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톱은 단순한 미용의 대상이 아니다. 실제로 손톱은 혈류, 영양 상태, 호르몬 균형, 심지어 간과 심장 기능까지 반영하는 ‘거울’ 같은 부위다. 사람들은 대개 피부나 얼굴빛 변화에는 민감하지만, 손톱의 작은 변화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손톱에 나타나는 색, 형태, 두께, 선의 변화는 특정 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으며, 이를 조기에 인식하면 심각한 병으로 발전하기 전에 막을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단순한 ‘영양 부족’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손톱 변화 네 가지를 살펴본다.

1. 손톱이 볼록 솟아오르고 유리알처럼 반짝일 때 – 폐 기능 이상 가능성
손끝이 둥글게 부풀고 손톱이 유리알처럼 빛나며 두꺼워지는 현상은 ‘곤봉지(clubbing)’라고 불린다. 이는 폐 기능 이상, 특히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폐섬유화, 또는 폐암과 관련되어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다. 손끝의 말초혈관이 산소 부족으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팽창하면서 손톱의 구조가 변형되는 것이다.
곤봉지는 단기간에 나타나기보다는 서서히 진행되므로, 최근 들어 손톱 모양이 유독 반구형에 가까워지고, 끝이 넓어졌다는 느낌이 든다면 폐 기능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흡연자에게 특히 자주 관찰되는 유형이기도 하다.

2. 손톱이 길게 갈라지거나 층층이 벗겨질 때 – 갑상선 기능 저하 혹은 철분 부족
단순한 건조함이나 세제 노출 때문이 아니라 손톱이 수직으로 갈라지고, 표면이 거칠며 얇게 벗겨지는 경우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나 철분 결핍성 빈혈이 원인일 수 있다. 특히 이런 변화가 양손 모두에 대칭적으로 발생한다면 단순한 외부 손상보다는 내분비계 이상이나 혈액학적 문제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갑상선 호르몬은 손톱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므로, 기능이 저하되면 손톱 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표면이 거칠어지는 특징이 나타난다. 여기에 철분까지 부족하면 손톱이 잘 부러지고 심하면 오목하게 패이기까지 한다. 이는 ‘스푼 네일’로 불리며, 철분 보충이 필요하다는 신호다.

3. 손톱 밑에 검은 세로 줄이 생겼을 때 – 악성 흑색종 가능성
손톱 밑에 검고 가는 세로 줄이 생기면 많은 사람들이 그냥 멜라닌 색소 침착으로 치부하고 넘긴다. 하지만 이런 증상은 악성 흑색종의 초기 형태일 수 있으며, 특히 아시아인에게 ‘선조 흑색종’이라는 드문 형태로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단순한 줄과 구분되는 점은 색이 점점 진해지고, 손톱 바깥 피부로 번져나가며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다. 또한 손톱이 변형되거나 갈라지는 현상이 동반된다면 더더욱 위험 신호로 간주해야 한다. 진단은 조직 검사로 가능하며, 조기 발견 시 치료 예후가 크게 개선된다. 멍으로 오해하기 쉬운 점이 문제지만, 의심 증상이 지속되면 피부과 전문의 진료가 필요하다.

4. 손톱이 파랗게 변하거나 하얗게 창백해질 때 – 순환기계 이상 또는 간질환 신호
손톱이 창백하게 하얘지거나 전체적으로 푸른빛을 띤다면 혈액순환 이상, 심부전, 또는 간 기능 저하의 신호일 수 있다. 파랗게 변하는 경우는 특히 산소 부족과 관련이 있으며, 말초 청색증의 대표적 징후로도 알려져 있다. 이는 혈액 내 산소포화도가 떨어졌을 때, 가장 말단 부위인 손톱에 먼저 나타나는 현상이다.
반대로 손톱이 지나치게 하얗고, 분홍색 기저부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게 변했다면, 간경변이나 만성 간염 같은 간질환에서 흔히 나타나는 ‘테리 네일(Terry’s nail)’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손톱 아래 모세혈관 수축과 함께 혈류 분포가 변화하며 색이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한 빈혈과는 다른 병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