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버스 집어삼킨 사모펀드, 고배당 돈잔치 뒤 팔고 튄다
자산 유용·몰래 매각 …공공성 외면한 채 엑시트 계획
한겨레는 2023년 6월 ‘준공영제 버스 삼킨 사모펀드’ 기획 시리즈에서 사모펀드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차파트너스)이 서울과 인천 등의 시내버스 회사를 공격적으로 인수해 공공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탐사보도를 했다. 이후 1년4개월이 지났고, 서울시는 한겨레가 제기한 문제에 기반해 2024년이 가기 전 버스 준공영제 20주년을 기념하는 혁신안을 내놓기로 했지만, 관련 연구용역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차파트너스는 한겨레의 우려대로 수년간 막대한 배당금을 챙긴 뒤 외국 자본을 상대로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준비하고 있다. 한겨레21이 이후 드러난 문제를 다시 짚어본다.—편집자 주
“신념과 책임감을 갖고 운영하도록 하겠습니다.”
2022년 11월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행정감사에 출석한 차종현 차파트너스 대표이사가 한 말이다. 차파트너스는 “기존 버스회사의 사익 편취 등 방만 경영에서 벗어나 버스 산업의 대형화·투명화·효율화를 이뤄내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운용사인 차파트너스는 2019년 서울 시내버스 회사 한국비알티(BRT) 인수를 시작으로 버스 준공영제 사업에 뛰어들었다. 준공영제는 버스회사가 각 지방자치단체와 합의한 운행 실적을 완수한 뒤 적자가 나면 지자체로부터 적자분을 전액 보전받는다. 지자체는 서비스 품질과 무관하게 기본 이윤을 보장하고, 성과 평가를 통해 성과 이윤도 추가로 지급한다. ‘재정지원으로 업체 부도 등 위험요인이 거의 없고 적자로 운영돼도 적정 이윤이 보장돼 손실이 나지 않는 구조’를 지자체가 만들었고, 사모펀드는 이 구조가 지닌 이점을 노렸다.
차파트너스는 이 ‘땅 짚고 헤엄치는 사업’을 위해 투자자들을 대거 모집해 총 4개의 펀드(1~4호)를 조성했고, 펀드에 쌓인 돈으로 2024년 4월 기준 총 17곳(서울 6곳, 인천 9곳, 대전 2곳)의 버스회사를 사들여 최대 버스 준공영제 사업자가 됐다. 그리고 2025년 말 일부 펀드(1~3호)의 만기가 다가오자 “안정적이고 장기간 할 수 있는 종류의 투자를 표방”한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고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이미 외국 유력 사모펀드운용사 여러 곳이 매수 의사를 밝혔다. 수년간 막대한 배당금을 챙긴 뒤 외국 자본을 상대로 엑시트를 앞둔 상황, 차파트너스가 공언한 ‘신념’과 ‘책임감’은 어디로 갔을까.
돈 냄새 맡고 모여든 금융자본
차파트너스는 버스회사 매입을 위해 4개의 펀드를 조성하며 금융회사와 대기업으로부터 총 1310억원을 조달했다. 2019년 조성된 펀드 1호 규모는 160억원, 3호는 200억원, 4호는 790억원이었다. 버스 준공영제 사업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 구조가 확인되며 공공서비스인 대중교통에서 돈 냄새가 나기 시작하자 기존 소규모 캐피탈사 외에 수협중앙회, 엔에이치(NH)농협손해보험, 한국투자증권, 롯데카드 등 대형 금융사들마저 뛰어들었다.
이런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사업을 시작했기에 차파트너스는 ‘고배당 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버스회사가 한 해 벌어들인 수익(당기순이익)보다 더 많은 돈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했고, 미래를 위해 모아둔 돈(이익잉여금)도 긁어모아 배당했다. 상법상 더는 배당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자 회사의 장기적인 손해를 초래할 수도 있는 방법까지 동원해 배당 가능 금액 한도를 증액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차파트너스의 고배당 정책 덕에 투자금의 15~30%에 달하는 배당금을 받았다. 한겨레21이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보면, 신한캐피탈은 1~4호 펀드에 총 95억원을 투자해 2020년~2024년(9월 기준) 총 23억100여만원(총투자금의 24%)을 배당금으로 챙겼다. 하나캐피탈은 1~2호 펀드에 40억원을 넣어 같은 기간 11억7600여만원(총투자금의 29.4%)을 받았다. 4호 펀드에만 80억원을 넣은 롯데카드는 약 12억400만원(총투자금의 15%)을 배당금으로 받았다.
배당금 잔치를 놓고 문제가 제기됐지만, 차파트너스는 ‘배당금 잔치하고 먹튀하겠다’는 사모펀드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한겨레21이 김용만 의원을 통해 입수한 국토교통부의 ‘시내버스 준공영제 가이드라인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차파트너스 인수 전후로 인천 시내버스 10곳의 배당 성향이 36%(인수 이전 4년간 배당 총액 69억8200만원)에서 155%(인수 이후 2022년까지 151억5300만원)로 폭증했다. 보고서는 “사모펀드에 인수된 10곳 중 2023년에 인수된 3곳을 제외한 7개 업체 중에서 한 곳을 제외한 모든 업체가 인수 뒤 고배당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차파트너스의 고배당은 이례적이다. 보고서에는 한 번이라도 배당을 한 인천 버스회사는 21~48% 배당 성향을 보인 반면, 차파트너스에 인수된 회사의 배당 성향은 76~395%에 달한다고 나와 있다. 같은 기준으로 차파트너스가 소유·운영하는 6곳의 서울 버스회사 배당 성향은 14~204%였는데, 인수되지 않은 회사는 43~96%였다.
이익잉여금 긁어모아 배당
차파트너스는 지자체 재정지원금 투입 단위인 ‘버스 대수’ 기준 인천 시내버스의 36.3%(691대), 서울 시내버스의 13.7%(1017대)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4년간(2020~2023년) 서울시 재정지원금은 1705억원에서 8915억원으로, 인천시는 1906억원에서 2816억원으로 폭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4년 8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버스 준공영제에 진입한 사모펀드가 과하게 투자자 이익을 중시하면 국민에 의해 조성된 공공재원을 활용한 지원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밖에 차파트너스는 자본잉여금에 속해 배당에 쓸 수 없는 재평가적립금을 미처분이익잉여금으로 옮기고(동아운수), 투자자산 계정을 재분류해(도원교통) 배당 가능 한도금액(이익잉여금)을 높였다. 또 토지를 재평가해 차입금을 증가시켜 이 또한 대부분 배당했고(송도버스), 회사·주주 보호 차원에서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이익준비금(배당금의 10분의 1 이상)을 상법이 허락하는 선에서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배당 가능하도록 조처했다.(한국비알티)
차파트너스와 투자자는 법이 허용하는 선에서 버스회사 자금을 배당금으로 최대한 많이 빼먹고 엑시트를 통한 추가 이윤까지 기대하고 있다. 차종현 대표는 버스 준공영제 산업 진출 의도를 묻는 말에 매번 “순수한 철학을 가지고 시작했다”고 말해왔지만, 과거 보고서와 전문가는 다른 평가를 하고 있다. 이상근 회계사는 “회사에 관심이 없는 주주가 회사의 존립 기초이자 피와 살인 자본을 유지하지 않고 전부 배당으로 밖으로 빼돌리려 한다는 의심이 든다”며 “펀드의 목표 수익 기간이 끝난 뒤 ‘먹튀’할 작정이 아니고선 이렇게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낙하산 인사 버스회사 임원으로
차파트너스가 처음 버스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만 해도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가족기업 형태인 기존 버스회사에서는 아들을 임원으로 취직시키거나, 일감 몰아주기, 채용 비리, 횡령 등의 사건사고가 간간이 터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파트너스 또한 기존 오너의 행태를 답습했다. 인천시는 2024년 5월 익명의 제보를 받고 차파트너스가 소유한 인천제물포교통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 보조금 부정수급 사례를 찾아냈다. 차파트너스 설립자 중 한 명인 김아무개 상무가 인천제물포교통의 감사로 재직하던 중 회사 법인 차량(제네시스 GV70)을 사적으로 사용하다 발각된 것이다. 해당 차량은 임직원용으로 등록됐지만, 실제로는 김 상무의 어머니가 사용했다. 인천시는 회사에 ‘서비스 평가시 성과이윤 지급 제외 및 벌점’ 처분을 내린 뒤 뒤 관할 경찰서에 이를 통보했지만, 2024년 8월 최종 불송치됐다.
차파트너스는 또 2024년 7월 투자자들에게 고지하지 않고 일부 자산(인천 명진교통)을 몰래 매각하기도 했다. 공식 매각 사유는 ‘강성 노조’ 때문이었다. 한 투자 회사는 김용만 의원실을 통해 “명진교통이 강성 노조가 있어 인수 이후 사업을 진행하려 할 때마다 반대하며 들고일어났던 이슈가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성과 이윤 감소, 엑시트에서의 부정적인 영향 등을 우려한 것이다. 차파트너스의 이러한 조처는 기존 입장과 배치된다. 인수 자금을 모집할 당시, 노사 문제를 묻는 금융회사에 차파트너스는 “운수사는 지자체로부터 지급받은 직접비(인건비 등)를 그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해 노사 리스크가 낮다”고 답했다.
차파트너스에서 근무했던 20대 직원들이 인수한 버스회사 임원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1996년생 김아무개 과장은 2023년 7월 차파트너스 퇴직 뒤 인천 삼환교통과 송도버스에, 동갑인 신아무개 과장 또한 인천 미추홀교통과 선진여객에 임원으로 재직하며 월급, 상여금, 차량 등을 제공받았다. 이들은 2020년부터 차파트너스의 버스회사 인수 작업을 담당했던 직원들이다.
차종현 대표의 인적 네트워크는 버스회사 인수를 위한 대출금 조달에도 활용됐다. 엔에이치(NH)-아문디자산운용은 2021년 9월부터 차파트너스가 조성한 1~4호 펀드에 총 2100억원을 대출해줬다. 엔에이치-아문디자산운용은 7곳의 보험회사로부터 대출금을 모집했는데,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ㄱ실장은 맥쿼리인프라에서 차 대표를 포함한 차파트너스 핵심 임원들과 함께 근무한 이력이 있다. 맥쿼리인프라는 도로·철도 민자사업에 투자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 부담을 가중해온 대표적인 외국 자본이다.
차파트너스는 이에 대해 “두 과장의 파견과 상근 근무는 법률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현장에서 상근하며 실제 각 회사의 감사 및 컨설팅 업무를 수행했고, 각 회사에 자료요청 협조를 위해서는 임원직급 부여가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대출 과정에서 ㄱ실장이 적극 나선 것을 놓고선 “대가관계는 전혀 없었다. 금융회사들은 개별적으로 투자심의위원회 심의를 열어 대출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자본은 금융지주 등 기관투자가들에게서 나온다. 외부 감시와 견제 기능이 있다.” 차 대표는 버스회사를 사들인 자금이 금융회사 등 기관투자자들에게서 왔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수없이 홍보해왔다. 투자에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기관이 버스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차파트너스를 견제·감시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견제 눈감고 매각에만 열 올린 투자자들
그러나 이들의 주장과 달리 투자자들은 견제와 감시 역할을 전혀 하지 않았고 오로지 매각에만 열을 올렸다. 이들의 투자 목적이 차파트너스 감시나 사회적 책임 투자가 아니라, 안정적인 배당 수익과 원금 회수에 있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앞서 언급된 임원의 개인 일탈은 문제 삼지도 않았고, 명진교통을 몰래 매각한 건을 놓고도 “엑시트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파트너스에 책임을 묻는 대신 “매각 절차의 투명성 및 타임 라인 공유”를 요청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차파트너스의 경영 행태를 놓고 문제를 제기한 유일한 투자자는 스웨덴 발렌베리그룹 사모펀드사인 이큐티(EQT)파트너스가 경영권을 가진 애큐온캐피탈 단 한 곳이었다.
차 대표는 버스 산업에 진입하며 버스를 인프라 투자 대상으로 만들어 장기 투자를 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실제 차파트너스는 투자자들의 동의를 구해 펀드 만기를 연장하는 방안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애초에 불가능한 목표였다. 2023년 6월 한겨레가 지자체의 재정지원금이 소수 금융회사의 배당금으로 빠져나간 현황을 폭로하자, 일부 투자자들은 이른바 익절(당초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이익을 보고 파는 것)을 강도 높게 요구했다.
대표적으로 4호 펀드 투자자인 롯데카드는 만기가 2년 이상 남은 4호 펀드까지 일괄 매각하라고 지시했다. 한겨레21의 취재를 거부한 롯데카드는 김용만 의원실에 “당사는 최초 (한겨레) 언론 보도 이후 차파트너스 쪽에 당사가 투자한 4호 펀드 단독 또는 1~3호 매각시 4호도 일괄로 조속한 청산을 요청해왔다”는 입장을 전했다. 1~2호 펀드 투자자 하나캐피탈도 “최근 5월과 7월에 진행된 투자자 미팅에서 1~3호 펀드 투자자들은 즉시 매각 자문사를 선정해 가치를 확인한 뒤 빠른 엑시트를 최우선으로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고 답했다. 1~4호 펀드 최대 출자자인 에이제이(AJ)네트웍스 또한 매각에 손을 들었다. 반면, 1~4호 펀드 투자자 신한캐피탈과 4호 투자자 한국투자증권은 1~3호 펀드의 만기 연장에 동의했는데, 이 역시 장기 투자의 목적이 아니라 일괄 매각을 통한 엑시트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기 위해서였다.
사모펀드가 버스 시장에 진출해 얻은 성과가 없진 않다. 인수된 버스회사들의 부채비율이 양호해지는 등 재무 현황이 개선된 점은 분명한 성과로 꼽힌다. 또 성과 이윤이라는 과실을 얻고자, 인수한 버스회사의 서비스 평가 순위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여러 버스회사 간 장단점을 공유해 업무 역량을 끌어올리고, 대형화 전략을 통해 효율성을 높였다는 차파트너스의 주장도 일견 타당하다.
차파트너스는 “고인 물 형태의 이권 카르텔이 존재하는 (시내버스 사업의 현재) 상황에서 공정한 경쟁, 견제와 균형을 가져오는 메기 역할을 했다”며 “경쟁 환경 조성을 통해 서비스 질을 향상하고, 대형화 전략으로 평균간접비를 절감해 지자체의 재정 부담을 완화했고 준공영제 운수사의 수익성을 개선하고자 펀드를 결성했다”고 주장한다. 경쟁을 통한 서비스 질 향상. 전기·의료·수도 등 공공서비스에 발 들이려는 이들의 주장과 다르지 않다. 공공성을 지닌 사업에 이윤이 개입될 때 예상되는 비극을 한국 사회는 ‘지하철 9호선 사태’를 통해 배웠다.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영 효율화라는 사모펀드 진입의 이점도 있지만, 대중교통이라는 공공재가 돈벌이 수단이 되었다는 것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며 “국회와 지자체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고수익 취하고 빠진다’는 사모펀드의 신념
무엇보다 차파트너스는 결국 ‘단기간에 고수익을 취하고 비싼 값에 되팔고 빠진다’는 사모펀드의 신념을 바꾸지 않았다. “사회적 책임 투자”(차종현 대표)의 이면에는 대중교통이라는 공공서비스를 운용한다는 책임감보다는 투자자 이윤 극대화를 위해 막대한 배당을 일삼았고, 이제 치밀한 엑시트를 계획하고 있다. 사모펀드의 버스 준공영제 산업 진출은 현 준공영제 시스템이 가진 취약함을 전세계 자본시장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외국계 사모펀드들이 군침을 흘리는 1~4호 펀드의 통매각가는 4천억~5천억원 수준으로, 총투자금(1310억원)의 3배 이상에 달한다. 순조롭게 매각이 진행되면 차파트너스와 투자자 모두 떼돈을 벌게 된다. 비싼 값을 주고 들어온 또 다른 사모펀드는 버스회사를 어떻게 활용할까. 문제를 해결할 권한을 쥔 지자체와 국회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장필수 한겨레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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