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천축산 깊은 곳,
붉게 물든 배롱나무와 천년고찰 불영사
CNN이 주목한 한국의 아름다운 사찰

전국 유명 사찰을 찾아 떠난 여정에서 만난 울진 불영사는 ‘부처 그림자가 연못에 비치는 비구니 절’이라는 특별한 이야기를 간직한 곳입니다.
2020년, 미국 CNN이 발표한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사찰 33곳’ 중 하나로 선정되며 세계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CNN은 “불영사라는 이름은 부처님의 그림자에서 유래했으며, 풍부한 숲과 수정처럼 맑은 계곡물이 비범하게 아름답다”라고 소개했습니다.
천축산 품에 안긴 창건 설화

불영사가 자리한 천축산은 신라 진덕여왕 5년(651), 의상대사가 인도의 천축산과 닮은 산세를 보고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집니다. 절의 창건 설화도 흥미롭습니다. 옛날, 계곡에 오색의 서기가 서린 것을 본 의상대사가 찾아가 보니 연못 속에 아홉 마리 용이 살고 있었고, 가랑잎에 ‘火’ 자를 써 던지자 물이 끓어오르며 용들이 도망쳤다고 합니다. 그 자리에 사찰이 세워졌고, 연못에 비친 부처 형상에서 ‘불영사’라는 이름이 탄생했습니다.
일주문에서 시작되는 수행의 길

불영사 여행은 일주문에서 시작됩니다. 불교에서 일주문은 속세와 불계(佛界)를 나누는 경계로, 이 문을 지나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습니다. 현재의 일주문은 1992년 일운 스님이 신축한 것으로, ‘천축산 불영사’라는 편액이 걸려 있습니다.

일주문을 지나면 붉은빛의 금강송이 곧게 뻗은 숲길과, 수정처럼 맑은 계곡물이 반기는 불영교가 나타납니다. 다리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처럼 고즈넉하고, 소나무 뿌리가 바위틈을 파고든 모습은 세월의 깊이를 전해줍니다.
8월, 배롱나무 꽃이 물들이는 고찰

8월의 불영사는 배롱나무 꽃이 절정에 달합니다. 사찰의 전각 앞, 연못가, 산책로를 따라 분홍빛 꽃잎이 소복이 내려앉아, 고요한 건물과 대비되는 화려한 풍경을 완성합니다.
아침 햇살 아래 은은한 꽃향기를 머금은 배롱나무 숲길을 걷다 보면, 도시의 번잡함이 사라지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특히 일몰 무렵, 노을빛이 배롱꽃을 물들이면 그 몽환적인 장면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습니다.
가람배치와 문화재

대웅보전(보물 제1201호) : 사찰의 중심 법당으로, 조선 후기 양식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현재의 건물은 1994년 희운 스님이 중건했습니다.
응진전(보물 제730호) : 기둥이 없는 통칸 구조의 맞배지붕 건물로, 내부 공간미가 뛰어납니다.
영산회상도(보물 제1272호) : 1735년에 그려진 불화로, 색감과 필치가 섬세합니다.
삼층석탑(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35호), 불영사 불연·불패 등 귀중한 유물들이 경내 곳곳에 자리합니다.
이외에도 법영루, 칠성각, 산신각, 부도탑 등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사찰의 전통미를 더합니다.
불영계곡과 함께 즐기는 여행

불영사는 불영계곡의 시작점에 위치해 있습니다. 계곡은 약 15km 길이로 이어지며, 부처바위와 사랑바위 같은 기암괴석과 맑은 물줄기가 조화를 이룹니다. 물이 깊지 않고 유속이 완만해 여름철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이 찾으며, 주변에는 캠핑·글램핑 시설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특히 불영계곡은 20억 년 전 형성된 편마암 지질로 이루어져 있어 학술적 가치도 높고, 2017년 환경부에서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여행 정보

주소 : 경상북도 울진군 금강송면 불영사길 48
문의 : 054-783-5004
관람 시간 : 연중무휴, 상시 개방
주차 : 가능
인근 명소 : 불영계곡, 금강송 군락지
울진 불영사는 천년의 세월이 켜켜이 쌓인 고찰의 깊이와, 계절마다 다른 자연의 빛깔을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8월의 배롱나무,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 언제 찾아도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이곳은, 잠시 머물다 가더라도 마음 한편에 오래 남는 여운을 남깁니다.
다음 여행길에서는 붉게 물든 꽃잎 사이로, 연못에 비친 부처 그림자를 꼭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