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명절 앞두고 "일감도 희망도 없어"…막막한 일용직 노동자들

송우영 기자 2024. 9. 11.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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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은 일감 받지 못하고 돌아가야
건설 경기 침체에 건설사 부도도 잇따라
소규모 인력사무소들도 '폐업 위기'
[앵커]

새벽 5시, 서울 남구로역 인력시장이 열릴 때면 인도를 넘어 차도까지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로 가득해집니다.

요즘 건설 경기가 얼어붙다보니 일용직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생계 자체가 위험한 상황이라는데, 밀착카메라 송우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동트기 전 어두운 새벽.

조끼를 입고 가방을 멘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듭니다.

새벽 5시가 조금 안 된 시각입니다.

서울 남구로역 인근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데요.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은 이곳에서 새벽부터 아침까지 기다렸다가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포기하고 돌아가게 됩니다.

워낙 사람이 많이 몰리다보니 인도를 넘어 차도까지 넘친 상황.

정리를 위해 경찰까지 나왔습니다.

[일용직 노동자 : {원래 매일 이렇게 수백 명 나오시는 거예요, 이 정도?} 많이 나와요. 이 밑에 얼마나 많아요. {이 중에 몇 분이나 나가실 수 있는 거예요?} 오늘 같은 때는 10분의 1이나, 20분의 1이나.]

특수한 기술을 갖고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운이 좋아야 건설현장으로 가는 승합차에 탈 수 있습니다.

이런 극소수를 빼고 대부분은 오늘도 허탕.

'갑자기 몇 명 더 필요하다'는 소식이 혹시 들리진 않을지 기대하며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합니다.

얼어붙은 건설 경기가 이들 일용직 노동자에겐 직격탄이 됐습니다.

올 8월까지 부도 처리된 건설 업체는 22개.

이미 작년 한 해 전체 수치를 넘어선 4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입니다.

비용 문제로 건설 도중 작업을 멈춘 현장도 많아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돈 들어갈 데 많은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용직 노동자들은 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구로구청 관계자 : 추석 앞두고 바로 대목이잖아, 지금. 그러니까 사람이 너무 많이 나온 거야. {원래 추석 앞두고 대목이에요?} 돈 한 푼 벌어야 밥을 사지. 이 사람들 밥 굶어.]

최근엔 비교적 젊고 생산성 높은 중국인 노동자까지 새벽 인력시장에 늘어나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는 말도 나옵니다.

[일용직 노동자 : 없어요, 한국 사람들은. 영 없어요, 아예. {그건 왜 그래요?} 지금 일도 없는 데다가 건설 현장에 일도 없고. 그리고 중국 사람도 중국 사람 위주로 (구성하려고) 해서.]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기대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일용직 노동자 : {추석 지나면 일은 왜 적어져요?} 겨울이 오면서 쪼그라들지. 시작한 (건설) 현장들이 준공된 게 많아지니까.]

일감을 구하지 못해 허탈하게 돌아가는 한 일용직 노동자와 아침밥을 함께 먹으며 어렵게 심정을 물었습니다.

[강모 씨/일용직 노동자 : {기다리러 오시는 건 일주일 내내 나오시고 나가는 건 한두 번이고?} 한두 번 나갈까 말까예요. 먹고 살기는 어려워, 진짜 어려워.]

새벽 인력시장에 매일 나왔지만 8일 연속 허탕 치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강모 씨/일용직 노동자 : {며칠 연속 쉬시기도 하셨어요?} 요 며칠은 한 일곱, 여드레는 쉬었어. 일이 없으니까 여기 식당에도 사람이 없잖아. 일 많을 땐 여기 바글바글했어. 이제 먹고 일하러 나가려고.]

소규모 인력사무소들도 폐업 위기에 놓인 곳이 많습니다.

일용직 노동자에게 일당을 미리 지급하고 나중에 건설사로부터 정산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인력사무소 대표 : (건설사가) '한 달 뒤에 줄게, 두 달 뒤에 줄게' 이러다가 벌써 3개월, 6개월이 지나는 거예요. 그러다가 만약 건설사가 부도나면 그걸 저희가 다 떠안게 되는 거죠. 어떤 인력 사무실은 1억 밀렸다 그러고. 어떤 인력 사무실은 한 2억은 지금 미수금 깔려 있다 그러고.]

동이 트면 사람들은 보통 일과를 시작하지만, 이곳 일용직 노동자들 대부분은 하루를 마치는, 허탈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갑니다.

명절 연휴를 앞두고 일거리도, 희망도 없어 막막하다는 이들은 얼어붙은 건설 경기가 풀리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작가 유승민 / VJ 김한결 / 취재지원 홍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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