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릭터나 영화와의 협업은 ‘덕후’라 불리는 특정 지지층만을 위한 것이기에 상업성이 떨어질 것이라 예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의 파급력이 뒤따르곤 한다. 작년 4월, 일본 만화 <주술 회전>과 돌체앤가바나의 협업을 예로 들어보자. 브랜드 틱톡 계정에 올린 게시물은 무려 250여만 뷰와 65만 개의 좋아요가 달렸고, 트위터와 각종 커뮤니티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났다.

팬층이 두껍고 ‘덕후’가 많은 영화를 선택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스토리텔링의 힘에 있기도 하다. 영화 속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와 환상적인 영상미가 브랜드의 메시지를 공유하는 예술적 매개가 되는 것. 협업 후 영화에 대한 사랑이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로 이어질 가능성 또한 브랜드가 기대하는 협업의 긍정적인 효과 중 하나다. 어디 이뿐인가. 셀럽을 모델로 내세웠을 때와는 다르게 각종 스캔들에 휩싸일 걱정 따위는 없으니 브랜드 입장에서는 이보다 마케팅 효과가 좋은 선택지가 또 있을까.
로에베 X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벌써 세 번째인 로에베와 스튜디오 지브리의 만남. <이웃집 토토로>와 <센과 치이로의 행방불명>에 이어 마지막 협업의 주인공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다. 둘의 만남은 제품의 정식 공개 전, 캐릭터들의 얼굴이 담긴 디테일 컷만으로도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주인공 소피부터 하울, 불의 정령 캘시퍼, 순무, 황야의 먀녀까지. 마치 캐릭터들이 살아 숨 쉬는 듯한 디테일 덕분이었다. 론칭을 기념해 오픈한 더 현대 서울 1층의 팝업스토어에서는 잔잔하게 흐르는 영화 OST를 감상하며 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구경할 수 있다. 두 손 가득 제품을 챙겨 나올 위험이 있으니 지갑을 든든하게 채워서 방문할 것.
로에베 X 하울의 움직이는 성 힌 엠브로이드 스웨터 3백10만원.
헤어질 결심 X 하이츠

개봉 이후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 리스트에 오른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아직도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영화 팬에게 희소식이 있으니 바로 하이츠와의 협업이다. 이번 협업 컬렉션은 티셔츠와 후디, 스웨트셔츠 같은 의류부터 모자와 핸드폰 케이스 등 액세서리까지 다양한 제품으로 구성됐다. 그중에서도 영화 속 한 장면이 프린팅된 의류 아이템은 영화의 팬이라면 한눈에 반하게 될 것. 두 주인공 해준과 서래의 맞닿을 듯한 손, 서래를 위해 준비한 해준의 초밥같이 팬들만 알아볼 수 있는 은밀한 장면이 담겼기 때문에, 매일 입어도 ‘일반인 코스프레’를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헤어질 결심 X 하이츠 스시 후디 7만9천원.
왕가위 X 헤븐 바이 마크 제이콥스

헤븐 바이 마크 제이콥스는 90년대 초 감성의 빈티지 콘셉트로 그 당시 젊은 세대의 반란에 대한 향수를 일으키는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협업 또한 브랜드의 콘셉트에 충실하다. 왕가위 감독의 1990년대 영화 세계를 담은 캡슐 컬렉션을 출시한 것. 영화 <중경삼림>, <타락천사>, <해피투게더>가 옷 속에 담겼다. ‘사랑에 유효기한이 있다면 만년으로 하고 싶다’는 명대사가 담긴 크롭 후디와 제목을 담은 티셔츠와 목걸이, 홍콩의 네온사인 장면을 담은 스팽글 드레스 등 영화를 기념할 수 있는 아이템이 가득하다. 왕가위 감독에게 보내는 찬사와도 같은 아이템을 손에 넣는 동시에 트렌디한 Y2K 패션까지 즐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왕가위 X 헤븐 바이 마크 제이콥스 시퀸 미니 드레스 69만8천원.
유희왕 X 아디다스

90년대 생이라면 누구나 어린 시절 유희왕 카드를 가지고 놀던 기억이 있지 않은가. 카드 하나에 울고 웃었던 그때 그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아디다스와 유희왕의 한정판 컬래버레이션 스니커즈가 출시됐다. 얼핏 보면 알아차리기 힘들지만 자세히 볼수록 신발 곳곳에 유희왕을 상징하는 디테일이 숨어있다. 유희왕 카드 퍼즐에서 볼 수 있는 눈 아이콘이 새겨져 있는 것은 물론 유희왕의 거친 헤어스타일을 상징하는 스파이크 아이콘 또한 더해져 있다. 게다가 신발을 구입하면 골드 택과 한정판 카드가 유희왕 카드의 모습을 그대로 빼닮은 상자 속에 담겨온다니. 어린 시절을 추억하기에 제격이겠다.

아디다스 X 유희왕 아디2000 유희왕 스니커즈 15만원대.
EDITOR 박가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