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최애가 성범죄자란다, 그래도 이 괴물이 계속 좋다...나도 괴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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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프리랜서 기자인 클레어 데더러(48)는 이 간극을 견딜 수가 없다.
데더러는 '버릴 장면이 없다'며 폴란스키 영화를 수십 번 돌려본 시네필이다.
'그 모든 끔찍한 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랑하는 괴물 같은 사람들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책은 '작품성은 인정해줘야 한다'거나 '영원히 추방시켜버려야 한다'는 이분법에 갇히지 않는다.
저자는 이 괴물들을 나와 상관없는 사람으로 대상화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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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데더러 '괴물들'
#. 프랑스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91)는 '차이나타운', '악마의 씨', '피아니스트'라는 세기의 명작을 만들었다.
#. 폴란스키는 열세 살 서맨사 게일리에게 약물을 먹이고 성폭행을 했다.
미국의 프리랜서 기자인 클레어 데더러(48)는 이 간극을 견딜 수가 없다. 데더러는 '버릴 장면이 없다'며 폴란스키 영화를 수십 번 돌려본 시네필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영화를 만든 사람이 아동 성범죄자라니. 그는 내면의 불화와 화해가 절박해 글을 썼다. '괴물들: 숭배와 혐오, 우리 모두의 딜레마'는 2017년 11월 미국의 문학 잡지 '파리 리뷰'에 실린 데더러의 에세이 '괴물 같은 남자들의 예술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가 던진 화두를 확장한 책이다.
저자는 폴란스키를 필두로 우디 앨런, 마이클 잭슨, 파블로 피카소,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 천재 예술가들을 호명한다. 걸작을 남겼으나 명백한 윤리적 문제가 있던 이들이다. 권위 있는 비평가들이 '작품과 작가는 분리해야 한다'는 말에 저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예술 작품 소비가 맥락 없는 진공 상태에서 이뤄진다는 건 불가능하다. 모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연결되며 서로를 안다고 착각하는 '유사 사회관계(Parasocial Relationship)'의 시대엔 "예술가의 인생이 예술 소비를 방해할 수도 있고 한 관객의 인생이 예술 감상의 경험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 현실이다. 작가 또한 창작자의 도덕적 흠결을 알고 난 뒤 폴란스키와 앨런의 영화를 볼 때마다 불쾌한 "얼룩이 생긴" 기분이다.
데더러는 책의 출발이 된 질문이 애초부터 잘못됐다고 성찰한다. '괴물 예술가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었을 때 자본주의 사회 소비자로서 우리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침묵 또는 '언팔'과 '구독 취소'로 '손절하기'다. 하지만 '캔슬 컬처'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마이클 잭슨의 팬클럽에서 탈퇴했으니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I Want You Back'을 흥얼거리는 건 괜찮은가.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보며 케빈 스페이시의 연기력에 감탄할 때 나는 왜 성범죄자를 옹호하는 듯한 죄책감에 사로잡히는가.
평범한 에세이로 남을 뻔한 책은 이 지점에서 비범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저자는 질문을 수정한다. '그 모든 끔찍한 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랑하는 괴물 같은 사람들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책은 '작품성은 인정해줘야 한다'거나 '영원히 추방시켜버려야 한다'는 이분법에 갇히지 않는다. 이 책은 괴물들이 한 짓에 대해 계산기를 두드려 '그 또는 그의 작품을 계속 좋아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에 결론을 제시하는 답안지가 아니다. 저자는 이 괴물들을 나와 상관없는 사람으로 대상화하지 않는다. 그 대신 "때때로 강제로 맡겨진 괴물" 같은 가족을 떠올리거나 스스로의 괴물성을 들여다본다. 완전하지 않은 인간을 사랑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랜 시간 이 문제를 고민해 온 저자가 펼쳐 놓는 사유의 여정이 빛나는 책이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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