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미국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클래식 모터홈이 있다. 1973년부터 1978년까지 단 5년간 제너럴 모터스(GM)가 생산한 'GMC 모터홈(GMC Motorhome)'이 그 주인공이다. 총 12,921대가 생산된 이 차량은 현재도 약 70%에 해당하는 9,000여 대가 운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시 자동차의 평균 수명이 길어야 12년 남짓에 불과했던 현실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특히 이 모터홈은 전설적인 스포츠카나 머슬카가 아닌, '레저용 차량(RV)'이라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MC 모터홈은 여전히 활발한 커뮤니티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관련 페이스북 그룹에는 1만 6천 명 이상의 회원이 활동 중이며, 북미 전역에서는 전문 정비 및 복원 업체들도 여럿 운영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차량을 그렇게 오랫동안 살아남게 했을까? GMC 모터홈 애호가 모임인 'GMC 그레이트 레이커스(Great Lakers)'의 회지 Roam을 편집했던 카렌 브린(Karen Breen)은 "결국은 디자인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미시간 주 버밍엄 출신인 그녀는 다섯 번째 오너로서 자신의 모터홈을 구매가의 세 배에 되팔았다고 한다. 또한 'GMC 모터홈 인터내셔널'이라는 또 다른 동호회 회장 루시 바이드너(Lucy Weidner)는 "이 차는 클래식한 라인을 지녔고, 주유소나 캠핑장에 정차하면 항상 사람들이 몰려들며,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녀와 남편은 위스콘신에서 플로리다까지 20만 마일(약 32만 km)을 넘게 주행했다고 한다.

1972년, GM은 RV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당시 RV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시기였고, 시장에는 트럭 섀시에 박스를 얹은 투박한 RV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이에 GM은 차별화를 꾀했다. GM 트럭&코치 부문 부사장이던 마틴 카세리오는 신차가 전륜구동, 저상 섀시, 알루미늄 및 유리섬유 복합 차체를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듬해인 1973년 1월, 애너하임 스타디움에서 최초로 공개된 GMC 모터홈은 단박에 주목을 받았다. GM은 홍보 자료에서 "박스처럼 생기지도 않았고, 트럭처럼 달리지도 않는 모터홈"이라는 문구를 내세웠다.

이 모터홈은 올즈모빌 토로나도(Oldsmobile Toronado)의 455 큐빅인치 V8 '로켓 엔진'과 전륜구동 파워트레인을 공유했다. 후륜축과 드라이브샤프트가 없기 때문에 차량 하부는 대부분 평평했고, 이는 실내 가구 배치의 자유도를 극대화시켰다. 바닥은 도로로부터 단 14인치(약 35cm) 높이에 불과해 승하차가 쉬웠으며, 외형도 기존 RV보다 훨씬 낮고 세련되었다.

1973년형 GMC 모터홈은 23피트(약 7m)와 26피트(약 8m) 두 가지 길이로 출시되었으며, '파롯 그린(Parrot Green)', '파인애플 옐로우(Pineapple Yellow)' 등 개성 넘치는 외장 컬러를 선택할 수 있었다. 내부 구성도 23피트 모델은 4가지, 26피트 모델은 11가지 플로어플랜이 제공되었다. 가구, 침대, 의자 등도 다양한 조합이 가능했고, 냉장고 등 일부 가전은 당시 GM이 소유하던 프리지데어(Frigidaire) 제품이 탑재되었다. 후륜에는 4개의 보조 바퀴가 장착되었고, 에어서스펜션을 통해 승차감을 높였다. 넓은 전면 유리창과 측면 3개, 후면의 대형 창문은 풍광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당시 차량 가격은 23피트 모델이 13,569달러, 26피트 모델이 14,569달러였다. 이 모터홈은 단순한 여행 수단이 아닌, 안락한 '움직이는 집'이었다. 지금의 '글램핑' 개념을 반세기 앞서 구현한 셈이다.

GM은 1973년 브로슈어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미국에서 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서양으로 뻗은 메인 주의 소나무 숲 반도. 그곳에는 모텔도, 식당도, 주차장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 모터홈이라면 그 길을 달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