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루치아의 뜰’ 석미경 대표 “폐가 살려 카페 차렸는데 동네가 변하기 시작했어요” [지방기획]

강은선 2024. 3. 27. 23:4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시인 나태주는 '그 골목길'이라는 시에서 '루치아의뜰' 카페를 이렇게 불렀다.

충남 공주 원도심 옛 극장 뒷골목에 자리한 카페 '루치아의 뜰'은 그런 곳이다.

 루치아의 뜰은 공주 도시재생의 씨앗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루치아의뜰이 공주 도시재생의 마중물이 된 것이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인 나태주는 ‘그 골목길’이라는 시에서 ‘루치아의뜰’ 카페를 이렇게 불렀다. ‘대낮에도 꿈을 꾸듯 찾아가는 길’이라고. 이렇게 얘기도 했다. “오래 묵은 시간이 먼저 와서 기다리는 집, 백 년쯤 뒤에 다시 찾아와도 반갑게 맞아줄 것 같은 집, 세상 사람들 너무 알까 겁난다”고.

충남 공주 원도심 옛 극장 뒷골목에 자리한 카페 ‘루치아의 뜰’은 그런 곳이다. 

1960년대에 지어져 2000년대 들어 주차장이 될 뻔한 오래된 폐가를 살린 루치아의뜰. 석미경(60·사진) 대표는 오래된 것의 아름다움을 봤다. 한옥의 옛 틀을 그대로 유지한 채 공간을 살린 폐가는 차(茶) 카페가 됐다.

카페 이름인 ‘루치아’는 석 대표의 세례명이다. 루치아의뜰은 석 대표의 뜰이자 놀이터이고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휴식처다. 루치아의 뜰은 공주 도시재생의 씨앗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석미경 루치아의뜰 카페 대표가 카페 뜰에서 활짝 웃고 있다. 강은선 기자
2013년 옛 한옥을 개조해서 만들 때만해도, 이곳은 슬럼화 지역이었다. 원도심 공동화현상으로 골목은 어두웠고, 청소년들의 우범지역었다. 석 대표는 담배꽁초가 버려진 곳에 화단을 만들어 꽃을 심었다. 공주농협과 맞닿은 콘크리트 담장은 정이 깃든 소품으로 생기를 불어넣었다.  

루치아의뜰이 생긴 후 제민천 주변은 변화를 일구었다. 주말만 되면 이곳을 찾는 외지인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근처에 한옥카페 등 이색적이고 개방된 카페가 속속 생겨났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문학관, 갤러리도 잇따라 터를 잡았다.  

그야말로 ‘골목을 변화시킨 힘’이다. 

석 대표는 최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여기 온 손님들이 루치아의뜰이 ‘○○○의 뜰이 됐어요’ 하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고 했다. 그는 “이곳은 작은 카페일 뿐인데 오는 손님들이 여기에서 꿈을 꾼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곳을 찾은 한 손님은 근처 한옥을 리모델링해 살롱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루치아의뜰이 공주 도시재생의 마중물이 된 것이다.

석 대표는 ‘제민천 마을’의 매력을 ‘공학적’으로 분석했다. 그는 “어느 도시학자가 말하길, 걸어서 15분에 지역의 모든 곳을 갈 수 있다면 굉장히 쾌적한 도시이고, 삶의 만족도가 높은 지역이라고 하더라”면서 “제민천마을 주변은 원도심 자연인프라를 비롯 공연, 플리마켓, 로컬투어 등을 체험할 수 있는데, 공주시청 등 신도심까지 걸어서 15분이면 도달할 수 있다”고 했다. 
석 대표 역시 공주에 둥지를 튼 외지인이다. 석 대표가 공주에 내려온 건 남편이 이 지역 대학교수로 발령을 받은 1995년이다. 지난 30여년간 공주에 살고 있지만 카페를 열 땐 나름 ‘텃새’가 심했다고 했다. 그는 “공주에 20여년 살아도 외지인은 외지인일 수밖에 없더라”며 “공간이 갖는 힘을 아는 주변 분들 도움으로 (이곳에) 뿌리내릴 수 있었다”고 감사해했다. 
루치아의뜰 손님들도 열에 아홉은 외지인들이다. 석 대표는 “거대한 구상을 갖고 온 게 아니다. 점을 하나 찍은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있는 공간을 잘 살피고 우리 집에 깃들어 있는 것을 잘 돌보고 가꾸다 보니 11년이 지났고, 동네가 상전벽해가 됐다”고 말했다. 수필가이기도 한 석 대표는 최근 에세이집 ‘그 골목길에서 당신을 기다릴 거예요’를 출간했다. 
석 대표는 말한다. 

“당신의 마음에 따사로운 온기로 남는 골목길 산책을 꿈꿉니다. 루치아라는 이름처럼 공주 뒷골목을 은은하게 밝히는 빛이 되길 꿈꿉니다.”

공주=강은선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