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미국산 반도체장비 中공장 반입시 허가 받아야…생산차질 우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로 미국산 핵심 장비를 반입하기 위해 허가를 받게 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에서 이 기업들의 생산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 제공=삼성전자

2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연방관보 공고를 통해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규정을 수정한다고 밝혔다. VEU는 미국 정부의 허가 절차나 기간 제한 없이 미국산 장비를 중국에 반입하도록 한 예외적 지위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VEU로 지정돼서 그동안 매번 새로운 허가를 신청하지 않고도 미국 반도체 장비를 중국으로 반입할 수 있었는데 이 지위를 철회하는 것이다.

연방관보 공고에 따르면 면제 종료까지 120일이 남았다. 이번 조치는 SK하이닉스가 인텔로부터 인수한 다롄 소재 기업에도 적용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는 중국 내 반도체를 생산 능력을 제한하고 특정 기술에 대한 중국 기업의 접근을 어렵게 만들 전망이다.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023년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내 대규모 사업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데 필요한 장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사실상 중국으로의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에 대해 무기한 면제를 부여한 셈이다.

상무부는 성명을 통해 한국 기업들이 중국 내 기존 시설 운영을 이어가도록 허가 신청을 승인할 계획이지만 생산 능력 확대나 기술 업그레이드를 위한 허가를 내주지 않을 의도라고 밝혔다. 상무부는 “중국 내 제조 시설에서 기업이 생산 능력을 확대하거나 기술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허가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또 이번 결정이 해외 기업에는 혜택을 주면서 미국 제조업체에는 아무런 이익이 없는 공백을 종식시키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제프리 케슬러 상무부 산업안보 담당 차관은 성명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특히 미국 기업이 경쟁에서 불리해지는 수출통제 허점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오늘의 결정은 이러한 약속을 이행하는 중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상당 규모의 메모리 반도체 제조에 있어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특히 두 기업은 스마트폰과 소비자 전자제품에 탑재되는 부품을 중국에서 생산한다.

이번 면제 조치 철회는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인 KLA, 램리서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중국 내 매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번스타인은 이번 움직임이 반도체 장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중국계 기업들은 지난해 중국 공장 장비에 약 20억달러를 투자했는데 이는 전체 산업 장비 매출의 2% 미만에 해당된다.

반면 해외 기업이 소유한 중국 내 공장은 메모리 반도체 공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번스타인에 따르면 컴퓨터 메모리 생산량의 10%, 스토리지 칩의 15%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이러한 칩은 스마트폰, 슈퍼컴퓨터, 애플 아이폰, 엔비디아 인공지능(AI) 하드웨어 등 기술 산업에 필수적인 제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으로 안정적인 공급이 필수적이다.

세계 각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을 다룬 ‘칩워’ 저자인 크리스 밀러 터프츠대 교수는 “이번 조치는 중국 내 생산 시설을 보유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첨단 칩을 생산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으로 내다봤다. 동시에 중국 반도체장비업체들은 미국의 공백을 메울 수 있어서 기회가 될 수 있다. 밀러는 “이번 조치가 YMTC나 CXMT 같은 중국 반도체업체에 대한 추가 제재와 병행되지 않는다면 한국 기업들의 희생을 대가로 중국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결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주요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 발표는 한미 정상회담 개최 나흘 후 나왔다. 지난 25일 회담에서 양측은 한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내리는 무역협정에 대해 논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가 발표 전에 한국 측에 사전 브리핑을 했으며 한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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