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남발하는 금쪽이 대통령, 헌재가 솔루션 될까?

윤석열 정부 들어 ‘뜨거운 감자’가 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남용 논란이 마침내 ‘특이점’을 넘어섰다. 윤 대통령이 지난 5일 이른바 ‘쌍특검법’ 즉,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부터다. 과거 논란이 ‘국회 입법권을 함부로 무효화해도 되느냐’가 문제였다면, 이번엔 ‘대통령의 권한을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려고 사용해도 되느냐’가 쟁점이다. 판단에 따라서는 거부권의 존재 이유를 흔들 수도 있는 사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까지 청구하겠다고 벼른다. ‘거부권의 끝은 어디인가’, 주요 쟁점을 짚어봤다.
대통령 거부권 ‘한계’ 없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건희 특검 거부권 행사는 명분이 없다’며 국회에서 재의결을 할 때 찬성하라고 윤 대통령과 여당을 압박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김건희 특검법을 거부하고 ‘패밀리 이권 카르텔’을 철저히 옹호하면서, 그동안 법치와 이권 카르텔을 말한 게 부끄럽지 않은지 모르겠다”고 했다. 장경태 최고위원도 “이렇게 모든 거짓이 드러나는데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거짓말로 대통령이 됐고 그 대통령의 권한으로 특검 수사를 막겠단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이해충돌 소지는 없는지 권한쟁의 심판을 내 헌재에서 다퉈볼 것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해 당장 제기되는 첫 질문은 ‘대통령 거부권은 아무 제약 없이 행사될 수 있는 권한인가’다. 헌법 제53조 2항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요건을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대통령은 법률안이 이송된 뒤 15일 이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돌려보냄)하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의 재의 요구에 국회가 “재적 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재의결하면 법률안이 확정된다”(제53조 4항)는 조항도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헌법에 명시된 규정은 이게 전부다. ‘절차적 요건’은 존재하지만, ‘실체적 요건’은 공백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헌법학계에서 대통령의 거부권이 아무렇게나 행사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 입법권을 근본적으로 무효화시키는 강력한 권한인 만큼, 학계에서는 민주주의 원리 등으로부터 도출되는 ‘내재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학설이 축적돼왔다. 이런 학설은 크게 ①헌법에 위반되거나 ②집행이 불가능한 법률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소극적 견해와, 나아가 ③국익에 위배되거나 ④정부에 부당한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기 위한 법률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보다 적극적인 견해로 나뉜다. 다만, 어느 쪽이든 대통령의 거부권이 예외적인 경우에 ‘어쩔 수 없이’ 행사되어야 한다는 걸 전제한다.(2019년, 정철 국민대 법대 교수 논문 ‘법률안 거부권의 헌법적 의의’ 참조).
본인·가족 관련 거부권 행사 문제없나?
이번 ‘쌍특검 거부’는 학계가 축적한 이런 내재적 한계, 즉 ‘어쩔 수 없이’의 테두리 안에 있는 것일까? 쌍특검법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쟁을 유발하고, 중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법안”(5일, 한덕수 국무총리 국무회의 발언)이라는 정부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이는 ④번 ‘부당한 압력 행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본인과 가족 관련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점이 이번 사안을 특수하게 만든다. 역대 정부에 유사한 전례도 없다. 헌법재판소 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삼권분립 하에 집행부를 대표하는 대통령에게 부여된 재의요구권을 자신이나 자신의 이해관계자에게 행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이런 사례는 드물다”며 “헌법이 설계될 때 그런 의도로 재의요구권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거부권 행사를 ‘정쟁 대응’이 아니라 ‘이해충돌’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대통령이 개인의 사적 이해관계와 연관된 법안에 일상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거부권의 존재 이유 자체가 흔들릴 위험도 있다.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전망은?
민주당이 검토 중인대로 헌법재판소의 판단(권한쟁의심판)을 받아보면 어떻게 될까? 우선 거부권의 한계와 관련한 ‘명문 규정’이 없다는 점에서, 헌재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를 예측하긴 어렵다. 노희범 변호사는 “헌법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내용적 요건이나 명문 규정이 존재하지 않고, 헌재가 거부권 행사의 내재적 한계에 대해 판단한 선례가 없다. 결과를 속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뒤 다시 국회 재의결 절차를 밟을 수 있기 때문에 국회의 권한 침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법조계에서는 윤석열 정부 집권 뒤 보수화된 헌법재판관 구성 변화에도 주목한다.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거나, 헌재 스스로 이렇게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헌재가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조기에 각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이유다.
반면, 명문 규정이 없더라도 헌법재판소가 적극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조문이 1000개가 넘어 현실에 딱 들어맞는 조항을 찾아내야 하는 민법과 달리, 헌법은 국가 운영의 굵직굵직한 원칙을 정해둔 것이라 이를 구체적인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지 해석하는 게 중요하다. 가령, 과거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을 국가로 귀속하는 법안이 통과되었을 당시 후손들이 재산권 소급 박탈을 금지한 헌법 조항을 들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했지만, 헌법재판소는 ‘해석상 예외’를 인정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법에 밝은 법학전문대학원 ㄱ교수는 “헌법 조항을 그대로 적용하면 위헌이 되는데 헌재가 해석상 예외로 인정한 사례”라며 “거부권의 한계를 긍정하는 학설이 이미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이를 수용할지는 헌재가 판단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거부권을 법으로 규제한다면?
법률로 헌법의 ‘공백’을 메울 수는 없을까. 민주당은 이미 양곡관리법과 간호법 거부권 행사로 여야가 충돌하던 지난해 5월, 거부권 남용을 막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김용민 의원 대표발의)을 발의한 바 있다. 대통령이 현행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는 경우 거부권 행사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대통령 자신이나 가족과 관련된 거부권 행사를 막겠다는 취지다.
이 법안은 정부·여당이 찬성할 가능성도 낮지만, 설령 정식으로 입법된다 하더라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은 헌법상 권한인데 이를 하위법인 법률로 제한한다면, 그 자체로 위헌이라는 모순에 빠질 수 있다. 반면, 사면권 역시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인데 절차가 법률(사면법)로 규정된 점을 들어, 거부권 역시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ㄱ교수는 “국회가 대통령의 거부권을 제한하는 취지의 입법을 한다면, 대통령이 거꾸로 자신의 거부권을 침해했다고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며 “헌법재판소가 거부권의 내재적 한계에 대한 판단을 내려준다면 이런 소모적 악순환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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