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남편 살해 후 ‘가정폭력’ 주장한 아내…남편은 “아내·자식에 힘 얻어”

송은아 2023. 3. 2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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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공모해 약물과 흉기로 남편을 살해한 후 수사기관에는 가정폭력 때문이었다고 거짓 진술한 혐의를 받는 아내에게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A씨 진술에 따르면 고인은 흉기에 찔린 후에도 '아들이 감옥에 가면 안된다.날 병원에 데리고 가라'고 했다고 한다"며 "아내가 또다시 자신을 다치게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었으면서도 끝까지 아내와 아들에게 애정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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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짜고 남편 살해 후 '가정폭력' 주장 40대 무기징역 구형

아들과 공모해 약물과 흉기로 남편을 살해한 후 수사기관에는 가정폭력 때문이었다고 거짓 진술한 혐의를 받는 아내에게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남편은 숨지기 사흘 전 ‘아내와 자식을 보면 다시 힘을 얻는다’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지법 형사12부(나상훈 부장판사) 심리로 20일 열린 A(43)씨와 아들 B(16)군의 존속살해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대전지검은 A씨에게 무기징역을, B군에게는 징역 20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A씨는 남편에게 제초제와 최면진정제, 정신신경용제를 투여하고 가슴을 부동액으로 찌른 데 이어 둔기를 휘둘러 남편을 살해했다”며 “아들과 함께 잔인한 살인 방법을 계획한 뒤 실행하고도 고인이 상습적인 가정폭력범인 것처럼 주장해 명예를 훼손하기까지 했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A씨는 아들 B군과 함께 지난해 10월 8일 집에서 흉기와 둔기로 남편 C(50)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남편이 잠 들자 A씨는 부동액을 넣은 주사기로 심장 부근을 찔렀다. 잠에서 깬 C씨가 저항하자 B군이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르고 A씨는 둔기로 머리를 내리친 것으로 조사됐다. B군은 C씨의 시신을 욕실로 옮겨 씻던 중 흉기로 훼손한 혐의(사체손괴)도 받는다.

앞서 같은 해 9월 18일에는 A씨가 귀가한 C씨와 사업 실패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소주병을 던져 다치게 했다. 같은 달 20일에는 소주를 넣은 주사기로 잠자고 있던 C씨의 눈을 찌른 혐의(특수상해)도 있다.

숨진 C씨가 사망 사흘 전 작성한 노트에는 눈을 다친 뒤 시력이 회복되지 않아 고통스럽다면서도 ‘아내와 자식을 보면 다시 힘을 얻는다’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그는 안과 진료를 받으면서 의사에게는 ‘나뭇가지에 찔린 상처’라고 주장했다.

여동생에게는 사고로 눈을 다쳤다고 둘러댔다. 여동생이 ‘다친 사실을 알렸어야 하지 않느냐’고 시누이를 탓하자 아내를 두둔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 진술에 따르면 고인은 흉기에 찔린 후에도 ‘아들이 감옥에 가면 안된다.날 병원에 데리고 가라’고 했다고 한다”며 “아내가 또다시 자신을 다치게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었으면서도 끝까지 아내와 아들에게 애정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당초 경찰 조사 당시 B군은 ‘평소 아버지의 가정폭력이 심했고 사건 당일에도 어머니를 때리는 아버지를 말리다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참고인 자격으로 진술한 아내 역시 ‘남편이 자주 술을 마시고 욕설하며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오히려 고인이 술병에 맞아 다친 것으로 드러나자 B군은 ‘정강이로 몇 번 맞은 적이 있었다. 아빠가 나쁜 사람인 것처럼 부풀렸다’며 허위 진술이었음을 시인했다. 

이날 증인신문에 나선 고인의 어머니는 “몇번을 다시 생각해도 아들이 왜 죽어야했는지 모르겠다”며 “자식을 살인자로 만들어놓고도 형량에 도움을 받으려는지 며느리가 자꾸 반성문을 내는 것을 보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며 흐느꼈다.

A씨는 지난해 11월 15일부터 현재까지 86차례에 걸쳐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가정의 불행은 저 혼자 짊어졌어야 했는데 아들에게 고통을 주어 미안하고, 진심으로 잘못했다”고 말했다.

선고 공판은 내달 14일 오후 2시 열린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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