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위식도역류 치료제… 3세대 치료제 시장 누가 차지하나
대웅, 韓·中 임상 공개 “동아시아인 적합”
HK이노엔, 美 FDA 허가 준비
제일, 이달 자큐보 출시하며 영업 강화
국내 제약사들의 위식도역류 질환 치료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3세대 치료제인 ‘칼륨 경쟁적 위산 분비 억제제(P-CAB)’를 중심으로 제약사끼리 동맹을 맺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위식도역류 질환 치료제 시장이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되는 만큼 최후의 승리자가 누가 될지 업계의 관심이 크다.
국내 제약사 중 P-CAB으로 위식도역류 질환 치료제를 개발한 곳은 대웅제약과 HK이노엔, 제일약품이 대표적이다. 대웅제약은 2022년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를, HK이노엔은 2019년 케이캡(테고프라잔)을 출시했다. 제일약품은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를 통해 자큐보(자스타프라잔)를 개발해 이달 출시했다.
P-CAB 제제는 2세대 위식도역류 질환 치료제인 프로톤펌프 저해제(PPI)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약물이다. 위식도역류 질환 치료제는 1세대 히스타민2 수용체 차단제(H2RA)와 2세대 PPI, 3세대 P-CAB으로 이어진다. PPI는 현재도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위산에 취약하고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4~5일 걸린다는 문제가 있다. 반면 P-CAB 제제는 위산 정도와 관계없이 복용할 수 있고 효능도 바로 나타난다.
국내 제약사들은 P-CAB 치료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웅제약은 16일 위식도역류 질환 신약 펙수클루를 한국과 중국 미란성 위식도역류 환자 513명으로 분석한 결과, 2세대 치료제인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넥시움(에소메프라졸)보다 증상 완화율이 71.4% 높았다고 밝혔다. 야간 위산 분비를 완화하는 비율도 2세대 PPI 치료제보다 45.4% 개선됐다.
대웅제약이 임상 3상 시험 데이터를 다시 통합해 발표한 것은 동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효과가 좋다는 점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대웅제약은 “한국과 중국 두 나라에서 진행한 임상 3상 결과를 통합해 동아시아인을 대상으로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했다”며 “펙수클루가 2세대 치료제에 비해 주·야간에 구분 없이 주증상 개선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라고 설명했다.
국내 P-CAB 치료제 중 원조로 꼽히는 HK이노엔의 케이캡은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케이캡은 국내에서 미란성 위식도역류 질환과 비미란성 위식도역류 질환, 위궤양, 소화성궤양, 만성 위축성위염 총 5개 적응증으로 처방되고 있다. 이미 국내 위식도역류 치료제 시장에서 점유율 14%를 차지해 P-CAB 중 1위다. 케이캡은 지난해에만 119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를 신청하고, 2026년 미국 출시가 목표다.
제일약품은 HK이노엔과 대웅제약이 양분한 P-CAB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제일약품은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자큐보정을 지난 1일 출시했다. 제일약품이 65년 역사상 자체 개발로 신약을 출시한 첫 사례다. 자큐보를 알리기 위해 지난달 서울과 대구, 대전, 부산, 광주 같은 주요 도시에서 대대적인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다.
P-CAB 제제는 앞으로 2세대인 PPI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국내 P-CAB 외래 처방액은 지난해 기준 2176억원으로, 전년보다 48% 늘었다. 반면 PPI 외래 처방액(6951억원)은 같은 기간 3% 증가하는 데에 그쳤다. 전 세계 P-CAB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63억달러(약 8조6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제약사 간 동맹 관계도 만들어지고 있다. 애초 케이캡 유통을 맡았던 종근당은 HK이노엔과 결별하고 대웅제약의 펙수클루와 손을 잡았다. HK이노엔은 새로운 영업 파트너로 보령을 선택했다.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자큐보를 유통하는 제일약품은 동아에스티와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하며 영업력을 강화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위식도역류 질환 P-CAB 치료제는 이미 케이캡이 성공을 거두면서 업계가 관심을 갖는 기술”이라며 “위식도치료제 개발에 나서는 또 다른 후발주자도 있는 만큼 앞으로 P-CAB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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