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자금세탁방지, 스테이블코인서도 유효한지 점검해야”

경예은 2026. 5. 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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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전쟁, 규제·AML이 관건
특금법 개정, VASP 의무 부담 키울 것
대주주 심사 촘촘…해외 규제도 변수
최대진 삼일PwC 파트너가 8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자금세탁방지 제도 강화의 방향성과 기업의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경예은 기자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지연되는 사이 업계 화두가 자금세탁방지(AML)·내부통제 체계 고도화로 옮겨가는 추세다. 아울러 특금법 시행령 개정으로 가상자산사업자(VASP)의 규제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를 위한 대응 전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승호 삼일PwC 금융부문 대표는 8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자금세탁방지 제도 강화의 방향성과 기업의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올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며 “디지털자산과 새로운 거래 채널이 등장하면서 기존 자금세탁방지 프레임만으론 설명하기 어려운 다양한 리스크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에 유효했던 자금세탁 방지 기준이 그대로 유효할지에 대해 고민해볼 시점”이라며 “규정 충족과 금융당국이 기대하는 수준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등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국내 기업의 단기적 과제’를 주제로 발표를 맡은 최대진 삼일PwC 파트너는 “스테이블코인이 가상자산 중에서도 결제 수단이라는 점 때문에 대중적으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뀔 것으로 평가된다”며 “면밀한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입법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파트너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이후 발행사와 유통사에 적용될 자금세탁방지(AML) 의무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봤다. 그는 “발행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고객에게 이전할 수도 있고, 유통사를 통해 유통할 수도 있다”며 “이 과정에서 특금법상 금융회사 등에 포함될 수 있는 만큼 자금세탁방지 체계와 고객확인의무, 의심거래보고(STR), 내부통제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존에 AML 체계를 갖추지 않은 기업이 스테이블코인 발행 사업에 뛰어들 경우 관련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스테이블코인에 동결·소각 기능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최 파트너는 “의심거래나 범죄 연루 정황이 확인될 경우 해당 스테이블코인을 동결하거나 소각할 수 있는 기능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금융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장치로 풀이된다.

유통사의 역할도 중요해진다. 유통사는 발행사가 만든 스테이블코인을 이용자에게 이전하거나, 이용자가 상환을 요청할 때 발행사와 연결하는 중개 역할을 맡게 된다. 최 파트너는 “기존 금융회사 등이 유통을 맡는 경우 이미 AML 체계를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기존 체계에 스테이블코인 거래를 넣었을 때 관리망에서 빠지는 부분이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해외 규제와의 정합성도 기업들이 유의해야 할 대목으로 꼽혔다. 최 파트너는 지난해 7월 미국에서 제정된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언급하며 “한국 발행사가 미국 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미국 금융회사로 등록해야 하고 미국 기준에 따른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사업자라도 해외 이용자를 대상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이를 유의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현행 제도에서는 ‘트래블룰’을 적용해 100만원 이상 가상자산 이전 거래에 대해 송신사업자가 송·수신인 정보를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지난 3월 입법예고한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이 같은 기준금액을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준을 100만원 미만으로 확대키로 한 것이다.

최 파트너는 “1000만원 이상의 이전 거래에 대해 STR 보고를 의무화하겠다는 내용도 있다”며 “실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고 의무로 인한 현업 종사자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VASP의 대주주 심사도 한층 촘촘해질 전망이다. 최 파트너는 “VASP와 관련해서도 대주주 범위와 대주주 관련 자격 조건, 신고사항을 구체화했다”며 “대주주가 법인인 경우 그 법인의 실제 소유자와 대표이사까지 자격을 꼼꼼하게 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검증 부분이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국내 VASP 27곳은 지난달 29일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를 통해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업계 공통 의견을 금융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트래블룰 기준금액 폐지와 수신사업자 의무 확대가 입금 심사 지연과 함께 가격 변동에 따른 이용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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