래 단절되면 안 된다. 그게 실전이든, 예능이든 관계없다. 국내, 해외를 가릴 필요도 없다.

그는 유니폼 입은 모습이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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